엘리자베스 콜버트뉴요커 전속 기자 예일대, 전 타임스 올버니 지국장,퓰리처상 수상(2015), ‘화이트 스카이’ 저자 사진 엘리자베스 콜버트
엘리자베스 콜버트뉴요커 전속 기자 예일대, 전 타임스 올버니 지국장,퓰리처상 수상(2015), ‘화이트 스카이’ 저자 사진 엘리자베스 콜버트

엘리자베스 콜버트는 조용히 사라지고 있는 생물들을 보고한 ‘여섯 번째 대멸종’으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여행기이면서 동시에 과학적인 기록이고, 클래식한 해설 저널리즘인 ‘화이트 스카이’는 그 눈부신 후속작이다. 섣불리 어떤 결론도 내리지 않고 그물처럼 촘촘하게 깔아놓은 물음표가 매혹적이다.

외래 잉어를 막기 위해 강에 전기 장벽을 세운 공병대원부터 어부, 사막 어류와 사랑에 빠진 생태학자, 설치류의 유전자를 재설계하는 과학자, 이산화탄소(CO2)를 돌로 만드는 기업가, 지구 가열을 막기 위해 하늘에 다이아몬드 입자를 뿌리자는 태양 지구 공학자들까지⋯, 콜버트가 만난 등장인물들은 지구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한다’며 뜨겁게 아우성친다. 후세에 지구를 물려줄 수 있느냐가 아니라, 내가 지구에 살 수 있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는 절박감에 설득되어, 이 사려 깊은 저널리스트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화이트 스카이란 무엇인가.
“‘화이트 스카이’는 태양 지구 공학의 부작용으로 하늘이 하얗게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태양 지구 공학이란 무엇인가.
“태양 지구 공학은 성층권에 무수히 많은 반사 입자를 살포해서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광을 줄이는 기술력을 말한다. 그러면 더 이상 기온이 상승하지 않아 온난화의 재앙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이다. 목표는 지구에 도달하는 에너지양을 줄이는 것이다.”

‘여섯 번째 대멸종’과 ‘화이트 스카이’ 사이에, 당신과 지구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
“사실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여섯 번째 대멸종’이 전하는 메시지를 사람들이 그다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게 오히려 ‘화이트 스카이’를 쓰게 된 원동력이 됐다. 내가 보기에 인간은 ‘대멸종’의 위험한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거대하고 기술적인 한 방의 해결책이 나오길 바라면서.”

태양을 어둡게 만드는 것이 지금 상태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인가.
“미친 짓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연구자들은 당장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라고도 한다. 반사 물질로 작은 다이아몬드 입자나 탄산칼슘 등을 공중에 쏘아 올리자는 구체적인 제안이다. 혹은 넓은 해양 지역에 작은 반사 입자를 살포하자거나. 한 러시아 과학자는 토성의 고리처럼 지구 주위에 칼륨 입자 띠를 만들자고도 한다. 구름 표백도 얘기되고 있다. 여러 척의 배를 북극해로 보내 아주 미세한 염수 물방울을 하늘에 분사하는 계획이다. 이론대로라면 그 소금 결정이 구름의 반사율을 높여 얼음에 비치는 햇빛의 양을 줄일 거다. 미국 하버드대 응용물리학과의 키스 교수는 태양 지구 공학은 추상적인 공상이 아니라, 현재 인간의 선택만을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한다. 탄소배출량도 줄이고, 제거 활동도 하면서, 동시에 지구 공학도 고려하자는 얘기다.”

비를 내리게 하려고 구름에 씨앗도 뿌리는 시대에 태양 지구 공학이 판도라의 상자가 될 거라는 두려움은 순진한 발상이라고 공학자들은 주장한다.


호주 국립해양시뮬레이터에서 취재 중인 엘리자베스 콜버트 ‘뉴요커’ 전속 기자. 사진 엘리자베스 콜버트
호주 국립해양시뮬레이터에서 취재 중인 엘리자베스 콜버트 ‘뉴요커’ 전속 기자. 사진 엘리자베스 콜버트

대기 중에 다이아몬드 입자는 어떻게 뿌리나. 그 입자는 나중에 어떻게 되는 건가.
“최적의 살포 수단은 비행기다. 성층권의 하단은 적도에서는 18㎞ 고도에, 극지방에서는 10㎞ 고도에 있다. 18㎞ 상공에서 20t을 탑재할 수 있는 성층권 에어로졸 주입 전용기 개발을 위해서는 25억달러(약 3조3425억원)가 든다고 추정한다. 만만치 않은 금액이지만, 슈퍼 점보 항공기 A380 개발에 쓴 돈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나는 물론 태양 지구 공학을 옹호하는 쪽은 아니다. 잠재적인 결과가 꽤 심각하겠다고 생각한다. 비교적 저렴하고 빠른 것은 분명하지만, 사실상 온난화 증상만 치료할 뿐 원인 제거는 아니다. 성층권의 입자는 몇 년 후 땅에 떨어지고, 입자가 계속 주입될수록 부작용도 우려된다. 하늘이 백색이 될지도 모르고. 하지만 태양 지구 공학을 사용하지 않았을 때 발생할지 모를 결과도 매우 심각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게 내가 ‘화이트 스카이’를 통해 던지는 질문이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

탄소의 누적을 차오르는 욕조에 비유했다. 피부에 와닿는 비유다. 공기 중의 탄소 포집과 폐기에 드는 비용은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가.
“2도짜리 탄소 욕조는 가득 찼고 1.5도 욕조는 거의 넘칠 지경이다. 지구 온도는 와트가 살던 때보다 1.1도 상승했다. 1776년에 배출된 CO2는 1500만t이었지만, 현재는 연간 400억t에 육박한다. 점점 가뭄은 심해지고 폭풍과 폭염은 지독해지고 산불 시즌은 더 길어졌다. 어떻게 하면 향후 수십 년 안에 탄소 배출을 ‘영(0)’으로 만들 수 있을까? 일단 공기 중에서 CO2를 포집하려면 돈이 든다. 클라임웍스라는 기업은 가입자가 배출한 탄소를 돌로 바꾸어주는 데 t당 1000달러(약 133만7000원)를 청구한다. 10년 안에 100달러(약 13만3700원) 정도로 떨어질 거라더라. 하지만 공짜로 탄소를 대기 중에 버릴 수 있는데 그 돈을 누가 지출하려 들까? 그 천문학적인 비용을 우리는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에 대한 답도 우리가 함께 찾아야 한다. 인간이 원하는 만큼의 기술력을 얻을 수 있을지도 여전히 미지수고.”

어쨌든 일정 금액을 내면 가입자의 몫만큼 공기 중에 배출된 탄소를 없애준다는 클라임웍스라는 회사는 신선했다. 실제 잘 작동하고 있던가.
“내가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 있는 클라임웍스를 방문한 이후로 회사는 확장을 거듭했고, 여러 면에서 영감을 주고 있다. 일단 암석은 지구상에서 가장 큰 탄소 저장소 중 하나다. CO2는 수백, 수천 년을 거쳐 돌이 되는데, 클라임웍스는 이 과정을 몇 달로 압축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지하 0.8㎞ 지점에 주입해서 탄소를 암석으로 굳힌다. 역시나 이 방식이 과연 인간이 필요한 만큼의 규모로 작동할 수 있을지는 계속 고민할 지점이다.”

당신이 걱정하는 산호초의 소멸과 ‘점액질의 바다’는 어떤 시그널인가.
“모든 해양 종의 25%는 삶의 일정 시간을 암초 위에서 보낸다. 산호초가 사라진다는 건 그만큼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 ‘점액질의 바다’는 결국 바다가 해파리 같은 생물의 지배를 받으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역동적인 산호학자였던 루스 게이츠 박사에게 가장 강한 영감을 받았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내가 이 책을 집필하던 시기 세상을 떠났다.”


탄소를 돌로 바꿔주는 회사 클라임웍스를 취재 중인 엘리자베스 콜버트 ‘뉴요커’ 전속 기자. 사진 엘리자베스 콜버트
탄소를 돌로 바꿔주는 회사 클라임웍스를 취재 중인 엘리자베스 콜버트 ‘뉴요커’ 전속 기자. 사진 엘리자베스 콜버트

뜨거운 감자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사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최근에 나는 ‘무엇이 옳은가’를 쓴 미래학자 후안 엔리케스를 인터뷰했다. 그는 윤리의 골대는 계속 움직인다며, 생명공학 기술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더군.
“실제로 오딘이라는 회사가 판매하는 유전 공학 키트를 가지고 나는 주말 동안 부엌에서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냈다. 해파리 유전자를 삽입해서 빛을 내는 효모로 만드는 실험이었다. 정말 신기하더군!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하면 한 종의 유전체를 통째로 이동시킬 수 있다. 독성이 없는 두꺼비, X염색체가 파쇄된 생쥐 등등. 하지만 환경 수정을 반복하는 이런 식의 생물학적 개입의 역사는 ‘모자 쓴 고양이 돌아오다’에서 나온 다음의 구절과 비슷하게 보인다. ‘케이크가 묻은 장소를 청소하기 위해 엄마의 흰 드레스로 욕조를 닦아요. 욕조는 깨끗해졌는데, 이번엔 드레스가 엉망이 되고 말았죠.’ 영국의 환경운동가 폴 킹스노스가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뭔가를 하는 것보다 낫다. 때로는 그 반대다’라고 한 말이 뭐라도 해보려는 인간 노력의 어려움을 대변하는 것 같다.”

그런 맥락에서 1조 그루의 나무를 심고 또 묻는 것이 탄소 격리 효과가 상당하다는 주장은 가능한 시나리오인가.
“생각해보면 석탄기에 방대한 양의 식물이 침수되어 땅에 묻혔고, 그 최종 결과물이 석탄이다. 석탄을 땅속에 그대로 두었다면 그 안의 탄소도 영원히 갇혀 있었겠지. 1조 그루의 나무를 심고 땅에 묻으면, 많은 탄소를 땅에 가둘 수 있다. 또 다른 아이디어로는 농업 부산물을 깊은 바닷속에 버리자는 주장도 있다. 심해에서는 부패가 서서히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인간이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기계로 나무를 심고 묻는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거다. 게다가 1조 그루의 나무를 위해서는 미국 영토에 해당하는 땅이 필요하다.”

수백만 개의 구덩이를 파서 수십억 그루의 나무를 파묻는 발상이나, 강물을 틀어쥐고 족쇄를 채우는 일은 일견 스펙터클한 ‘삽질’처럼 보인다. 우리는 왜 이런 기상천외한 해법에까지 매달리게 된 걸까.
“나는 그동안 문제를 해결하려다가 일어난 또 다른 문제를 풀려고 애쓰는 많은 사람을 만났다. 엔지니어, 유전공학자, 생물학자, 대기 과학자, 대기 기업가⋯, 그들의 방법론은 기술 낙관론이 아니라 기술 숙명론에 가까웠다. 원본의 개선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서 생각해낼 수 있는 최선이었던 거다. 어쨌든 지금은 ‘우리는 태양을 의도적으로 어둡게 만드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덜 위험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는 시점이다. 이 급박함을 모두가 깨달아야 한다. 쉬운 해답이 없는 난처한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을! 기후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조치를 취하기 전에, 우리 모두 부디 신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기후 변화와 그 대응에 관한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와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는 무엇인가.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라 하면 세계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탄소 배출을 줄이고, 향후 수십 년 안에 순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탄소 배출이 현재 수준에 머무르고, 그동안 전 세계의 많은 지역이 더 이상 거주 불가능한 구역으로 바뀌는 것이겠지. 지금의 선택이 앞으로 많은 세대에 걸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김지수 조선비즈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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