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먼 시넥(Simon Sinek) 경영저술가 사이먼 시넥 컴퍼니 창업자 겸 CEO,‘인피니티 게임’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저자 사진 사이먼 시넥
사이먼 시넥(Simon Sinek) 경영저술가 사이먼 시넥 컴퍼니 창업자 겸 CEO,‘인피니티 게임’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저자 사진 사이먼 시넥

통찰력 있는 지식인은 우리가 산발적으로 느끼고 있던 세상의 변화를 선명한 언어로 정돈해주고, 더 나은 룰이 있는 세계로 우리를 데려다준다. 세계적인 경영저술가 사이먼 시넥(Simon Sinek)은 ‘인피니트(무한) 게임’에서 본격적으로 이 세계의 룰이 바뀌었다고 선언한다. 승자도 패자도 결승점도 없는 무한 게임으로의 진입이 그것이다. 우리는 이제까지 1등, 최고, 숫자를 목표로 달리며 ‘이기는 게임’이 진리라고 말하는 세상을 살았다. 그러나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세트장처럼 시야가 좁은 유한 게임 세상에선 1등도 꼴등도 불안에 떤다. 성과는 찰나에 불과하고, 플레이어가 탈진할 때까지 경기는 살벌하게 계속되기 때문이다. 그는 묻는다. ‘당신은 무한 게임 플레이어가 될 것인가, 유한 게임 플레이어가 될 것인가.’ 무한 게임의 목표는 승리가 아니라 플레이의 지속이다. 기업도, 개인도 하루빨리 유한 게임 트랙에서 나와 무한 게임 세계관으로 리셋해야 한다는 글로벌 베스트셀러 ‘인피니트 게임’의 저자인 사이먼 시넥을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무한 게임이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시간이 무한대로 주어지는 긴 게임이다. 참여자도 규칙도 정해져 있지 않고 명확한 종료 지점도 없어서 사실상 ‘이긴다’라는 개념도 없다. 무한 게임의 주목적은 게임을 계속해나가며 그 게임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이다.”

지금 시대에 왜 무한 게임 세계관이 중요한가.
“변동성, 복잡성, 모호성이 극에 달한 지금의 세계에선 정해진 결승선도 당장의 승자도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일상에서 점점 더 많은 무한 게임을 경험한다. 일례로 학교 교육은 유한하지만, 교육 자체에는 승패가 없다. 좋은 학교를 나와 빨리 취업해도 성공의 룰은 바뀌고 결승점은 다른 곳으로 이동해 버린다. 단기 승패 위주의 사고방식은 또 다른 위기를 불러낼 뿐이다. 점점 플레이어는 탈진하고, 윤리는 퇴색하며, 분위기는 살벌해진다. 누가 승자이고 최고인지 집중하던 과거의 습관을 버리고 멀리 봐야 한다. 역설적으로 그래야 단기적으로 더 단단한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

무한 게임 세계관과 유한 게임 세계관이 맞붙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나.
“베트남전을 예로 들어 보자. ‘미국이 베트남전에서 졌다’라는 말보다 전쟁을 지속할 의지력과 자원을 소진해서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미국은 베트남전을 유한 게임이라고 생각했고 북베트남은 무한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미국은 이기기 위해 싸웠지만, 북베트남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 숫자상으로 모든 것이 우세했음에도 미국은 수렁에 빠졌다. 유한 게임 방식으로, 무한 게임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유한 게임 리더는 무한 게임 리더를 이길 수 없나.
“질문이 틀렸다. 무한 게임 리더는 유한 게임 리더와 싸우지 않는다. 포용해서 더 나은 판을 만들 뿐. 유한 게임 리더는 실적에 유리한 모든 짓을 한다. 정리해고, 인수합병을 통한 외형 성장, 자사주 매입 등. 직원들은 그 누구도 실적 앞에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반면 무한 게임 리더는 승패가 아니라 시장 전체와 대의명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지난 10년간 매출이 10배 증가한 파타고니아의 최고경영자(CEO) 로즈 마카리는 ‘지구를 되살리는 일을 했고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발견했고 수익도 증가했다’고 했다. 2006년 포드자동차에 부임한 앨런 멀럴리 전 CEO는 경쟁자였던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를 위한 구제 금융에 찬성했다. 선의의 라이벌이 있어야 게임이 중단되지 않고 계속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비즈니스 업계에는 유한 게임 세계관의 영향력이 훨씬 우세하다. 그들에게 달라진 세계와 바뀐 규칙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두 참여자를 예로 들어보자. 한 회사는 경쟁자를 물리치는 것에, 한 회사는 이상 실현에 집착했다. 한때 마이크로소프트(MS)의 CEO였던 스티브 발머는 유한 게임으로 애플을 이길 수 있으리라 확신했고, 애플의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을 겨냥해서 준을 만들었다. 유한 게임 리더는 자신이 이기는 끝을 만들기 위해 플레이를 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반드시 져야 한다. 준은 훌륭했다. 그런데 내가 애플의 한 임원에게 ‘아이팟 터치보다 준이 훨씬 낫던데요’라고 말했을 때, 그는 미소를 띤 채 대답했다. ‘그렇죠?’ 그게 다였다. 그의 반응은 무한 게임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애플의 목표는 애플 자신을 뛰어넘는 것이었고, 준이 출시된 지 약 1년 뒤에 애플은 첫 번째 아이폰을 출시했다. 유한 게임 참여자는 사람들에게 팔 수 있는 제품을 만들지만, 무한 게임 참여자는 사고 싶어 하는 제품을 만든다. 결과적으로 게임 전체에 좋은 선택을 한다.”


사이먼 시넥(Simon Sinek)경영저술가. 사진 사이먼 시넥
사이먼 시넥(Simon Sinek)경영저술가. 사진 사이먼 시넥

그는 무한 게임 리더라면 다음의 5가지를 지켜야 한다고 했다.

1. 가슴 뛰게 할 대의명분을 추구하라.
2. 신뢰하는 팀을 만들라.
3. 선의의 라이벌을 항상 곁에 두라.
4. 근본적 유연성을 가지라.
5. 선구자적 용기를 보여주라.

특히 대의명분 추구는 무한 게임 세계관의 본질이자 근거가 된다고 강조했다. 대의명분의 바탕은 두 가지.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는 비전과 봉사 정신이다. 시넥은 기업의 리더는 자신이 추구하는 세상이 어떤 모습인지 정확히 그려지도록 ‘대의명분’을 공표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대의명분이 없는데도 있는 척 연기하는 리더도 있지 않나.
“명확한 구분 점이 있다. 유한 게임 리더는 ‘좋은 일을 하려면 돈을 벌어야 한다’고 한다. 반면 무한 게임 리더는 ‘좋은 일을 하면 돈이 벌린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공식이라기보다는 리더의 삶의 방식이고 사고방식이다. 특히 봉사 정신이 중요하다. 대의명분과 봉사 정신은 곁다리가 아니라 회사 의사 결정의 핵심 기준이다.”

경영사상가 찰스 핸디는 ‘인적 자원’이라는 용어를 써서는 안 된다고 했다. 직원을 비용으로 보는 것과 한 명의 인간으로 보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나.
“어떤 게임이든 플레이하려면 의지력과 자원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자원은 수치화하기 쉽지만, 의지력은 측량하기 어렵다. 그러나 의지력에 대한 가치를 자원보다 낮게 보면 안 된다. 한정된 자원에 비해 의지력은 무한하다. 위기 상황이 되면 무한 게임 리더는 직원 감축이 아닌 다른 대안을 찾는다. 휴가를 준다거나 퇴직연금 동결을 제안한다거나. 퇴사할수록 비용이 더 들기 때문이다. 애플은 판매 사원과 일반직 직원에게 동일하게 완전 보장 의료 보험 등 혜택을 제공해서 이직률을 현저하게 줄였다. 추가 비용은 신규 채용과 연수 비용을 아껴서 충당했다. 코스트코는 계산원에게 높은 시급과 보험 혜택을 제공해서 고객 서비스와 매출도 늘어났다. 무한 게임을 하고 싶으면 직원들을 잘 보살펴라. 그래야 직원들이 고객들을 보살필 수 있다. 그게 바로 무한 게임 기업이 진정한 주주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이다.”

새로운 세계관이 정착되려면 가장 시급한 것이 리더의 변화인가.
“그렇다. 리더가 먼저 선구자적 용기를 보여주면 직원들도 따라서 용기를 낸다. 아이들이 부모를 따라 하듯 직원들은 리더를 따라 한다.”

기업의 평균 수명이 계속 줄어드는 데 월스트리트가 악역을 했다고 보나.
“사실이다. 맥킨지의 연구에 따르면 기업의 평균 수명이 1950년대엔 61년을 기록했는데, 오늘날엔 불과 18년밖에 되지 않는다. 월스트리트 기업들이 유한 게임 리더십을 도입했고 경영대학원도 그것을 표준으로 가르쳤다. 대표적으로 제너럴 모터스, 시어스, 이스턴항공, 블록버스터는 한때 강한 기업이었지만, 리더가 유한 게임으로 경영해서 쇠퇴의 길을 걸었다. 스타트업 기업가 역시 우려스럽다. 월스트리트의 압박으로 성장의 불쏘시개를 위해 벤처캐피털이나 사모펀드의 투자를 받은 후 3~5년이 지나 회사를 되판다. 수순처럼 기업은 혁신 동력을 잃고 문화는 파괴된다.”

헨리 포드가 말했던 “오로지 돈만 버는 기업은 형편없는 기업이다”라는 건 무슨 뜻인가.
“비즈니스가 돈에만 집착했던 적은 역사상 한 번도 없었다. 위대한 기업들은 언제나 어떤 제품을 판매하는지보다는 어떤 목적을 수행하는지에 따라 결정되어 왔다. 자본주의는 삶의 질, 기술 향상 그리고 함께 살아가고 일하는 인류의 능력 전반에 걸친 ‘진보’를 포괄한다.”

자본주의라는 욕망의 시스템을 너무 이상주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아닌가.
“20세기 중반까지 미국의 기업은 실제로 건전했다. 애덤 스미스는 무한 게임 방식으로 자본주의 시장에서 기업의 책임을 정의했다. 그런데 1970년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이 한 기고문에서 주주 가치가 최우선이라는 주장을 펼치기 시작했다. ‘기업의 유일한 목적은 합법적인 틀 안에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라는 그의 주장이 유한 게임 경영의 기초가 됐다. 프리드먼 이후, 임원들은 자신을 위대한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의 관리인으로 생각하지 않고, 주주들의 대리인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프리드먼식 비즈니스 관행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그 주장 덕에 이익을 본 소수의 사람이다. 가만히 인류 역사와 주식시장 폭락 사태를 돌이켜보라. 불균형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었다. 유한 게임 경영을 막기 위해 도입된 글라스 스티걸 법안이 폐지된 이후, 주식시장에는 세 번이나 대폭락이 있었다. 1987년 블랙먼데이, 2000년 닷컴버블, 2008년 금융위기. 시장이 균형을 잃으면 반드시 조정이 일어난다. 그것이 무한 게임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지금처럼 월스트리트가 주도하는 유한 게임 경영이 지속하면 기업의 자원과 의지력은 바닥날 거다.”

기업의 책임이 재정의되어야 하나.
“기업의 책임은 목적 추구, 인류 보호, 가장 마지막이 이익 창출이다. 이런 기준으로 운영했을 때 오래 가고 이익을 얻는다.”

당신이 생각하기에 무한 게임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태도는 무엇인가.
“겸손과 인내다. 무한 게임의 플레이어는 선의의 라이벌이 사라진 후에도 겸손함을 유지한다.”

김지수 조선비즈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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