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호블란(오른쪽)이 12월 6일(한국시각) 끝난 히어로 월드 챌린지 대회 주최자인 타이거 우즈로부터 우승 트로피를 받고 있다. 사진 PGA투어
빅토르 호블란(오른쪽)이 12월 6일(한국시각) 끝난 히어로 월드 챌린지 대회 주최자인 타이거 우즈로부터 우승 트로피를 받고 있다. 사진 PGA투어

노르웨이 출신의 빅토르 호블란(24)은 12월 6일(한국시각) 타이거 우즈 재단이 주최하는 PGA투어 공인 이벤트 대회 히어로 월드 챌린지에서 6타 차 대역전승을 거두며 우승했다. 이 대회는 PGA투어 정규 대회는 아니지만 20명의 정상급 선수만 초청받아 참가하는 특급 이벤트 대회로 세계랭킹 포인트 점수가 부여된다. 호블란의 세계랭킹은 9위에서 7위로 2계단 올랐다. 이날 마지막 라운드를 5타 차 선두로 나섰던 콜린 모리카와(24·미국)는 통한의 역전패를 당하며 세계 1위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이 대회를 제외하고도 PGA투어 정규 대회에서 3승을 거둔 호블란은 노르웨이 골프의 각종 기록을 세우는 개척자다. 그는 노르웨이인으로는 처음 US 아마추어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고 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에도 올랐다. 그리고 노르웨이 최초의 PGA투어 우승자가 됐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7년간 태권도를 배워 검은 띠까지 딴 노르웨이의 ‘태권 소년’이 어떻게 골프의 변방에서 세계 정상급 골퍼로 성장했는지,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히어로 월드 챌린지 대회에서 우승하고 어렸을 때부터 우상인 타이거 우즈에게 직접 우승 트로피를 받는 기분은 각별했다. 특히 14번 홀과 15번 홀에서 두 홀 연속 이글을 잡은 것은 처음이어서 기분이 좋았다. 친구인 콜린 모리카와가 5타 차 선두로 출발했기 때문에 내가 우승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골프에서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걸 다시 본 것 같다. 모리카와가 툭툭 털고 일어났으면 좋겠다.

어렸을 때 영상으로 우즈의 스윙을 찾아보고, 하이라이트를 보면서 꿈을 키웠는데, 이렇게 PGA투어에 같이 참가하고 우승 트로피를 직접 받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우즈를 처음 본 건 2014년 미국 세이지 밸리 골프장에서 열린 주니어 대회였다. 첫 홀 티샷하기 전에 악수했는데,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 나처럼 우즈를 보고 골프 선수가 되겠다는 동기 부여를 갖게 된 사람이 정말 많다는 걸 생각하면, 골프에 대한 우즈의 영향은 정말 광범위하다고 생각한다.”

노르웨이는 겨울이 길고 눈도 많아 골프를 할 수 있는 기간이 5월에서 10월까지 6개월 남짓이다. 노르웨이에서 그동안 가장 유명한 골퍼라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15승을 거두고 은퇴한 수잔 페테르센일 것이다. 골프 환경만 따지면 척박하기 이를 데 없는 노르웨이에서 호블란이 골프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엔지니어인 아버지가 미국에서 일하게 되면서 어렸을 때 아버지를 따라 몇 번 미국으로 오게 됐다. 아버지가 일하러 가는 길에 골프 연습장이 있어서 네 살 때 처음 골프클럽을 잡아봤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나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살았다. 태권도와 축구 등 다양한 운동을 하다가 열두 살 때 골프에 집중하게 됐다. 그리고 열서너 살쯤 노르웨이 선수로는 처음 PGA투어 골퍼가 된 헨리 비욘스타드(42)와 만남이 내 골프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그는 당시 노르웨이 골프협회와 함께 주니어 골퍼를 육성하는 일을 돕고 있었다. 노르웨이에서 PGA투어 선수를 만난다는 건 정말 드문 일이었다. 나도 할 수 있다,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비욘스타드는 PGA투어 퀄리파잉스쿨을 거쳐 2006년 노르웨이 선수로는 처음 PGA투어 카드를 받았다. 한때 목수로 일하면서도 골퍼의 꿈을 잃지 않았고 PGA 1부 투어와 2부 투어를 오가며 선수 생활을 이어 가고 있다. 2021년엔 2부 투어에서 뛰었다.

호블란은 크지 않은 체격(178㎝·75㎏)이지만 어릴 때부터 태권도 등 다양한 운동을 한 덕분에 호쾌한 스윙을 하며 주니어 시절부터 노르웨이의 간판선수로 성장했다. 호블란은 2016년 오클라호마주립대에 골프 장학생으로 스카우트되면서 골프 인생에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 당시 오클라호마주립대의 코치 앨런 브래튼은 노르웨이의 크리스 벤추라를 영입하기 위해 유럽을 두 차례 방문했는데 함께 경기하던 호블란을 보고 반해 같이 스카우트하게 됐다. 변칙 스윙으로 유명한 매슈 울프도 대학 동기다.

호블란은 대학 시절 최고의 선수로 성장했다. 호블란은 2018년 노르웨이인 최초로 US 아마추어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에도 올랐고 2019년 마스터스와 US오픈에서 동시에 아마추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가 2019년 US오픈에서 12위를 하면서 기록한 280타는 대회 사상 아마추어가 기록한 72홀 최저타 기록이다. 이전까지는 1960년 골프의 전설 잭 니클라우스가 기록한 282타였다.


지난 11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월드 와이드 테크놀로지 챔피언십에서 빌린 샤프트로 만든 드라이버를 사용하여 경기하고 있는 빅토르 호블란. 그는 4타 차 우승을 차지하며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사진 PGA투어
지난 11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월드 와이드 테크놀로지 챔피언십에서 빌린 샤프트로 만든 드라이버를 사용하여 경기하고 있는 빅토르 호블란. 그는 4타 차 우승을 차지하며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사진 PGA투어

드라이버 샤프트 빌려서 우승도

US오픈 이후 프로로 전향한 호블란은 데뷔하자마자 19라운드 연속 60대 타수 기록을 세우며 주목받았다. 2020년 2월 푸에르토리코 오픈에서 노르웨이 선수로는 처음 PGA투어 우승자가 됐다. 2020년 12월 멕시코에서 열린 마야코바 골프 클래식에서 2승째를 거둔 호블란은 2021년 11월 월드와이드 테크놀로지 챔피언십에서는 드라이버가 망가져 빌려 쓴 클럽으로 우승하는 진기명기를 선보이며 투어 3승째를 올렸다. 이 대회는 마야코바 클래식의 대회 명칭이 바뀐 것이어서 대회 2연패 기록이다.

“대회 전 수요일에 대니 리가 내 뒤에서 드라이버 스피드 테스트를 진행 중이었다. 대니 리가 문득 내 드라이버를 가지고 볼 스피드를 얼마나 올릴 수 있는지 궁금해했다. 내 드라이버가 대니 것보다 조금 더 길었거든. 그러고는 일이 벌어진 거다.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부러졌는지 알 수 없지만, 대니가 치고 나서 드라이버를 보니 몇 동강 나 있었다. 여분의 드라이버 헤드는 있었지만, 여분의 샤프트는 없었다. 내 근처에 제임스 한이 있었고, 정말 고맙게도 제임스는 그가 가지고 있던 여분의 샤프트를 빌려줬다. 평소 내가 쓰던 것보다 조금 짧은 그의 샤프트를 쓰니, 거리는 약 10야드 정도 덜 나갔지만, 조금 더 공이 잘 맞는 느낌이었다. 공이 더 낮게 그리고 똑바로 가는 느낌이 들었다. 제임스가 하나뿐인 그의 백업 샤프트를 나에게 줬으니 내가 크게 빚진 거다. 결국 4타 차로 우승을 했으니 정말 만족한 대회였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그는 평소 노르웨이 팬의 응원을 받으면 힘이 난다고 했다. “나는 한 번 흐름을 타기 시작하면 스윙도 잘되고 몰아치는 스타일이다. 요즘엔 어디에서나 나를 응원해주는 애국심 넘치는 노르웨이 팬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 11월에는 멕시코까지 응원 온 팬도 적지 않았다. 나와 같이 경기하는 다른 선수들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예의를 지키면서도 열광적으로 환호해주는 노르웨이 팬 덕분에 경기가 훨씬 잘 풀렸다. 정말 꿈 같은 일이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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