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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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는 1년 사이 몸집 20㎏을 불려 350야드 장타를 치는 브라이슨 디섐보(28·미국)가 시도한 ‘벌크업 혁명’에 열광했다. 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던 디섐보의 별명은 ‘필드 위의 괴짜 물리학자’이다. 그가 자신의 몸을 실험 대상으로 삼아 도전했던 ‘골프 정복의 길’은 비거리 증가와 US오픈 우승이란 결실을 보았지만 PGA투어를 마음대로 휘젓고 싶었던 목표에는 이르지 못했다.

그 사이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평범한 체격의 아시아계 미국 골퍼가 300야드도 되지 않는 비거리를 갖고도 처음 출전한 메이저대회에서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우승했다. 타이거 우즈(미국)도 해내지 못한 신화다.

7월 19일(이하 현지시각) 161년 역사를 자랑하는 최고(最古)의 골프 대회이자 남자 골프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콜린 모리카와(24·미국)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잉글랜드 샌드위치의 로열 세인트조지스 골프클럽(파70)에서 열렸던 15차례 디오픈 가운데 최저타 기록(15언더파 265타)을 적어냈다. 모리카와의 성취는 골프의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이라 할 만하다. 2019년 프로 데뷔한 모리카와는 지난해 8월 처음 출전한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데 이어 1년도 채 되지 않은 기간에 자신의 8번째 메이저이자 처음 출전한 디오픈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는 또 이날 우승으로 타이거 우즈(미국) 이후 25세 이전에 PGA챔피언십과 디오픈을 제패한 두 번째 선수로도 이름을 올렸다. 우즈가 메이저대회 2승 고지에 오른 것은 메이저대회 18번째 출전 때였다.

PGA투어는 뛰어난 신체 조건과 장타를 앞세운 ‘터미네이터 골퍼’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7월 19일 기준 세계 1위인 욘 람(스페인)과 2위인 더스틴 존슨(미국)을 비롯해 브룩스 켑카(미국) 등이다.

모리카와는 마스크를 끼면 운동선수인지 알아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평범한 체격(175㎝, 73㎏)이다. 평균 300야드 이상 때리는 대포들이 즐비한 PGA투어에서 294야드(114위)짜리 소총을 날린다. 모리카와는 지능을 앞세운 ‘사피엔스(영리한) 골퍼’라고 할 수 있다. 압도적인 파워 골퍼의 시대에 모리카와의 ‘사피엔스 골프’는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 기원을 탐구해본다.


‘모리카와 사피엔스 골프’의 기원

모리카와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패서디나 북쪽에 있는 라카냐다플린트리지에서 자랐다. 일본계 아버지 데비와 중국계 어머니 블레인은 전문 세탁소를 운영하며 콜린과 그의 동생 개릿(17)이 어려움 없이 성장하도록 뒷바라지했다. 이들은 모리카와를 데리고 9홀 퍼블릭 골프 코스를 다니는 걸 좋아했다고 한다.

모리카와는 여덟 살 때 릭 세싱하우스 코치를 만나면서 골프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세싱하우스 코치는 응용 스포츠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골프: 궁극의 심리게임(Golf: The Ultimate Mind Game)’이란 책도 펴냈다. 모리카와는 코치와 함께 독특한 훈련 방법을 터득했다. 처음엔 치고 싶은 대로 친다. 그리고 왜 그 샷을 선택했는지 코치와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나름대로 문제점을 고친 뒤 다시 샷을 한다. 그리고 그 상황에 맞는 조언을 들은 뒤 세 번째로 샷을 하는 방식이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스윙 기술에 집착하지 않고 감각과 예술성, 운동신경을 자연스럽게 발휘하는 것을 좋아하는 골프 스타일을 갖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치는 샷의 거리를 정확하게 알아내 빈틈없이 그린을 공략한다.

이런 훈련을 바탕으로 모리카와는 타이거 우즈 이후 최고의 ‘아이언 마술사’가 됐다. 대학 시절 그가 6번 아이언으로 치는 샷의 정확성이 이미 프로 선수들의 피칭 웨지 샷과 비슷했다. 올 시즌 PGA투어 통계에서도 모리카와는 아이언으로 그린을 공략하는 능력에서 전체 선수 평균보다 라운드당 1.5타의 이득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정교한 아이언 샷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 바로 모리카와의 확률 골프다. 실수를 하더라도 스코어를 덜 잃는 쪽으로 플레이할 줄 안다. 무리한 비거리 욕심도 없다. 그는 “이제까지 잘해왔다는 것은 지금까지 방법이 효과적이라는 걸 의미한다”며 “무리하게 비거리를 늘릴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콜린 모리카와는 7월 19일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디오픈에 처음 출전해 우승했다. 지난해 8월 처음 출전한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데 이어 1년도 채 되지 않은 기간에 자신의 8번째 메이저이자 처음 출전한 디오픈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골프 사상 처음 출전한 메이저에서 2승을 올린 것은 모리카와가 처음이다. 모리카와는 타이거 우즈 이후 최고의 ‘아이언 마술사’로 꼽힌다. 대학 시절 이미 6번 아이언의 정확성이 프로 선수 피칭 웨지의 정확성과 비슷할 정도였다. 사진 EPA연합
콜린 모리카와는 7월 19일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디오픈에 처음 출전해 우승했다. 지난해 8월 처음 출전한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데 이어 1년도 채 되지 않은 기간에 자신의 8번째 메이저이자 처음 출전한 디오픈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골프 사상 처음 출전한 메이저에서 2승을 올린 것은 모리카와가 처음이다. 모리카와는 타이거 우즈 이후 최고의 ‘아이언 마술사’로 꼽힌다. 대학 시절 이미 6번 아이언의 정확성이 프로 선수 피칭 웨지의 정확성과 비슷할 정도였다. 사진 EPA연합

UC 버클리 경영학 전공 수재

미국에서는 운동선수가 자연스럽게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만 모리카와처럼 둘 다 잘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근교의 공립학교인 라카냐다 고교를 졸업하고 UC 버클리를 다녔다. 그는 대학에서 미국 대학의 우수 선수들을 이르는 ‘올 아메리칸’에 4년 내내 꼽혔다. 미국 아마추어 1위, 세계 아마추어 1위도 차지했다.

그러면서 2학년 가을에 미국의 3대 학부 비즈니스 스쿨로 꼽히는 UC 버클리의 하스 경영대학에 진학해 졸업했다. 굳이 공부까지 ‘빡세게’ 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던 그는 “나는 골퍼로서 나만의 브랜드가 있다. PGA투어에서 벌어지는 비즈니스에 대해서도 알고 싶고 직접 개입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페퍼다인대학 여자 골프팀 선수 출신인 캐서린 주와 사귀면서 골프 선수로서 겪기 쉬운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모리카와는 “투어에 진출하면 대단히 외롭다. 그녀가 함께 있어준 덕분에 새로운 도시를 여행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다음 라운드의 스트레스에 짓눌리지 않은 채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가족이 있고 아이들을 동반하는 선수들이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는 것은 그렇게 스위치를 끌 수 있다는 것도 한몫하는 것 같다. 캐서린이 아니었다면 나도 24시간 내내 골프에만 집중하면서 다음 라운드 걱정에 안절부절못했을지 모른다. 그렇게는 살 수 없다”고 했다.

경영학을 전공한 그가 코스 매니지먼트에 능한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디오픈 1주일 전 유러피언 투어 스코티시 오픈에서 처음 경험한 링크스 코스 대비책을 완전히 세웠다. 느린 그린에 대처하기 위해 퍼터의 헤드 무게를 10g 늘리고, 손목 움직임을 최소화하기 위해 집게 그립을 구사했다. 그리고 스핀이 더 잘 걸리는 아이언 모델로 교체하고, 60도 웨지를 사용했다. 그의 백을 메는 20년 경력의 베테랑 캐디인 J.J. 자코비치는 “PGA챔피언십 때도 이야기한 것처럼 그는 디오픈에서도 이미 100번은 경험해 본 것처럼 익숙하게 플레이했다”며 “그는 마음속에 거대한 목표가 있는 것 같다. 정신적인 성숙함이 그의 최대 강점이다”라고 말했다. 모리카와는 프로 데뷔 6경기 만에 우승하고 2년 만에 메이저 2승을 포함해 PGA투어에서 5승을 거두었다. 그는 우즈처럼 장타를 치거나 압도적인 카리스마가 있는 선수는 아니다. 그래서 과소평가되는지도 모른다. 반면 승부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없고 코스 안팎에서 삶의 밸런스를 잘 유지하고 있다. 모리카와의 똑똑한 골프가 장타를 앞세운 근육질 골퍼들을 상대로 어떤 대결을 벌이는지 지켜보는 것도 골프의 묘미를 더해 줄 것이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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