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같은 근육질 몸매를 드러낸 골퍼의 스윙과 경주용 스포츠 차량의질주 본능을 접목시킨 야마하 골프의 리믹스 광고. 젊은 세대의 취향에 맞춰 기존 골프 광고의 문법을 바꿨다는평을 듣는다. 사진 오리엔트 골프
조각 같은 근육질 몸매를 드러낸 골퍼의 스윙과 경주용 스포츠 차량의질주 본능을 접목시킨 야마하 골프의 리믹스 광고. 젊은 세대의 취향에 맞춰 기존 골프 광고의 문법을 바꿨다는평을 듣는다. 사진 오리엔트 골프

조각 같은 근육을 가진 골퍼가 상반신을 드러낸 채 스윙을 한다. 잔 근육까지 또렷한, 식스팩 수준을 초월하는 몸매여서 잠시 CG(컴퓨터 그래픽)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한편에선 스포츠 경주차가 짐승 울음소리 같은 굉음을 내며 폭발적인 질주를 시작한다.

지난 2월 방송과 지면, 옥외 광고판을 통해 동시에 시작한 이 광고는 야마하 골프의 국내 공식 에이전시인 오리엔트골프가 내놓은 클럽 홍보 광고다. 김포공항이나 제주공항에서도 쉽게 눈에 띄는 이 광고는 중장년층 대상의 중후함과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하던 기존 골프용품 광고의 문법을 바꿨다는 평을 듣는다. 광고 속 근육 맨도 전문 모델이 아닌 프로 골퍼 출신으로 레슨을 하는 박기태 프로다. 그는 광고 촬영을 앞두고 극단적인 다이어트와 운동을 병행해 20일 만에 13㎏을 감량했다고 한다. 그는 “주변에서 ‘요즘 야마하 광고 미쳤던데?’라는 소리를 들으면 은근히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2030 잡기 위한 ‘세 개의 화살’

이갑종 오리엔트 골프 회장은 “한국 골프 시장은 이제 새로운 주요 소비자로 떠오른 2030 젊은 세대와 여성 골퍼들의 마음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며 “기존의 중장년층 중심의 고가 브랜드라는 이미지에서 친근한 브랜드로 바꾸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근육 골퍼 광고’는 한국 팬을 겨냥한 독자적인 작품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는 지난해 기준 국내 골프 인구는 약 470만 명이며, 그중 20~30대 비중은 85만4000명인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 20~30대 골프 인구는 약 115만 명으로 증가해 전체 골프 인구 대비 4분의 1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보았다. 재력 있는 중장년층의 ‘아재 스포츠’였던 골프에 거센 젊은 바람이 불기 시작한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꼽힌다. 우선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접근성이 쉬운 스크린 골프를 통해 골프의 문턱이 낮아졌다는 점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고 남 눈치 보지 않고 소비하는 젊은 세대의 특성, 소셜 미디어로 소통하고 유행을 좇는 2030세대의 플렉스(flex·자신의 성공이나 부를 뽐내거나 과시한다는 뜻) 문화가 골프 인기에 불을 지폈다는 분석이다. 오리엔트 골프는 1996년부터 야마하 브랜드의 한국 공식 에이전시를 맡고 있다. 한국 내에서 독자적인 홍보와 마케팅으로 일본 골프용품 업계에서 야마하가 차지하는 위상보다 브랜드 파워를 더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야마하에선 오리엔트 클럽의 고객 조사를 바탕으로 한국 시장 전용 남녀 클럽도 출시하고 있다.

2030 파워가 세계 어느 곳보다 강한 한국 시장에 맞춰 오리엔트 골프는 새 고객층을 겨냥한 세 가지 화살을 동시에 날리고 있다. 젊은 세대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골프용품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는 체험형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 그리고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대회 후원을 통해 전문 골프 용품사로서의 이미지를 높이는 것이다.

먼저 ‘매스티지 클럽(Masstige Club)’이란 브랜드 전략을 선언했다. 매스티지는 대중(mass)과 명품(prestige product)을 조합한 신조어다. 선망하지만 갖기 어려웠던 명품을 대중화하는 마케팅 전략을 뜻한다. 기존의 고급 브랜드 외에 다양한 가격 정책으로 소비자가 쉽게 써볼 수 있는 제품군을 내놓는 투 트랙 전략이다. 제품 구매 이후 3주 이내에 단순 변심까지도 교환과 환불을 보장하는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다. 3월부터 10월까지 야마하 클럽을 구매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1억원 상당의 경품을 건 행사도 함께하고 있다.


골프계의 새로운 고객으로 떠오른 2030 세대를 겨냥한 공격적 마케팅을 선보인 오리엔트 골프 이갑종 회장. 사진 오리엔트 골프
골프계의 새로운 고객으로 떠오른 2030 세대를 겨냥한 공격적 마케팅을 선보인 오리엔트 골프 이갑종 회장. 사진 오리엔트 골프

명품의 대중화 ‘매스티지 전략’

야마하는 지난해 영화와 소설로 유명한 ‘반지 원정대’의 내용을 패러디해 ‘리믹스 원정대’라는 용품 렌털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20일간 무상으로 시타를 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절대 드라이버’를 찾아보자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매스티지 전략’의 역효과도 있을 것이다. 싸구려 이미지가 생겨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그는 이렇게 답했다. “지금은 모든 정보가 오픈되는 시대다. 인터넷 검색 몇 번만 해보면 국내외 모든 골프용품에 대한 소비자의 사용 경험과 가장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조건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야마하는 고가 제품으로 중장년층이 사용하는 클럽이란 고정 이미지를 무너뜨리지 못하면 더는 성장할 수 없다. 젊은층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우선 그들이 써보아야 한다. 싼 게 별 볼 일 없으면 비지떡이지만 가격은 싼데 제품이 좋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제품력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매스티지 전략에 들어가는 비용 부담은 잠재 고객을 개발하는 투자라고 생각한다.”

이 회장은 골프 업계에선 ‘돈키호테’로 통한다. 지금은 흔한 옥외 골프용품 광고, 골프 대리점에서 편하게 신제품을 쳐볼 수 있는 시타 클럽 배치, 가격 정찰제, 일반인 광고 모델 채용, 첨단 로봇을 통한 용품 광고, 무료 렌털 서비스 등이 모두 오리엔트 골프에서 처음 시도해 지금은 대중적인 골프 마케팅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지난 2015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2018년 복귀해 최근의 공격적인 마케팅을 주도하고 있다. 오리엔트 골프는 정부가 후원하는 ‘제23회 여성이 뽑은 최고의 명품 대상 시상식’에서 여성 골프채 부문 4년 연속 대상을 받았고 ‘2021 한국 브랜드 리더 대상’에서 골프용품 도소매 부문 최고 브랜드로 선정되기도 했다. 호주에 본사를 둔 세계브랜드재단(TWBF)이 주관하는 브랜드 로레이 어워드에서 야마하가 ‘월드 베스트 브랜드’로 선정되는 데 기여했다.


“고객의 머릿속에는 브랜드 사다리가 있다”

오리엔트 골프가 7월 22일부터 나흘간 충남 태안의 솔라고CC에서 열리는 야마하·아너스K오픈(야마하오픈)의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한다. 이 대회는 나흘간 가장 적은 타수를 적어내는 선수가 우승하는 스트로크 플레이가 아니라 변형 스테이블포드로 열린다. 변형 스테이블포드에서 선수들은 스코어에 따라 점수를 받는다. 과감하게 핀을 공략하는 선수에게 보상이 확실한 경기 방식으로 공격적인 경기를 유도한다.

그는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그것을 선별할 수 있는 골퍼는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자동차를 고를 때는 가격대를 비롯해 배기량, 제로백 등을 꼼꼼히 살피지만 정작 골프용품은 대충 사는 경향이 있다. 그걸 바꾸려면 직접 써보게 하는 게 최고의 방법이다”라고 했다. 그는 사무실에 2000여 권의 장서를 비치할 정도로 독서를 좋아한다. 그는 “고객의 머릿속에는 브랜드 사다리가 있다. 그 사다리 맨 위가 제일 좋겠지만 적어도 세 번째까지는 들어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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