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와 올해 ‘한국의 골프장 이야기 1, 2’를 펴낸 류석무씨.
지난해와 올해 ‘한국의 골프장 이야기 1, 2’를 펴낸 류석무씨.

그는 골프를 굳이 싸움이라고 한다면 자연 속의 코스와 나누는 ‘사랑싸움’일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끝나지 않는 싸움에서는 더 사랑하는 이가 이긴단다.

‘한국의 골프장 이야기’ 시리즈를 낸 류석무씨는 지난해 펴낸 1권 서문에서 “미국 오거스타내셔널이나 페블비치,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 대한 정보는 우리말로도 넘쳐나는데, 정작 우리나라에서 으뜸가는 골프장에 대한 정보는 자신의 홈페이지에서조차 제대로 찾기 어렵다”며 말문을 열었다. “먼 곳에 있어도 이야기가 많은 것은 점점 더 좋아 보이고, 가깝되 알 수 없는 대상에는 오히려 서먹한 감정을 갖게 되기 마련이다”고 덧붙였다. 읽는 이에게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전하고 싶은 생각에서인지 ‘코스의 속삭임까지 받아 적은, 우리나라 골프장들 순례기’라는 부제를 붙였다.

지난 10월 1년 만에 2권을 낸 그는 “첫째 권을 읽어주신 분들 덕에 둘째 권을 내게 됐다”는 감사의 말로 책을 시작한다. 그의 책은 두 권 모두 500쪽 안팎인 데다 단단한 하드커버로 무장하고 있다. 그런데 읽다가 보면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골프장 풍경 사진들(남기고 싶은 순간을 기다려 저자가 찍은 사진이 상당수다)과 보드라운 감성으로 마음이 말랑말랑해진다. 그리고 가보고 싶어진다.

1권에서 안양 CC, 클럽 나인브릿지, 우정힐스 CC 등 골프장 24곳을 다룬 데 이어 2권에서는 가평베네스트 GC, 해슬리나인브릿지, 잭니클라우스 GC, 파인비치 등 골프장 23곳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직접 라운드한 체험을 바탕으로 골프장 구석구석의 역사와 문화, 코스 설계에 얽힌 뒷이야기까지 세세하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얼마나 골프를 좋아하기에 이렇게 책까지 냈나.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지 브랜드 마케터로 일하며 ‘라코스떼’ ‘먼싱웨어’ 등 여러 유명 스포츠·골프웨어 브랜드 마케팅 기획을 맡았다. 그 과정에서 옷의 배경이 되는 골프의 역사와 문화 전반에 대해 탐구할 기회를 가졌다. 골프를 하다 보면 플레이 자체에 매몰되기 쉬운데, 그때 문화적인 식견을 함께 갖출 수 있었던 듯하다. 당시 ‘남자의 옷 이야기 1, 2(1997년)’라는 책을 내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십수 년 기간에는 골프 관련 사업을 했다. 국내외 여러 골프장과 협업하면서 많은 골프장을 다니고, 비즈니스 골프 라운드를 자주 했다. 한편, 문학을 전공한 인연으로 ‘뿌리깊은나무·샘이깊은물’의 편집장을 겸직했다. 그 과거를 아는 이들이 골프 칼럼을 의뢰해 이따금 신문과 온라인 매체에 기고했는데, 그러다가 기왕 글을 쓰려면 한국 골프 문화에 보탬이 될 만한 콘텐츠를 쌓아가는 게 의미 있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콘텐츠 작업이 골프장 이야기라 판단해 시작했다.”

골프장 이야기가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공은 몸으로 치지만 골프는 골프장과 하는 게임이다. 골퍼는 공격하고 골프장은 방어하는 것이다. 플레이어 간의 경쟁이 큰 변수가 되기도 하지만 ‘골프의 본령은 골프장과의 사랑과 전쟁’이다. 스윙하는 기술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볼을 잘 치는 타이거 우즈가 세상에서 가장 온전한 골프를 하는 이는 아닐 것이다. 비교가 적절하지 않을 수 있지만 와인을 즐기는 것과 비슷할 수도 있겠다. 세계 와인 테이스팅 경연에서 우승한 소믈리에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술꾼은 아닐 것이며 와인을 가장 많이 마실 수 있는 이가 멋진 애주가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와인은 와이너리와 품종, 떼루아, 빈티지 등의 총체적 문화를 공부하며 마시는 분위기가 일반적인 데 견주어 골프는 공을 치는 기술에 관심이 편향돼 있다. 골프장은 와인보다 절대 간단하지 않다. 어쩌면 훨씬 입체적이고 역동적인 데다가 오묘한 세계일 것이다. 그런 골프장에서 공만 쫓느라 바쁘다면 지나친 낭비라 할 수 있다. 그린피는 오죽 비싼가. 우리나라엔 입시 공부하듯 골프를 배우고 예비군 훈련하듯 플레이하는 분위기가 장년 이상 세대를 중심으로 만연해 있다.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면 골프의 즐거움이 얕고 소모적인 것이 된다.”

시리즈는 앞으로 어떻게 진행할 계획인가.
“3권은 영동과 남부지방, 제주도의 골프장들을 살펴보려 한다. 수도권 골퍼에게는 여행지 골프장의 순례 안내서일 것이고 지방 골퍼들에게는 1, 2권이 수도권 골퍼들에게 주었던 가치를 할 것이다. 4권까지 내면 대략 100여 개 골프장을 살펴보게 된다. 일단 4권까지 낼 계획이다.”

파인비치 비치6번 파3 홀-아픈 기억도 미화되는 절대미 7년 전 이 홀에서 동반자 네 명 모두 티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했으나 몇 년 뒤 만나 이야기하니 세 명 다 자신들이 온 그린해서 파를 잡은 것으로 기억했다. 매우 아름다워서 기억조차 아름답게 변하는 홀이다. 사진 파인비치 골프링크스
파인비치 비치6번 파3 홀-아픈 기억도 미화되는 절대미 7년 전 이 홀에서 동반자 네 명 모두 티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했으나 몇 년 뒤 만나 이야기하니 세 명 다 자신들이 온 그린해서 파를 잡은 것으로 기억했다. 매우 아름다워서 기억조차 아름답게 변하는 홀이다. 사진 파인비치 골프링크스
아시아나 동코스 마지막 홀 그린-짜릿하고 비루한 추억 골프는 당연히 스트로크 플레이 ‘내기’로 하는 줄 알던 시절 ‘내기 골프의 성지’로 숭앙하던 골프장이 아시아나 CC 동코스였다. 빠르고 양파칩처럼 우그러진 그린에서 스코어는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사진 아시아나 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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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크스-자신을 다시 그려내는 골프장 일본에서 크게 성공한 재일교포 도시락 재벌 김홍주와 한국 전통미를 살리려고 애썼으나 일본에서는 ‘조센징’으로 한국에서는 ‘왜색’이라 배척받았던 건축가 이타미 준(유동룡)이 서로를 어루만지며 빚어낸 예술품. 사진 핀크스 G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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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지암 GC 9번과 18번이 만나는 LG의 시그니처 정원-소년으로 돌아가다 어릴 적 들판에 서면 무지개를 찾아 떠나고 싶었다. 이곳에 서면 그 소년으로 돌아간 듯 아스라한 꿈이 되살아난다. 연못가의 두 그루 장대한 금강송. 한 그루는 하늘로 솟아오르고 또 한 그루는 구름 위에서 무언가를 잡아 내려와 호수에 담아낸다. 사진 류석무
곤지암 GC 9번과 18번이 만나는 LG의 시그니처 정원-소년으로 돌아가다 어릴 적 들판에 서면 무지개를 찾아 떠나고 싶었다. 이곳에 서면 그 소년으로 돌아간 듯 아스라한 꿈이 되살아난다. 연못가의 두 그루 장대한 금강송. 한 그루는 하늘로 솟아오르고 또 한 그루는 구름 위에서 무언가를 잡아 내려와 호수에 담아낸다. 사진 류석무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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