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램블러 ‘1100 스포르트 프로’에 탑재된 1079cc 엔진은 저속 영역인 2000~3000에서 토크가 풍부해졌다. 사진 양현용
스크램블러 ‘1100 스포르트 프로’에 탑재된 1079cc 엔진은 저속 영역인 2000~3000에서 토크가 풍부해졌다. 사진 양현용

스크램블러는 두카티의 하위 브랜드다. 빨간색을 중심으로 섹시한 이탈리안 슈퍼 바이크를 표방하는 두카티와 달리 옐로를 중심으로 자유분방하고 대중적인 이미지를 가진다. 2018년에 처음 선보인 스크램블러 ‘1100’은 스크램블러 시리즈에 더 커진 배기량의 엔진과 고급스러운 패키지를 더해 만들어진 상위 버전이다. 그리고 출시 2년 만에 부분 변경한 ‘1100 프로’는 단순한 부분 변경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프로’를 붙인 것으로 보인다.

배기 시스템을 제외하고는 온통 무광과 유광 검은색으로 칠한 덕분에 선명한 금색의 올린즈 서스펜션(충격흡수장치)이 블랙 컬러와 대비되며 더욱 눈길을 끈다. 무광의 연료탱크 위에 유광 블랙 데칼로 ‘1100’을 큼지막하게 써놨는데 두 블랙의 질감 차이가 묘하게 관능적이다. 여기에 낮고 넓은 플랫 핸들 바 그리고 카페 레이서풍의 바 엔드 미러가 장착된다. 검은색만으로는 심심했는지 갈색 시트를 조합했다. 전체적인 결과물은 이전보다 더욱 세련되고 어른스러운 느낌이다.

시트 높이가 낮은 편은 아니지만, 차체가 가벼워서 부담이 없다. 널찍한 플랫 핸들 바 그립을 잡으면 자연스레 팔꿈치가 밖으로 향하는 공격적인 자세가 나온다. 시트는 앞뒤로 길고 평평해 탠덤(뒷좌석에 앉는 것) 하기에도 편하고 혼자 탈 때 무게 중심을 이동하기도 수월하다. 모토크로스 스타일로 상체를 곧게 펴고 달리거나 슈퍼 바이크를 타듯 잔뜩 숙여서 타도 좋다. 자유로운 라이딩 스타일은 스크램블러의 장점이다. 편안한 시트 쿠션과 널찍하게 엉덩이를 받쳐주는 디자인 덕분에 장시간 주행도 문제가 없었다.

기존에는 엉덩이 좌우에 붙던 머플러가 이제 우측 상단에 정렬되며 좀 더 스크램블러 스타일에 어울리는 디자인이 되었다. 사일렌서(소음기)의 마감도 뛰어나 언뜻 애프터마켓 제품처럼 보이기도 한다. 달라진 배기 시스템은 주행에서도 좋은 인상을 남겼다. 스로틀(가속레버)을 열 때 과하지 않으면서도 적당한 음량으로 존재감을 가지는 배기음이 스로틀을 재촉하고 감속 때 팡팡 터지는 팝콘 소리가 주행의 재미를 더한다. 규제 안에서 라이더에게 줄 수 있는 최대한의 피드백이다.

1079㏄의 엔진은 저속 영역인 2000~3000에서 토크가 확실히 풍부해졌다. 여기에 느슨해진 세팅 덕분인지 전체적인 진동이 줄어들었다. 평지에서 등속으로 달리거나 내리막을 갈 때와 같이 엔진에 부하가 적을 때의 회전 감각은 야들야들하고 매끄럽다. 하지만 오르막이나 가속과 같이 엔진에 토크가 걸리는 상황에서는 엔진 소리도 거칠게 바뀌고 90도 트윈 특유의 진동이 터져 나온다. 하지만 라이더를 불쾌하게 만들기보단 재미를 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다양한 규제 속에서 공랭 스포츠 엔진이 씨가 말라가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재밌는 공랭 엔진을 만들어주는 것이 고마울 정도다.


널찍한 플랫 핸들 바 그립을 잡으면 자연스레 팔꿈치가 밖으로 향하는 공격적인 자세가 나온다. 사진 양현용
널찍한 플랫 핸들 바 그립을 잡으면 자연스레 팔꿈치가 밖으로 향하는 공격적인 자세가 나온다. 사진 양현용
선명한 금색의 올린즈 서스펜션이 검은색과 대비되며 더욱 눈길을 끈다. 사진 양현용
선명한 금색의 올린즈 서스펜션이 검은색과 대비되며 더욱 눈길을 끈다. 사진 양현용

전자장비 패키지에 3가지 주행 모드 갖춰

스크램블러 1100은 라이더의 안전을 보조하는 전자장비 패키지가 기본으로 탑재된다. 우선 완전 전자식 스로틀을 탑재하고 세 가지 주행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여기에 코너링 브레이크 잠김 방지 시스템(ABS)과 트랙션 컨트롤은 두카티의 기술력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평지뿐만 아니라 코너링 중에 개입할 때도 운전자에게 큰 위화감을 주지 않는다.

주행 모드도 탑재했지만 스크램블러답게 모드별 이름도 액티브(Active), 저니(Journey), 시티(City) 등으로 나뉜다. 액티브는 86마력의 풀 파워에 빠른 스로틀 응답과 개입을 줄인 트랙션 제어까지 주행의 즐거움을 특히 강조한 모드다. ‘저니’는 풀파워지만 부드러운 응답의 스로틀 반응에 트랙션 컨트롤의 개입을 늘리고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우선으로 세팅한 모드다. 마지막으로 ‘시티’는 스크램블러 800과 비슷한 75마력의 출력을 내도록 설정하고 부드러운 스로틀 반응과 안전을 중시하는 트랙션 컨트롤 세팅으로 도심 주행에 최적화했다. 물론 모드별 세팅은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재설정할 수 있다.

스포르트 프로가 일반 모델과 가장 다른 점은 바로 올린즈 서스펜션이다. 올린즈 프런트 포크와 리어 쇽업소버는 색채만으로도 존재감을 내뿜지만, 실제 주행에서의 피드백은 그 이상이다. 스크램블러답게 양측 모두 약간 긴 150㎜의 작동 폭을 가져 포장도로와 비포장도로의 다양한 노면에 대응한다. 제법 긴 트래블이지만 포장도로에서도 서스펜션이 낭창이는 느낌 없이 자연스럽게 반응한다. 스트로크가 긴 만큼 더 ‘쫀득’한 피드백을 주는데다 솔직하게 움직이는 서스펜션이 더 적극적인 하중 이동을 유도한다. 완전 조절식이기 때문에 취향에 따라 원하는 세팅으로 설정할 수도 있다. 스포르트와 노멀의 가격 차이는 240만원으로 올린즈 포크를 별도로 구매하는 가격을 생각하면 오히려 이득이라는 생각도 든다.

스크램블러 두카티와 두카티는 브랜드를 상징하는 옐로와 레드만큼이나 다른 분위기를 갖고 있다. 그리고 스크램블러 1100 스포르트 프로는 혈통을 숨기지 못하듯 두카티처럼 달리고, 서고, 돈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에 두카티처럼 진지하지는 않다. 겉으로 보이는 스타일부터 달리는 감각, 바이크 위에 앉은 운전자의 기분까지 자유롭고 가벼운 마음이 드는 것은 두카티와는 차별화된 스크램블러만의 장점이다. 스포르트 프로를 타면서 이런 스크램블러다운 매력에 공감했다.

양현용 월간 ‘모터바이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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