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그랜드하얏트서울 스테이크 하우스 전경, 비욘드 버거, 숯불로 구운 스테이크. 사진 그랜드하얏트서울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그랜드하얏트서울 스테이크 하우스 전경, 비욘드 버거, 숯불로 구운 스테이크. 사진 그랜드하얏트서울

스테이크는 커다란 고깃덩이를 소금 이외 별다른 양념 없이 불에 굽기만 하는 원초적인 요리다. 단순하기에 오히려 까다로운 스테이크는 어떤 열원(熱源), 즉 불을 활용하느냐가 맛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가스 오븐은 온도를 정확하게 조절할 수 있고 편리하지만, 가스가 불로 변환되는 과정에서 수분이 발생해 겉이 바삭하게 구워지는 걸 방해할 수 있다. 기름을 둘러 굽는 프라이팬은 표면이 튀겨져 바삭하긴 하나 구이인지 튀김인지 헷갈리는 상태가 되기도 한다. 장작불은 온도가 매우 높아 겉은 바삭하게 익으면서 속은 촉촉하고 부드러운 상태를 유지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나무가 타면서 발생하는 그을음이 고기에 덧입혀져 흔히 ‘불맛’으로 착각하는 탄내와 쓴맛이 날 위험이 있다.

숯은 장작만큼 화력이 강하면서 그을음이 없어서 스테이크 구이용으로 가장 이상적이라고 많은 전문가가 꼽는다. 하지만 불 피우고 유지하기가 쉽지 않아 이를 사용하는 스테이크 전문점은 국내에 몇 되지 않는다.

서울 남산에 있는 그랜드하얏트서울 ‘스테이크하우스’는 숯을 사용하는 드문 식당 중 하나다. 스페인 피라(Pira)의 숯 오븐을 우리나라에서 처음 도입했다. 피라는 숯 오븐으로 세계적 명성을 가진 업체다. 가스 대신 숯을 채워서 사용하는 오븐으로, 세계적 스테이크 전문 레스토랑들이 애용한다.

호텔 로비에서 계단을 걸어 내려와 레스토랑에 들어서면 통유리창 너머로 한강과 강남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서울 소재 특급호텔 중 남산 중턱에 있는 이곳만큼 탁월한 풍광을 가진 곳은 드물 것이다. 매장에 들어서 왼쪽으로 완전히 개방된 주방이 보이고, 그 한가운데 이 식당의 주역이라 할 피라 오븐이 당당하게 서 있다.

스테이크에 집중하는 식당답게 메뉴판이 누르스름한 종이 딱 한 장이다. 메뉴판 맨 위 닭날개 피라 오븐구이, 오징어 튀김 등 안주로 먹을 만한 가벼운 음식 세 가지가 보인다. 그 아래 시저 샐러드, 가리비 세비체, 갑각류 비스크, 푸아그라 테린 등 전채 13가지가 있다.

메뉴판 한복판에 ‘BEEF(소고기)’라는 큰 글씨와 함께 이 레스토랑의 대표 메뉴인 소고기 스테이크 9가지가 나열됐다. 한우로는 안심, 채끝등심, 뼈 있는 꽃등심, 티본 4 부위와 미국 고급 소고기 생산농장 ‘크릭스톤’의 안심, 채끝등심, 토마호크 등 3부위 중에서 선택 가능하다. 호주 블랙앵거스 소갈비 바비큐와 햄버거도 있다.

소고기가 별로라면 제주 흑돼지 찹(chop)이나 유기농 닭 반 마리 구이, 호주산 양고기 더블 찹을 골라도 된다. 해산물로는 왕새우·메로·연어·바라문디·바닷가재 그릴 구이가 있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햄버거도 있다. 미국의 대표적 대체육 제조업체 ‘비욘드 미트(Beyond Meat)’에서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비욘드 버거’ 패티를 사용한다. 소고기 패티와 아주 비슷하지만 더 기름지고 비릿한 뒷맛이 입에 남기는 한다.

스테이크에 곁들일 사이드메뉴로는 구운 아스파라거스나 당근·브로콜리 구이, 양파 튀김, 감자 구이, 맥앤치즈(Macaroni and Cheese), 프렌치프라이(감자튀김) 중 선택 할 수 있다. 스테이크 소스로는 베어네이즈, 바비큐, 브랜디향 녹색 통후추, 레드와인, 송로버섯버터가 있다.

점심에만 제공되는 세트메뉴는 실속 있다. 전채·메인과 사이드·후식으로 구성된 3코스 메뉴가 9만8000원, 전채·수프·메인과 사이드·후식 4코스 메뉴가 10만8000원. 물론 식후에 커피나 차도 준다.

전채 5가지, 수프 2가지, 메인 6가지, 사이드 6가지, 디저트 4가지 중에서 고를 수 있어 선택의 폭이 좁지 않다. 메인으로 나오는 스테이크는 단품으로 주문할 때보다 작지만 양이 적지는 않다. 여성이라면 오히려 적당할 수도 있다.

나와 동행 둘 다 3코스 메뉴를 선택했다. 나는 관자 세비체, 미국 크릭스톤 채끝등심 스테이크와 매시포테이토, 바닐라 아이스크림 선데이를, 동행은 유기농 토마토 부라타 치즈 샐러드, 한우 안심 스테이크와 포르토벨로 버섯 구이, 뉴욕 스타일 치즈케이크를 주문했다.

피라 오븐에서 구워 나온 두 스테이크는 거뭇거뭇한 그릴 자국 외에는 아무 장식이 없었다. 반질반질 촉촉해 보이지도 않았다. 프라이팬에 구운 스테이크는 기름이 묻어 번질거린다. 그릴에 굽더라도 대개 내기 전 스테이크 위에 버터를 녹여 나온다.

하지만 고기를 나이프로 자르니 불그스름한 속살이 육즙으로 반짝거렸다. 눈으로 언뜻 보기엔 퍽퍽할 듯했지만, 입에 넣으니 소고기 자체의 감칠맛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씹을수록 육즙이 흥건하게 배어 나왔다. 안심 스테이크는 한우 특유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육질이, 미국 채끝등심은 버터를 연상케 하는 진한 고소함이 도드라진다. 그리고 그을음 냄새가 아닌 진정한 불맛이 이 모든 걸 조용히 받쳐줬다.

얇게 저민 조개관자를 새콤달콤하게 무친 칠레식 생선회 세비체와 부드러운 부라타 치즈와 달콤한 토마토가 조화로운 샐러드, 부드럽고 매끄러운 매시포테이토, 두툼하고 쫄깃한 육질이 살아 있는 버섯구이 등 나머지 음식들도 테이블의 주역인 스테이크를 만끽할 수 있는 조연 역할에 충실했다. 다시 한 번 경험하고 싶은 맛의 무대였다.


▒ 김성윤
조선일보 음식전문기자


plus point

그랜드하얏트서울 ‘스테이크하우스(Steak House)’ ★★

주소 서울 용산구 소월로 322
전화번호 02-799-8273
분위기 테이블 간격이 널찍해서 중요한 사업상 대화를 나누더라도 남들이 엿들을 염려는 없을 듯하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편이면서 테이블에 집중된 조명 덕분에 아늑하면서도 쾌적하다.
서비스 매끄럽고 능숙하다.
추천 메뉴 시저 샐러드 2만1000원, 크랩 루이 3만3000원, 가리비 세비체 2만6000원, 한우 안심 6만8000(160g)·8만8000원(220g), 미국산 소고기 채끝등심 7만2000원(250g), 미국산 소고기 토마호크 드라이 에이징 30일 19만원(900g·2~3인분), 제주 흑돼지 찹 4만4000원(300g), 호주산 양고기 더블 찹 5만8000원(270g), 왕새우 5만원(3마리), 점심 세트메뉴 3코스 9만8000원, 4코스 10만8000원, 선데이 브런치 8만9000원
음료 피노누아·메를로·카베르네소비뇽·시라·샴페인·소비뇽블랑·샤르도네 등 와인 60여 가지를 국가·지역이 아닌 품종별로 나눠놨다. 병당 9만~36만원, 잔술 1만9000~6만9000원.
영업시간 정오~오후 2시30분, 오후 6~10시
예약 권장
주차 편리. 발레파킹 서비스
휠체어 접근성 좋음

★ 괜찮은 식당
★★ 뛰어난 식당
★★★ 흠잡을 곳 없는 식당

김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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