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산양파제육불고기. 사진 백예리 기자
여산양파제육불고기. 사진 백예리 기자

“멍게양파비빔밥, 전주남부식콩나물국밥은 이제 안 팔아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양파’가 유명한 여산휴게소(순천 방향)에서는 ‘멍게양파비빔밥’과 여산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전주의 지역 특색을 내기 위해 도입된 ‘전주남부식콩나물국밥’을 꼭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여산휴게소에 들른 길이었다. 휴게소 음식을 담당하는 외식업체가 바뀌어 이제는 그 메뉴를 먹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빛의 속도로 빠르게, 바뀐 메뉴판을 훑어봤다. 대단한 음식을 먹으러 휴게소에 온 것은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맛있는 한 끼 식사를 하고 싶었다. 김밥이나 돈가스 같은 평범한 음식을 먹을 순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멍게양파비빔밥 대신 여산양파제육불고기(9000원)가 눈에 들어왔다. 전주남부식콩나물국밥 대신엔 비빔밥으로 유명한 전주를 떠올리며 오색야채비빔밥(7000원)도 주문했다.


여산 양파의 달콤함이 입맛 유혹

비주얼은 일반 제육불고기와 다르지 않았다. 상추 한 장을 손바닥에 펼치고 밥과 제육불고기 그리고 양파와 쌈장을 다소곳하게 올려놓았다. 큰 기대를 걸지 않고 고이 접어 입안에 넣자, 같이 간 동료와 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고기는 고기 맛인데 양념이 달랐다.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게 평소 먹어보지 못한 감칠맛이 났다. 불고기가 담긴 냄비를 요리조리 살피면서 비결이 뭘까 생각해보니 결론이 나왔다. 바로 여산 양파가 만들어낸 달콤함이었다.

석회암 동굴인 천호동굴이 있으며 분지 지형인 여산은 양파 생육에 적합한 기후환경과 석회암 토양을 가지고 있다. 이 석회암 토양에서 자란 양파는 단단하고 저장성이 뛰어나며 단맛이 강하고 향이 좋다.

함께 시킨 오색야채비빔밥도 꼼꼼히 살펴봤다. 콩나물, 무채, 달걀, 시금치, 버섯 등이 다섯 가지 빛깔을 내고 있어 이름값은 했다. 하지만 특별한 한 끼 식사라고 하기엔 부족했다. 호기심이 발동해 상추에 잘 비벼진 비빔밥을 한가득 올리고 제육을 싸 먹어봤다.

‘이거다!’ 함께 간 동료와 나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 뒤 눈을 감고 쌈을 음미했다. 처음 목표했던 메뉴가 사라졌지만 포기하지 않고 새 메뉴에 도전한 것이 감동으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휴게소 인근 즐길거리·볼거리

곳곳에서 시조시인 만날 수 있는 휴게소

가람 이병기 선생 테마공원. 사진 백예리 기자
가람 이병기 선생 테마공원. 사진 백예리 기자

호남고속도로 순천 방향 여산휴게소에는 특별한 쉼터가 있다. 시조시인이자 국문학자인 가람 이병기 선생을 추모하는 테마공원으로, 2012년에 조성됐다. 화장실 오른편의 정자를 중심으로 조성된 산책길을 따라가다 보면 팔각정이 있고 이병기 선생의 약력과 작품 세계가 소개돼 있다.

전북 익산 출신인 이병기 선생은 일제 강점기인 1921년 조선어학회를 조직해 우리말을 지키는 선봉자 역할을 하면서 ‘난초’ 등 빼어난 시조를 남겼다. 산책로 곳곳에 시조가 푯말로 전시돼 있다.

도시락을 싸서 아이들과 여행길을 떠난 가족이라면 팔각정 앞 벤치에 앉아 고즈넉한 풍경을 즐기면서 식사하기에도 좋다. 휴게소가 아닌 한적한 공원에 와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여산휴게소 관계자는 “휴게소에서 약 2㎞ 떨어진 곳(여산면 원수리)에 가람 이병기 선생의 생가가 있다”며 “가람 선생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고 많은 시민에게 알리고자 휴게소 테마 공원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백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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