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한 해, 많은 기업이 약 23억 명에 달하는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 2010년생)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정작 비즈니스 산업에서 중요한 ‘소비 실세’는 따로 있다. 이제 모두 세상을 움직이는 막강한 신흥 소비 권력 5070 시니어를 주목해야 한다.

MZ 세대는 표면적으로는 트렌드를 이끄는 것처럼 보이지만 역사상 가장 가난한 세대다. 경제적 주도권이 없어 부모에게 의존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실제 강한 소비력을 가진 건 바로 5070세대, 즉 시니어 세대다. 전 세계 부(富)를 절반 이상 소유한 이들은 사회 곳곳에서 왕성한 현역으로 활동하며 강력한 구매력을 무기로 시장을 쥐고 흔든다.

세계는 점점 더 빠르게 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기에 비즈니스 활로를 모색하려면 기업은 시니어 세대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돈으로 무장한 시니어 세대가 금융, 문화, 패션, 라이프스타일, 의식주, 사회구조와 제도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시니어 세대가 무엇을 갈망하고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알아야만 향후 10년간 시장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아예 ‘에이지 프렌들리(age friendly·노인 친화적) 인증제도’까지 도입되고 있다. 고령층이 가기 좋은 레스토랑과 시니어 친화적인 도시, 서비스, 상품 등에 인증마크를 붙여준다. 실제 이 인증을 받은 기업이나 소상공인 매출이 많이 증가했다. 에이지 프렌들리 기업이나 브랜드, 도시 등만이 거대해지는 시니어 시장의 혜택을 받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책을 쓴 고려대학교 고령사회연구센터는 미국, 유럽, 일본, 중국 시장에서 포착한 시니어 비즈니스 아이템 100개를 소개한다. 이 센터는 고려대학교 글로벌일본연구원 산하 기관으로, 고령 국가에 진입한 영국과 미국, 프랑스 등 선진 사례와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트렌드를 조사, 연구하고 있다.

센터는 5070 시니어 세대가 원하는 생활 방식과 주거환경, 문화생활, 자산 관리, 건강, 삶과 죽음 등을 분석해 2022년 주목해야 할 시니어 트렌드로 크게 아홉 가지를 선정했다. 비즈니스 아이템 100개는 아홉 가지 트렌드에 맞춰 분류됐다. 대표적으로 시니어를 위한 인터넷과 모바일을 비롯해 부자 노인을 겨냥한 금융서비스, 시니어의 취미와 운동 시장, 시니어 팬덤, 웰다잉(well-dying) 등이 트렌드로 꼽힌다. 센터가 분석한 금융서비스 트렌드를 엿보자면, 센터는 “시니어 소비자들이 저축을 흔들 만한 ‘자산 이동’ 현상을 보인다. 자산이 대규모로 이동하면 이탈된 금융회사는 존폐가 갈린다. 시니어 자산가들의 자산 이동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했다. 다년간의 경험과 학습을 통해 시니어들이 주식시장 등 고위험군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라고 분석한다.

이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아닌 ‘노인을 위한 세계’가 만들어질 수도 있는 세상이다. 2018년 ‘포브스’는 인구 고령화가 ‘기업에 축복이 될 것’이라고 했다. 기업이 고령화라는 기회를 축복으로 만들어야 할 때다.


plus point

오팔 세대, 액티브 시니어 그리고 욜드

‘오팔(OPAL) 세대’는 활동적인 시니어를 일컫는 말로, ‘Old People with Active Lives’의 약어다. 일본 경제전문가 니시무라 아키라가 2002년 ‘여자의 지갑을 열게 하라’에서 처음 언급한 개념이다. 공교롭게도 ‘58년생 개띠’와 ‘58(오팔)’ 발음이 같다.

1958년 출생 인구는 92만여 명에 달해 역사상 가장 많은 출생아 수를 기록했다. 58년생 개띠는 산업의 허리 역할을 하던 나이에 외환위기를 겪고 2018년부터 정년퇴직을 시작했다. 오팔 세대 역시 58년생 개띠와 같은 베이비부머 세대(1955~64년생)를 가리킨다.

오팔 세대는 다른 말로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라고도 한다. 이는 미 시카고대 심리학과 교수인 버니스 뉴가튼이 선보인 개념이다. 그는 오늘날의 노인은 과거의 노인과는 다르다고 단언하며, 풍부한 사회 경력과 경제력과 소비력을 갖춘 50~75세를 액티브 시니어라고 정의했다. 이들은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두고 있지만 사회에서 여전히 왕성한 현역으로 활약한다. 경제력도 상당하다.

이들은 ‘욜드(YOLD·young old)’라고도 불린다. 젊은 노인을 뜻한다. 이 용어도 오팔 세대처럼 일본에서 만들어졌다. 일본에서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욜드로 분류된다. 이들은 건강과 부를 동시에 누리고 있다. 인구 규모도 커서 산업과 정치 각 영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다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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