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관리자는 경영자보다 현장에 가까이 있어 개선해야 할 문제점을 제대로 알고 있으며, 회사 네트워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므로 기업 혁신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위치다.
중간 관리자는 경영자보다 현장에 가까이 있어 개선해야 할 문제점을 제대로 알고 있으며, 회사 네트워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므로 기업 혁신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위치다.

“정보통신기술(IT) 업계에서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았듯이 중국이 머지않아 한국을 제치고 IT 시장의 강국으로 등극할 것이다.”

양위안칭(杨元庆) 레노버(Lenovo) 회장이 2010년 전 세계에 밝힌 야심 찬 포부다. 당시 레노버의 인지도는 세계 시장에서 그다지 높지 않았다. 중국 시장에서 저가 PC제품 등을 무기로 경쟁사인 화웨이와 ZTE를 넘어선 후 겨우 삼성과 애플의 경쟁상대라는 타이틀을 획득한 시기였다. 하지만 양 회장은 레노버가 이미 성숙한 비즈니스는 물론 성숙 단계로 접어드는 비즈니스까지도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기존 비즈니스와 신규 비즈니스를 결합한 새로운 성장엔진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5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14년. 레노버는 글로벌 PC 부문 1위 자리를 공고히 했을 뿐 아니라 태블릿 시장에서 판매량을 급속도로 늘리면서 몸집을 키웠다. 또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스마트폰 업체로 성장했다. 레노버의 매출은 2010년 회계연도(2010년 4월~2011년 3월) 기준 216억달러(약 24조원)에서 2014년 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 기준 463억달러(약 52조원)로 2배 이상 뛰었다.

글로벌 시장과 로컬 시장을 아우르는 비즈니스 모델의 주요 설계자로 지금의 레노버를 있게 한 사람이 양 회장이다. 37세의 젊은 나이에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그는 매년 대륙의 최고 연봉 사업가 기록을 스스로 경신해 ‘샐러리맨의 우상’으로 꼽힌다. 중국을 IT 강국으로 이끈 일등공신으로 평가받는다.

어떻게 이런 성공신화가 가능했을까. 중간 관리자였던 양 회장의 능력을 알아보고 대업을 맡긴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를 발굴하고 이 자리에 있게 한 사람은 레노버의 창업자 류촨즈(柳传志) 전 회장이다. 류 전 회장은 2001년 당시 37세의 양위안칭을 CEO로 전격 발탁했다. 그리고 레노버 회장 겸 CEO 자리를 물려줬다. 지금은 양 회장이 샐러리맨 신화의 대명사가 됐지만 과거 그는 능력 있는 초임 임원에 불과했다. 류 전 회장은 당시 “레노버에는 우수한 인재가 많은데 왜 양위안칭이냐”고 묻는 기자들의 말에 “다른 사람보다 생각이 크고,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다.

류 전 회장의 믿음을 뒷받침하는 일화가 있다. 2005년 PC 업계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사건이 일어났다. IBM 컴퓨터의 중국 내 판매 대행사에 불과했던 레노버가 IBM PC사업 부문을 통째로 인수한 것이다. 당시 PC사업 부문 사장이었던 양위안칭은 거의 모든 이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IBM PC사업 부문 인수를 강력히 밀어붙였다. 그리고 류 전 회장은 그런 양위안칭의 ‘판단력’과 ‘추진력’에 주목했다.

양 회장이 관리자 직급이던 시절의 한 일화도 류 전 회장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류 전 회장은 양 회장이 판매 담당 관리자였을 때 “하와이에서 열리는 휴렛팩커드(HP) 고객초청 행사에 참가하라”고 권했다. 하지만 양위안칭은 바쁜 업무를 이유로 다른 사람을 추천했다. 당시는 모두가 해외 출장을 가고 싶어 안달하던 때였다. 중간 관리자의 최대 목표인 ‘업무 달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양위안칭의 모습이 류 전 회장에게 강하게 인식된 셈이다. 류 전 회장은 양위안칭이라는 ‘원석’을 찾아 레노버를 글로벌 IT 업계의 강자로 키워낼 ‘보석’으로 만들어냈다.

‘양위안칭의 성공 신화’는 중간 관리자가 어떻게 CEO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회사의 중요 인물로 성장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평범한 직원은 영원히 평범한 직원에 머물다 회사를 나가게 되지만 판단력·추진력·전문성 등 남들과 다른 ‘씨앗’을 가진 사람은 결말을 바꾸고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혁신적인 중간 관리자 몇 명이 회사의 명운을 좌우한다고 강조한다. 꾸이 응우옌 후이(Quy Nguyen Huy)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중간 관리자는 경영자보다 현장에 가까이 있어 개선해야 할 문제점을 제대로 알고 있으며 회사 네트워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이런 특성을 기반으로 기업의 혁신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경영의 대가로 꼽히는 잭 웰치 제너럴일렉트릭(GE) 전 회장은 “기업의 가치와 문화를 받아들임으로써 팀의 구성원으로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 주어진 목표를 제대로 달성하는 사람이 GE가 원하는 중간 관리자 유형”이라며 “이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회사는 끊임없이 직원을 훈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회사의 경쟁력과 부서의 성과를 끌어올리는 핵심 중간 관리자가 될 수 있을까. 네 가지 방법을 살펴봤다.


레노버의 창업자 류촨즈(왼쪽) 전 회장은 중간 관리자였던 양위안칭의 판단력과 추진력을 주목했고 그에게 레노버 회장 겸 CEO 자리를 물려줬다. 사진 블룸버그
레노버의 창업자 류촨즈(왼쪽) 전 회장은 중간 관리자였던 양위안칭의 판단력과 추진력을 주목했고 그에게 레노버 회장 겸 CEO 자리를 물려줬다. 사진 블룸버그

방법 1│기대를 뛰어넘는 ‘전문성’ 보이라

중간 관리자란 한 명 이상의 부하 직원을 두고 있는 사람을 폭넓게 의미한다. 영어로는 ‘매니저(manager)’에 해당한다. 중간 관리자에게 주어지는 세 가지 책임은 △업적 달성 책임 △부하 육성 책임 △상사 보좌 책임이다. 리더십 이론에 따르면 이 세 가지 책임의 비중은 각각 60%, 30%, 10%다.

비중에서도 알 수 있듯이 회사가 중간 관리자에게 기대하는 가장 큰 역량은 성과를 내는 것이다. 성과는 물론 업무에 관한 전문성을 기반으로 나온다. 중간 관리자는 회사에서 제몫을 하기 위해 전문성을 기르지 않으면 안 된다.

윌리엄 혼 켈로그경영대학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기고문에서 자신이 미 국방부에서 30년간 근무하던 중 경험했던 한 가지 일화를 소개했다. 그가 30~150명의 군인을 이끌다가 자신보다 직급이 높은 고위 간부들만 있는 부서로 이동했던 때다. 혼 연구원은 이들이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청중을 보고 발표하지 않고 PPT 화면(슬라이드)만 보고 말한다는 문제점을 발견했다. 그는 잘 준비된 프레젠테이션이 이해관계자나 청중을 설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간부들에게 자신의 프레젠테이션 연습을 보고 피드백을 달라고 요청함으로써 간접적으로 보다 나은 방식의 프레젠테이션을 접하게 했다. 혼 연구원의 연습을 본 간부들은 그에게 자신들의 발표에 대한 피드백을 요청했고, 그는 자연스럽게 간부들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고위 간부들의 전체 프레젠테이션 실력은 크게 올랐고 이는 부대의 성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혼 연구원은 “중간 관리자의 역할 중 하나는 ‘기존 업무에서의 문제점을 찾아 개선하고 높은 기준을 제시해 부하 직원 또는 고위 직원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그들을 설득할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간 관리자의 전문성은 팀워크와 만날 때 빛을 발한다. 팀워크는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것을 말한다. 팀원들은 모두 각자 전문적인 역할을 해내야 한다. ‘어려울 때 도와주기’ ‘실수를 이해하기’ 같은 것들은 진정한 팀워크의 개념이 아니다. 팀워크는 팀원 각자가 전문성을 조화롭게 발휘함으로써 ‘전문성의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방법 2│전문성 키워줄 네트워크 개발하라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많은 사람에게 의견을 구한다. 워런 버핏과 로이드 브랭크페인 골드만삭스 CEO, 스티브 잡스의 아내 로런 잡스, 심지어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각계각층의 사람이 나의 조언자들이다. 다른 사람의 견해를 묻고 참조하는 것은 의무다. 그러지 않으면 편협해지기 때문이다.”

팀 쿡 애플 CEO의 말이다. 성장은 혼자의 힘만으로는 이루기가 어렵다. 이는 팀 쿡 같은 세계적인 경영인에게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다. 중간 관리자 역시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성 높은 조언자들을 주변에 만들어놓아야 한다.

책 ‘8시간: 성과를 증명하고 격차를 만드는 프로의 시간’의 저자 임병권씨는 “일을 하다 보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긴급한 문제가 발생할 때가 있는데 이때 급하게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화하면 단 5분 내로 해결법 또는 해결의 실마리가 될 힌트를 줄 사람이다. 꼭 저명한 대학교수나 변호사, 유명인일 필요는 없다. 임씨는 “유사한 영역에서 나보다 더 많은 실패와 성공을 경험해본 사람이면 된다”며 “회사 내부에 가치 있는 조언을 해줄 사람이 없을 때, 너무나 독특하고 전문적인 영역에서 발생한 문제라 어디에서도 해법을 구할 수 없는 답답한 상황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임씨는 현대카드·DHL코리아·오티스엘리베이터코리아·힐튼호텔 등에서 인사조직 실무를 경험한 25년 경력의 인사 전문가다.

일정 시간을 들여 전문성 있는 카페나 블로그를 방문하는 것도 좋다. 그런 카페나 블로그에는 재야의 고수들이 많이 모인다. 이런 사람들과 다양한 의견과 정보를 교환해보면 전문성을 쌓는 데 도움이 된다.

링크드인(Linked In) 같은 플랫폼도 요긴하다. 링크드인은 글로벌 영역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나 직장인들이 많이 가입하는 소셜 네트워크 미디어다. 이곳에 가입할 때는 개인의 학력, 경력, 능력, 관심 사항을 비교적 상세하게 올린다. 때문에 나와 유사한 직무를 하고 있는 사람의 이력과 배경을 비교적 상세히 볼 수 있다. 중간 관리자가 이런 사람들과 자신의 경력·배경을 비교하는 것은 매우 유용한 일이다. 현재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확장한 네트워크는 중간 관리자의 성장 모멘텀이 된다.


방법 3│지엽적 질문이 아닌 본질적 질문을 하라

‘왜 사과는 아래로 떨어질까.’

뉴턴이 던진 하나의 질문은 ‘만유인력의 법칙’이라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적 업적을 남겼다. 뉴턴의 질문이 위대한 이유는 그것이 본질적인 질문, 즉 ‘당연한 것을 당연한 것으로 보지 않는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질문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뒤집어보기도 하고 고정관념을 뒤집어보기도 했다. 현상을 보이는 대로 보지 않고 보이지 않는 부분을 찾아내는 질문을 한 것이다.

임씨는 “회사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본질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뉴턴처럼 기존의 시각에 대한 의심을 해보고 지금 눈앞에 놓인 문제를 한 단계 뛰어넘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회사의 마케팅팀에서 TV 광고를 어느 채널에서 하는 것이 좋을지를 놓고 회의를 하고 있다고 해보자. 한 직원은 A채널에, 다른 직원은 B채널에 하자고 한다. 이때 어떤 직원이 “꼭 TV 광고에 매달릴 필요 있나요? 회사의 광고 전략을 SNS 마케팅으로 전환해보면 어떨까요?”라고 질문했다면 이것이 바로 ‘본질적인 질문’이다. ‘A·B 채널 중 어느 채널이 좋을까?’는 지엽적인 질문이다.

상사에게 하는 중간 관리자의 질문은 ‘질’이 달라야 한다. 예를 들어 “팀장님, 1안과 2안 중 어느 걸로 할까요?” “언제까지 보고할까요?”라는 질문은 상사의 ‘지시를 기다리는’ 질문이다. 스스로의 일을 축소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이렇게 수동적인 자세로 일하는 사람은 주로 ‘상사의 의중을 확인’하기 위한 질문을 한다.

반면 주도적으로 일하는 사람은 ‘상사의 의견을 듣는’ 방향으로 질문을 한다. 예를 들면 “지시하신 내용의 배경을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라는 식으로 질문한다. 부하 직원에게서 이런 질문을 받은 상사는 지시가 아닌, 자신의 의견을 설명해줄 것이다.

국내 한 대기업의 인사 담당 관계자는 “기업에서의 일은 여러 사람과의 논의를 통해 이뤄진다”며 “질 좋은 질문은 활발한 논의와 토론을 이끌고 이는 곧 상사의 만족과 회사의 성과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방법 4│주도적으로 일해 상사의 간섭에서 벗어나라

일 잘하는 중간 관리자(직원)는 상사의 간섭을 받지 않고 주도적으로 일한다. ‘간섭’은 중간 관리자 또는 직원이 수동적으로 일할 때 나타나는 상사의 ‘부정적인 반응’이다. 상사는 직원이 주도적으로 일하지 않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 간섭한다.

임씨는 “간섭을 피하는 전략은 ‘상사보다 한발 앞서 움직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회의도 상사에게 먼저 요청하고 상사가 임원 회의 등을 다녀오면 먼저 ‘오늘 회의 안건이 무엇이었는지’ 묻는 것이다. ‘직원이 먼저’ 요청한 회의에서 ‘직원이 먼저’ 질문을 하면 상사는 대부분 친절하게 답변을 해준다. 이렇게 ‘주도적으로’ 움직인다는 인식을 심어주면 상사가 직원의 일에 꼬치꼬치 간섭하는 상황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간섭은 또 다른 간섭을 부르고 간섭이 늘어날수록 수동적인 행동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반면 ‘피드백’은 직원이 주도적으로 일할 때 나타나는 상사의 ‘긍정적인 반응’이다. 피드백은 상사가 당신의 질문에 답변해주고 함께 일의 방향성을 논의하고 조언해주는 것을 말한다. 팀의 우선순위를 확인해주고 새롭게 나타난 변수를 알려주기도 한다. 상사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 동기부여가 되고 관심을 받는다는 안도감도 든다.

자신의 상사가 다른 상사에 비해 간섭을 심하게 하는 스타일이라면 더욱 주도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이런 상사들이 오히려 직원을 한 번 신뢰하면 그 직원에게 더 의지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상사가 간섭을 많이 하는 이유는 부하 직원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동적으로 일하는 직원에게 더 많은 간섭을 하게 된다. 반면 주도적으로 일하는 직원에게는 더 깊은 신뢰를 주고 아예 일을 위임하기도 한다. 자신이 상사의 간섭을 많이 받고 있다면 일하는 방식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성공하는 중간 관리자가 되는 방법은 주도적인 방식의 일 진행으로 상사의 신뢰를 얻고 간섭받지 않고 일해 성과를 내는 것이다.

백예리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