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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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KT 부사장 겸 엔터프라이즈 부문장 서울대 공학박사, 현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장,전 SK인포섹 대표이사
신수정 KT 부사장 겸 엔터프라이즈 부문장 서울대 공학박사, 현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장,전 SK인포섹 대표이사

얼마 전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의 소프트뱅크그룹 상반기 실적에 관한 기자회견 기사를 읽었다. 그의 말 중 다음과 같은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시총 9조엔(약 87조6000억원)짜리 회사가 분기 적자 3조엔을 냈습니다. 큰 이익을 냈을 때 기고만장했던 게 지금은 굉장히 부끄럽습니다. 반성합니다. 큰 비전과 명분을 일방적으로 추구하면 전멸의 위험이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전멸만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손 회장의 비전과 야심, 자신감과 과감함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리더의 강한 자신감과 과감한 의사결정은 분명 엄청난 무기다. 자신감이 없는 리더가 높은 위치에 오르고 큰 변화를 만들기는 거의 불가능한 탓이다. 그러나 과도한 자신감은 조직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기도 한다. 자신감으로 승리를 반복하다 보면 자신이 모든 것을 갖춘 사람이라 믿고 자신의 결정은 ‘신(神)’의 판단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결국 ‘휴브리스(hubris)’라는 오만함에 빠진다. 

세상에는 똑똑하고 야심 넘치는 리더가 많다. 이들이 있기에 인류는 혁신이라는 선물을 부족하지 않게 얻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는 법. 이들이 선을 넘어 휴브리스에 빠질 때면 본인뿐 아니라 기업이든 단체든 국가든, 그들이 책임지는 영역이 망가지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다행히 손 회장은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고 살아남기 위한 결의를 다졌다. 사실, 승승장구만 하던 사람이 자신의 패배를 인정한다는 건 생각보다도 훨씬 어렵다. 이는 자신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이 손 회장에 비해서는 평범할지라도 야심만만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리더라고 생각한다면 다음의 세 가지 레슨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첫째, 자신의 똑똑함과 능력은 성공 확률을 조금 높일 뿐이며 그것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사업 규모가 커질수록 성공에 미치는 외부 변수의 영향은 커지고 복잡해진다. 사업이 작을 때의 성공 방정식이나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 계속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블랙 스완’의 저자 나심 탈레브가 말한 것처럼 예상치 못한 위기인 블랙 스완은 언제든 나타난다는 것을 명심하자. 

둘째, 큰 비전과 긍정, 확신과 자신감을 가지는 것은 좋지만 때로는 겸허하고 냉정할 필요가 있다. 이는 ‘스톡데일 패러독스’로도 일컬어진다. 제임스 본드 스톡데일(James Bond Stockdale)이라는 미국 해군 장교는 베트남 전쟁 때 1965년부터 1973년까지 동료들과 포로로 잡혀 있었다. 그는 포로 기간 중 살아남은 사람들과 죽은 사람들의 차이를 발견했다. 그것은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며 대비한 이들은 살아남은 반면 대비 없이 그저 상황을 낙관만 한 이들은 계속되는 상심을 못 이겨 죽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에 그는 합리적 낙관주의를 강조했다.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강한 의지와 희망은 가지되 객관적인 현실을 냉철하게 분석해 대비하라는 것이다. 이런 태도를 가진 이들이 살아남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팔친스키의 법칙’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팔친스키의 법칙은 다음과 같다. ① 새로운 것을 시도하되 일부는 실패할 것으로 예상하라. ②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을 정도만큼만 실패하라. ③ 실패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를 통해 교훈을 배우라.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은 ②다. 새로운 시도는 좋으나 파산하지 않을 만큼만 베팅하라는 것이다. 위험을 관리하고 항상 살아남을 자원을 남겨두라는 뜻이다. 이를 통해 실패하더라도 재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교훈을 잘 기억해서 우리 모두 험난한 시기를 슬기롭게 돌파하는 리더가 됐으면 한다. 

신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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