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차 사고가 나서 보험 처리를 하게 되면 다양한 기구나 전문가가 관여하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보험가입자와 보험회사, 손해 정도를 평가하는 손해사정인, 자동차 정비업체 등과 이야기해야 하며, 혹시나 이 사고를 둘러싸고 법적 분쟁이 발생하게 되면 사법기관까지 개입한다. 그런데 이런 절차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보험금 수령에 필요한 각종 계약과 서류 위․변조를 막고 일정한 알고리즘을 통해 자동 진행된다면 보험금 지급 절차는 더 정확하고 신속해질 것이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중국어로는 ‘지능합동(智能合同)’이라고 부르는 스마트 계약이다. 

스마트 계약은 블록체인 환경에서 거래에 필요한 일정한 조건이 생기면 당사자 간에 자동으로 거래가 체결되게 하는 프로그램 코드다. 이 코드는 사전적으로 예정된 조건이 충족하면 자동으로 집행되도록 설정돼 있다. 스마트 계약의 큰 특징은 사람이 직접 계약을 체결하거나 계약 체결을 중재하는 것을 절차 알고리즘을 통해 대신하는 것이다. 

중국 민법전 제469조는 당사자가 계약을 체결할 때, 서면과 구두 형식 또는 기타 형식으로 체결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스마트 계약은 ‘기타 형식’에 의한 계약 체결 방식이 된다. 중국 공업정보화부 정보센터가 2018년에 반포한 ‘2018년 중국 블록체인 백서’는 스마트 계약이 ‘특정 사실관계에 기반해 성립하는 상태 기반(stateful) 프로그램으로, 여러 당사자의 승인을 얻어 운영되는 블록체인상에서 사전적으로 설계된 조건에 따라 자산을 자동적으로 처리하는 절차’라고 규정한다. 또한 상하이시의 정보보안 모니터링 인증 센터가 2020년에 반포한 상하이시의 지방 표준인 블록체인 기술 보안 통용규범(의견수렴안) 제3.7조는 스마트 계약을 ‘특정 사실관계에 기반해 성립하는 상태 기반의 프로그램으로, 복제가 가능한 공유 블록체인 데이터 원본의 일련의 프로그램 코드를 말한다. 현실 세계에서의 계약과 규칙의 알고리즘적인 구현이다’라고 규정한다.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2018년에 ‘인터넷 법원 사건 심리에서 약간의 문제에 관한 규정(關於互聯網法院審理案件若幹問題的規定)’에서 당사자가 제출한 전자 데이터가 전자 서명, 신뢰할 수 있는 타임 스탬프, 해시값, 블록체인 등 증거 수집에 관한 변조 방지 기술 또는 전자 증거 수집 및 보전 플랫폼을 통해 그 진실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인터넷 법원이 이를 인정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스마트 계약도 이 조건에 부합하면 실무상 계약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은 기민하게 반응해 신(新)사물에 관한 법규나 정책을 만들어 공포한다. 발전하는 모든 사회상을 자신들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일단 포함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이런 법규나 정책은 처음에는 정부 가이드, 최고인민법원의 사법 해석 등 형식상 비교적 낮은 수준의 법규로 산재한다. 법규는 특정 사안에 관해 축적된 실무와의 지속적인 밀고 당기기 과정을 거쳐 그 내용이 더 풍부해지면서 형식적인 측면에서도 담당 부서에서 반포하는 부문규장, 국무원 행정 법규, 전국인민대표대회 또는 그 상무위원회가 제정하는 법률로 급이 올라간다. 인터넷 전자상거래의 발달,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 공간, NFT(Non Fungible Token·대체 불가 토큰) 거래 등 새로운 세계가 등장하면서 앞으로 스마트 계약은 필연적으로 확산할 것이다. 계약 체결 방법이 똑똑해질수록 이를 둘러싼 법규도 더 영리해지게 된다.

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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