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티크의 세계에는 음악이 있고, 미술이 있고, 책이 있고, 여행이 있다. 또 앤티크는 장식품으로서의 기능은 물론이거니와 투자 가치도 톡톡하다. 보존 상태와 희소성에 의해 그 가치가 결정되는 앤티크를 알면 알수록 ‘왜 오래된 것이 아름답고 가치 있는지’ 느낄 수 있다. 앤티크의 매력을 살펴본다.

이집트의 앤티크(Antique) 딜러와 함께 크리스티 경매에 참가해 소품 몇 점을 구입한 적이 있다. 경매가 끝난 후 빈 쇼핑백을 몇 개 더 얻어 오면서 그가 한 말이 새롭다. 크리스티가 만든 쇼핑백에 물건을 담아가기만 하면 이집트에서는 앤티크라고 인정해 세금을 면제해 준다는 것이었다. 단순한 상품이 아니고 면세 혜택을 받는 앤티크란 무엇인가.’

앤티크 전문가이자 자유여행가인 김재규씨의 저서 <앤티크 문화예술기행>의 서두를 장식한 말이다.

앤티크의 역사는 엄밀한 의미에서 인류의 역사와 그 족적을 같이 한다. 앤티크란 삶의 흔적들이기 때문이다. 앤티크는 문화 생활품으로 왕이나 귀족들이 사용하던 가구에서부터 촛대, 그릇, 수저, 책, 램프, 거울, 자동차, 재봉틀까지 일상생활에서 사용한 삶의 흔적이 담겨 있는 제품들을 말한다. 전문적으로는 오래된 물건을 지칭한다.

1000년도 오래됐다고 볼 수 있고 30년도 오래됐다고 볼 수 있지만, 현재는 100년 이전의 고(古) 물건을 앤티크라 지칭하고 있다. 심지어 수입관세법률규정에서 제작 후 100년이 지난 것들은 앤티크로 정해 관세도 물지 않는다.



2010년 초 경매에 나온 순종의 바쉐론 콘스탄틴 회중시계

앤티크는 수집하는 즐거움이 있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서 식도락을 즐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여행이 좋아서 틈나는 대로 방랑의 길을 떠나는 사람도 있다. 책을 가까이 해 독서삼매경에 빠지는 사람, 음악에 심취한 마니아까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무언가 즐거운 것을 추구하기 마련이다. 앤티크를 수집하는 즐거움은 그 모든 것을 합쳐 놓은 것만큼 즐겁다. 앤티크의 세계에는 음악의 선율이 있고, 책의 지혜가 있고, 여행의 낭만이 있다.

앤티크를 수집한 후 이것들을 관리하고 수선하고 분류하는 기쁨은 추가로 이뤄진다. 찾던 것을 수집했을 때의 성취감 못지않게 한 점 한 점 쌓여가는 만족감과 그럴수록 높아지는 사물에 대한 안목은 앤티크와의 상봉에 그 의미를 더한다.

앤티크는 장식용품으로서의 기능도 톡톡히 한다. 한 앤티크 인테리어 전문가는 “앤티크 한 점은 어떠한 모던한 생활공간에서도 빛을 낸다”고 못을 박았다. 아름다운 앤티크를 대할 때 이를 이용한 인테리어를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들의 심미안은 계속 높아져 간다.



조선시대 청화백자운룡문항아리 - 낙찰가 18억원

백자항아리에 그려진 용의 발톱이 5개인 조선시대 청화백자운룡문항아리다. 5개의 발톱을 가진 용은 황제를 상징하는 것으로, 조선시대 왕의 전유물이었다. 이런 용무늬가 있는 50㎝ 이상의 조선시대 백자 제품은 전 세계에 10여점만 발견됐을 정도로 매우 귀하다. 지난해 3월 18억원에 낙찰됐다.



청화백자산수문호형주자 - 낙찰가 15억6000만원

18세기 제작된 청화백자산수문호형주자는 큰 항아리에 손잡이와 물 나오는 구멍인 수구가 달린 독특한 청화 백자다. 그 희귀성과 보존 상태를 높게 인정받아 지난해 하반기 15억6000만원에 낙찰됐다.

앤티크 투자가치, 세월의 흔적에서 결정

앤티크는 컬렉션의 대상일 뿐 아니라 투자대상으로써도 가치가 있다. 앤티크 경매의 시작은 17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매시장에서 처음 거래된 앤티크는 책(古書)이다. 런던의 책판매원이었던 사무엘 베이커가 책 거래 방법을 생각하다 고안해낸 경매 제도는 이후 미술품부터 가구류까지 다양한 제품에 이용돼 왔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 수가 점차 늘어나 지금은 생활 전반에 걸친 다양한 물건이 경매로 사고 팔린다.

주로 앤티크 투자는 연대와 보존 상태, 희소성과 예술성, 만들어진 시대와 지역에 따라 가치가 매겨진다. 일반 미술품과 달리 제품에 삶의 흔적이 더해질수록 그 가치가 높아진다. 앤티크 딜러들 사이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당대를 풍미했던 디자이너나 장인이 제작한 가구나 도자기 등의 작품들이다. 각종 책자나 판화, 미술품도 앤티크 시장에서 상당한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도자기나 보석류, 시계 등도 투자 대상으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특히 시계는 장식적인 기능과 함께 희소성이 커 투자 가치가 높다. 지난 2010년에는 시계 브랜드 바쉐론 콘스탄틴의 회중시계가 K옥션 경매회사에 출품돼 시계 업계가 크게 들썩인 바 있다. 조선시대의 마지막 왕인 순종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바쉐론 콘스탄틴의 회중시계는 이날 경매에서 5000만원을 시작으로 최종 1억2500만원에 낙찰됐다. 

국내 앤티크 시장에서 최고의 인기는 단연 고미술품이 차지하고 있다. 대상이 되는 물품은 서(書;글씨), 화(畵;그림), 도자기(청자와 백자), 공예품(특히 목가구와 석물)으로 구분된다. 마이아트옥션의 공상우씨는 “최근 국내 고미술 시장은 조선시대 3원3재의 인기가 높지만 공급할 수 있는 양이 너무 적다”고 설명했다. 3원3재란 화가의 호가 원으로 끝나는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오원 장승업을 의미하며, 재로 끝나는 겸재 정선, 긍재 김득신, 공재 윤두서를 중심으로 제작된 조선 영·정조 시대의 그림들이다. 고미술품 뒤를 이어 인기 있는 앤티크 물품은 여러 계층의 사람이 즐길 수 있고 실용적이기도 한 목가구다. 공씨는 “목가구들은 미술품에 비해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편”이라고 말했다.

“사실 1997년부터 앤티크 도자기 시장이 침체되면서 그림과 목가구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어요. 목가구야말로 장식용과 소장용품으로서의 기능을 모두 하죠. 특히 조선시대 사랑방에서 사용됐거나 선비방이나 안방에서 쓰이던 목가구들이 현재 장식용으로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국내 앤티크 시장은 해외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미술품을 구입할 때 컬렉터들의 걱정은 역시 작품의 진위 문제이며, 때문에 현대미술이나 해외 미술품보다 크게 저평가받기도 한다는 것이 국내 컬렉터들의 설명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3년 전부터 고미술품 옥션이 2~3개 추가로 생겨나기도 했다. 공씨는 컬렉터들이 옥션을 통해 작품을 구입할 때는 3가지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첫 번째는 약 1주일간 미리 보는 공개된 전시인 프리뷰를 통해 여러 사람과 의논할 수 있으며, 두 번째는 경매에서 가격이 공개되면 원하는 가격까지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정기적인 경매를 통해 재판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점들 때문에 국내 고미술품 거래의 절반 이상은 옥션을 통해 이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귀띔이다.



긍재 김득신의 종리선인도 - 낙찰가 2억7500만원

당나라 종리권의 형상을 긍재 김득신이 그린 고미술품이다. 종리권은 영화 ‘천녀유혼’에 나오는 귀신을 잡는 도사로 유명하다. 이야기 속 인물인 종리권을 화가의 의도대로 해석해 그린 미술품이다. 작품 우측에는 조선시대 최고의 서예가인 추사 김정희의 그림평이 적혀 있다. 1980년대 일본에서 환수해 온 작품이다.



조선시대 소나무 2층장 - 낙찰가 3500만원

조선시대 선비들은 책을 귀하게 여겨, 좋은 책장을 만들어 보관했다. 약 3500만원에 낙찰된 조선시대 선비들이 사용하던 2층장으로, 이 책장을 구입한 실제 구매자가 현재 집에서 사용하고 있다.



주칠 2층 나비무늬농 - 낙찰가 1억원

아래 위가 분리되는 2층 농이다. 장과 농은 분리가 되느냐, 되지 않느냐로 구분된다. 붉은 칠을 해서 주칠로 불리며, 이런 주칠은 조선시대 궁궐에서 사용되는 목가구에만 허용됐다. 현재 기업이 운영하는 미술관에서 보관하고 있으며, 1억원에 낙찰됐다.

Tip l 영국을 중심으로 형성된 앤티크시장

크리스티·소더비, 전세계 미술경매시장의 주축

전 세계에서 앤티크 경매가 가장 왕성한 곳은 영국이다. 앤티크 숍이 밀집돼 있는 영국의 옥스테드, 길퍼드, 본드 스트리트 앤티크 센터 등에는 앤티크 딜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영국에서는 매년 큰 단위의 아트 페어가 200개 이상, 작은 규모로는 5000개 이상 열리며 매년 400만명이 넘는 컬렉터들이 이곳을 찾는다.

전 세계 미술경매시장의 양대 산맥은 ‘크리스티’와 ‘소더비’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인 2007년까지 미술 경매시장이 100억달러를 훌쩍 넘기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것도 이들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크리스티는 1766년 스코틀랜드 출신의 J. 크리스티가 영국 런던의 폴 몰에서 첫 경매를 실시하며 시작됐다. 하지만 가장 오래된 공인 경매장이자 예술 품목을 다루는 곳은 소더비다. 영국 런던의 서적판매상인 사무엘 베이커가 1744년 개인 소장 도서들을 효과적으로 팔기 위한 방법으로 행했던 경매 기술이 소더비 역사의 기원이 됐다. 1778년 그의 사망으로 조카인 존 소더비에게 회사가 넘어가면서 소더비라는 현재 이름이 됐다.

소더비나 크리스티와 같은 경매회사로부터 물품을 구입하는 방식은 일반 미술품 경매와 비슷하다. 경매 회사에 의뢰하면 개인 정보가 등록되고 전문가를 거쳐 감정된 물품들이 카탈로그로 전달돼 온다. 카탈로그에는 작가, 소유자, 전시 약력, 소유 이전 경로, 예상 낙찰가 등이 기재돼 있으며 경매 시작 약 한 달 전에 받아볼 수 있다. 관심 분야에 따른 관련 자료를 신청해 받아볼 수도 있다. 경매 시작 1주일 전쯤 쇼룸에서 입찰된 작품들을 확인할 수 있으며, 경매는 배부받은 번호표를 들어 원하는 물품이 나왔을 때 의사표현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직접 참여하기 어려울 경우 전화 참여나 대리인 참여도 가능하다. 국내의 큰 경매 회사인 서울 옥션이나 K옥션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경매에 참여할 수 있다.

김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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