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엄마 심리 수업’ 저자
일본 도쿄올림픽이 끝났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관중 없이 진행되었지만 역시나 선수들의 땀과 눈물은 우리에게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번 올림픽에서 좋은 결과를 낸 선수들도 있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로 끝난 선수들도 많다. 자신의 인생을 건 한 판 승부에서 실패하고 좌절한 선수들을 보면 안타깝다. 한편으로 걱정도 된다. 선수로서 다음 기회를 노릴 수 있을까. 혹 선수 생활을 접는다 하더라도 새로운 삶을 찾을 수 있을까. 어떤 이는 좌절을 견디고 일어설 것이고 어떤 선수는 폐인처럼 망가질 수도 있다.
좌절하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는 힘이 필요하다. 이 힘을 회복 탄력성이라고 한다. 밑바닥까지 추락해도 다시 튀어 올라가는 마음의 힘이다. 회복 탄력성을 구성하는 단어는 수용, 성찰, 긍정, 용기, 의지다. 상황을 수용하고 무엇이 실패 요인인지 성찰하고 그리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다시 용기를 내고 실천하는 의지다.
말이야 쉽지만 절망적인 좌절을 겪은 사람들에게는 남들 얘기다. 누구는 그러고 싶지 않나. 하지만 잘 안 된다. 안 되는 이유는 실패했을 때 일어나는 심리적 현상 때문이다. 실패했을 때 첫 번째 반응은 결과에 대한 부정이다. ‘이건 뭔가 잘못된 거야!’ ‘이건 내가 아냐!’ 하면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래야 잠시라도 실패하지 않은 ‘온전한 나’로 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그때 이렇게 해야 했는데’ 하는 후회와 자책이다. 세 번째로 이런 실패를 운이 없거나 남 탓으로 돌리면서 분노한다. 이렇게 자책과 남 탓, 현실 부정을 반복하게 되면 감정적 에너지만 소진되고 무슨 일을 해도 안 될 것이라는 비관주의에 빠진다. 어떻게 역경을 딛고 일어설 수 있을까?
다시 힘을 내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첫째는 수용이다. 자책과 남 탓의 쳇바퀴만 뱅뱅 돌면 새로운 동력이 생길 수 없다. 상황을 빨리 받아들여서 감정적 에너지 소모를 줄여야 한다. 둘째는 관점의 변화다. 처참한 실패를 겪은 사람이 과거의 영광만 그리워하면 답이 안 나온다. 그럴 경우 무기력해지고 자포자기에 빠진다. 기존의 가치관을 바꿔야 한다. 기대 수준을 낮추든지 아예 방향을 틀어야 한다. 사업에 실패해서 신용불량자가 되었다면 최소한 신용불량자를 벗어나는 것에 목표를 두거나 그것도 어렵다면 돈 대신에 마음이나 정신을 살리는 새로운 삶의 양식을 찾아야 한다. 셋째는 작은 실천, 작은 성공으로 시작해야 한다. 요리나 운동을 한다든지 꽃을 가꾼다든지 하는 일상에서 성취할 수 있는 행동을 무조건 해야 한다. 작은 실천, 작은 성공에서 새로운 자발성과 생명력의 싹이 자라기 때문이다.
올림픽이 끝나고 이제 패럴림픽이 시작되었다.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회복 탄력성의 끝판왕들이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이런 좌우명이 있을 것이다. ‘신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고통만 주신다.’ ‘나를 죽이지 않는 모든 것은 나를 강하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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