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2012년 사법건의 업무 강화에 관한 의견의 통지(̒‘關於加強司法建議工作的意見’ 的通知)를 반포했다. 사법건의란 인민법원 재판 과정에서 분쟁, 범죄를 예방할 목적으로 재판 중인 사건과 관련한 조직이나 관할 부서에 제도상·업무상으로 존재하는 문제에 관해 해당 제도를 개선하도록 건의하는 것이다. 인민법원은 해당 당정기관, 기업사업단위, 사회 단체와 기타 사회 조직에 사법건의를 제안한다. 조직의 상급 기관이나 주관부서를 참조해 발송할 수도 있다. 사법건의는 중국에서 법원이 판결 업무 실효성을 제고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사법건의 주요 대상은 다음과 같다. △경제·사회 발전에 중대한 문제와 관련돼 해당 부서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경우 △해당 부서의 규장 제도와 업무 과정에 중대한 공백이나 위험이 있는 경우 △국가 이익·공익에 손해나 위협이 발생할 수 있어서 관련 부서에서 조치가 필요한 경우 △노동자와 소비자 권익 보호 등 민생 문제와 관련돼 조치가 필요한 경우 △법률에 규정한 조사·집행에 협조해야 하는 부서가 인민법원의 조사·집행을 방해해 법에 따른 조처를 해야 할 경우 △인민법원의 확정판결, 결정의 이행을 거절해 판결과 관련된 부서의 법적 조치가 필요한 경우 △소송 절차 종료 후에도 당사자 간 분쟁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경우나 관련 부서의 관심이 계속 필요한 경우 등이다.

사법건의를 할 때는 관련 절차를 준수하며 시의적절하고 정확하며 합법적으로 해야 한다. 사법건의는 보통 해당 재판부나 법원의 관련 직무 부서에서 발송한다. 법원장 또는 해당 업무 담당 부원장에게 보고해 비준 내지 동의를 얻은 후 관련 단위에 송달해야 한다.

중국에서 사법건의는 법원이 사회 종합 치안 행정체계에 참여하는 중요한 통로다. 또 삼권분립을 인정하지 않는 중국에서 사법권이 존재감을 표출하는 능동적인 표현으로, 재판 영향력을 확장하는 주요 수단이 된다. 그렇다고 사법건의가 강제력 있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사법건의를 하면서 이유를 적시하고 사법건의 사항을 고려해 달라고 요청하며 그에 관한 피드백을 달라고 요구할 뿐이다. 특별히 사법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불이익이 있진 않다.

다만 사법건의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인민법원은 적극적으로 당위원회, 인민대표대회와 정부의 사법건의 업무에 대한 지지를 쟁취하고 있다. 언론을 포함한 사회 다양한 주체에 사법건의를 홍보하고 사회적인 영향력을 확대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

법관은 판결로 말한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법관이 본연의 사명을 넘어서 사법체계를 농단하기에 이르는 것은 아닌지를 판단하는 재판이 여러 건 진행되고 있다. 중국 법원의 사법건의는 자칫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사법농단으로 평가받을 수도 있을 법한 사안들이다. 그러나 삼권분립을 인정하지 않는 중국 사회주의 법률체계 아래에서 사법건의는 우리와 달리 적극적인 수용과 홍보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사회주의에 시장 개념을 도입한 중국적 특색의 사회주의는 당사자 간의 분쟁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국가(공산당)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해결하는 결과 지향의 가부장적 사법체계를 만들었다. 그러니 재판, 집행, 사법건의에 이르기까지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이 정당화된다. 우리 사법체계와는 서로 다른 중국의 사법체계가 커다란 차이를 만든 셈이다. 중국을 이해하려면 차이가 차별과 차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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