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에서 초점이 맺어지는 곳에 있는 황반에는 시세포와 시신경이 집중되어 있다. 눈으로 들어온 빛에너지를 전기 신호로 바꾸어 대뇌의 시각 피질로 보내주는 역할을 한다. 사진 아주대학교
망막에서 초점이 맺어지는 곳에 있는 황반에는 시세포와 시신경이 집중되어 있다. 눈으로 들어온 빛에너지를 전기 신호로 바꾸어 대뇌의 시각 피질로 보내주는 역할을 한다. 사진 아주대학교
김범택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현 아주대병원 비만클리닉 소장, 현 대한골다공증학회 부회장
김범택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현 아주대병원 비만클리닉 소장, 현 대한골다공증학회 부회장

B 교수는 언젠가부터 글자가 아른아른 아지랑이가 핀 것처럼 흔들려 보이고 운전 시 차선이 굽어져 보이곤 한다. 최근에는 책을 읽을 때 일부 글자가 보이지 않아 녹내장이 생겼나 하고 놀라서 안과를 찾았다. 시력 검사와 망막 촬영을 한 B 교수는 황반에 변성이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황반변성은 우리나라에서 실명을 일으키는 3대 원인(당뇨망막병증·황반변성·녹내장) 중 하나로 꼽힌다. 노인 실명 원인으로는 1위다. 황반변성은 시세포(시각세포)와 시신경이 집중돼 있고 시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황반 부위가 나이가 들면서 여러 가지 변화가 발생하고 이 변성이 점점 진행해 결국 실명하는 질환이다.

황반변성의 발생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주로 노화로 황반 내에 시세포와 시신경들이 죽고 노폐물이 잘 제거되지 않고 축적되면 이 노폐물이 독으로 작용해 건강한 시세포와 시신경을 손상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황반변성은 △망막에 드루젠(노폐물)이 쌓이거나 망막색소상피 위축이 생기는 건성 황반변성과 △망막 아래에 맥락막 신생혈관이 자라는 습성 황반변성으로 나눌 수 있다.

건성 황반변성은 매우 흔해서 정상 시력을 가진 노인에게서도 많이 보이며 약 90%를 차지한다. 보통 심한 시력 상실을 유발하지는 않아 큰 문제가 없지만, 일부가 습성으로 발전하기도 하므로 정기적인 망막 검사로 경과관찰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습성 황반변성은 황반변성의 약 10%를 차지한다. 초기에는 글자나 직선이 흔들려 보이거나 굽어져 보인다. 나중에는 단어를 읽을 때 글자의 공백이 보이거나, 그림을 볼 때 특정 부분이 지워진 것처럼 보이고, 물체가 찌그러져 변형되어 보이는 증상이 나타난다.

습성 황반변성은 건성보다 위험한 편인데, 수개월에서 수년 사이에 삼출물, 원반형 반흔, 심한 출혈, 망막박리 등을 일으킨다. 중심 시야 장애가 생기거나 실명이 될 수 있다. 일부는 진행 속도가 매우 빨라서 수주 안에 시력이 급속히 나빠지는 경우도 있다. 다만 조기진단만 하면, 레이저 광응고술, 광역학 치료, 안구 내 항체 주사 등으로 시력이 나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레이저 광응고술은 레이저 광선으로 신생혈관을 파괴하는 방법으로 신생혈관 소실에는 효과적이지만, 주변 정상 망막 조직도 같이 손상될 수 있어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광역학 치료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광 감작물질을 혈관에 주사한 뒤에 아주 약한 레이저를 맥락막 신생혈관에만 조사해 신생혈관만을 선택적으로 없애는 방법으로 시력 저하의 속도를 늦추거나 중단시키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역시 효과는 제한적이고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 그런 이유로 안구 내 항체 주사가 최근 들어 가장 많이 시도되고 있다.

안구 내 항체 주사는 눈 안의 유리체 내에 주사하여 맥락막 신생혈관을 쇠퇴시키는 치료 방법이다. 처음에는 공포스럽지만 마취 후에 머리카락보다 가는 주삿바늘로 주사하므로 통증이 거의 없고 익숙해지면 그리 두렵지 않다. 한 번 주사하고 치료 효과가 유지되는 기간은 1~2달 정도다. 초반에는 매달 병원을 찾아 주사를 맞고 그 후에는 조금씩 기간을 늘려야 시력을 유지할 수 있다. 시신경을 보존하기 위해 선글라스를 쓰고 항산제를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황반변성의 경우 간단한 망막 촬영만으로도 질병 여부를 파악할 수 있어, 안과 검진이 특히 중요한 편이다. 심해지기 전 안과 검진이 필요한 이유다. 질병관리청과 대한안과학회에서 공동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 26.5%는 생애 한 번도 안과 검진을 받지 않았다. 황반변성을 가진 국민 중 3.5%만이 자신에게 황반변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김범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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