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포천시 다락대훈련장에서 열린 8·20 완전작전 7주년 기념 훈련에서 육군 28사단 K9 자주포가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포천시 다락대훈련장에서 열린 8·20 완전작전 7주년 기념 훈련에서 육군 28사단 K9 자주포가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부연구위원 서울대 법대, 국방대 국방관리대학원 석·박사, 현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 육사 군사사학과 외래교수, 3사 초빙교수
양욱 아산정책연구원부연구위원 서울대 법대, 국방대 국방관리대학원 석·박사, 현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 육사 군사사학과 외래교수, 3사 초빙교수

‘K방산’이 뜨겁다. 2021년 우리 방위 산업(방산)체들은 약 70억달러(약 9조5130억원)어치를 수출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K방산의 세계 점유율은 2.8%이며, 세계 8위다. 물론 미국(39%)이나 러시아(19%)에는 한참 못 미치는 규모지만 영국(2.9%)이나 이탈리아(3.1%)에 거의 근접한 수치이고, 독일(4.5%)이나 중국(4.6%)과 경쟁도 가시권에 있다. 올 초까지만 해도 방산 수출 목표는 100억달러(약 13조5900억원)로 잡았다. 

그런데 갑자기 ‘대박’이 터졌다. 폴란드가 무려 20조원이 넘는 규모의 무기 체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대상은 K2 전차 약 1000대, K9 자주포 648문 그리고 FA-50 경공격기 48대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주요한 전투 장비를 모두 지원해준 폴란드군은 신속하게 최신 무기 체계를 도입해야만 했는데, 그 파트너로 한국을 선택했다.


K방산의 명암

방위 산업은 이명박 전 정부 시절부터 신성장 동력 사업으로 불리면서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가장 큰 어려움은 따로 있었다. 바로 방산 비리였다. 전력 증강 사업의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가운데 값싼 무기 체계 도입을 강조하자 각종 비리와 부실이 뒤를 이었다. 사업적 이익보다 국민적 비난이 높아지자 굴지의 대기업인 삼성은 방산을 포기하고, 삼성탈레스와 삼성테크윈을 헐값에 한화그룹으로 매각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방산은 생존하면서 발전했다. 무엇보다도 북핵 위협이 가속되면서 수많은 새로운 첨단무기가 만들어졌다. 패트리엇 PAC-3와 경쟁하는 천궁2 요격미사일, HIMARS만큼 강력하고 기동성 높은 천무 다연장로켓, SLBM을 발사할 수 있는 도산안창호급 잠수함 등 현대 전장에 필요하지만 한반도의 독특한 안보환경을 반영한 독특한 무기 체계들이 K방산을 통해 등장했다.


한국 무기, 쓸 만한가?

통상 대한민국 제품의 우수성을 설명하는 말은 ‘가성비’다. 가격 대비 성능 비율이 우수하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의 우수한 제품에 비해 다소 성능은 뒤져도 가격이 워낙 좋아 빠듯한 예산에 적정한 기능을 원한다면 한국 제품이 대안이었다. 가전이 그랬고 자동차가 그랬다. K방산도 마찬가지로 예산이 빠듯한 동남아나 아프리카 국가를 상대로 한 로테크 저가 제품이 주류였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전체 브랜드는 더 이상 가성비가 아니다. 더 이상 싸고 쓸 만한 제품이 아니라, 이제 최고 성능에 가격도 좋은 제품으로 전환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번에 약 1000대가 판매될 것으로 보이는 K2 ‘흑표’ 전차를 보자. K2는 두 번째 국산 전차로, 미국 M1 전차의 설계도면을 사와서 만든 K1과는 달리 K2는 설계부터 모두 국산이다. K2는 엔진과 변속기 국산화 문제로 개발이 지연되기도 했지만, 반능동 유기압식 현수 장치, 자동사격기능의 사통 장치, 자동장전 장치, 능동방호 체계 등 첨단 장비를 적극 채용한 최첨단 3.5세대 전차로 분류된다.

K2는 북한군의 첨단 전차는 물론이고 세계 어느 나라 전차와 교전해도 뒤지지 않는 성능을 목표로 했다. 그러다 보니 M1 에이브럼스(미국), 레오파르드2(독일), T-14 아르마타(러시아) 등과 함께 세계 5대 전차에 손꼽히게 됐다. 성능이 높은 만큼 가격도 절대 싸지 않다. 국내 양산 가격이 약 83억원이지만, 해외 판매 시에는 110억원 수준이다. 한편 유럽 시장의 절대 강자인 레오파르드2는 대당 가격이 1300만~1500만달러(약 176억~203억원)로 거의 두 배에 이른다.


진격하는 K무기 체계

K2뿐만 아니라 수출 시장에서 효자인 K9 자주포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자주포로 평가되면서도 가격은 매우 착하다. K9과 동급 성능으로 세계 시장에서 치열히 경쟁하는 독일제 Pzh 2000 자주포는 대당 1700만달러(약 231억원)로 너무도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그러나 K9은 대당 약 70억~80억원 정도에서 시작한다. 튀르키예(옛 터키)는 설계부터 도입해 280문을 만들었고, 폴란드는 크랩이라는 자국산 자주포의 차대로 K9을 120문이나 도입했다. 최근에는 인도가 100문, 호주는 30문을 도입하고 있다.

포병을 강조해왔기에 ‘포방부’라는 별명까지 붙게 된 우리 안보 태세도 한몫했다. K9은 이미 1000문 가깝게 우리 군에서 운용 중이다보니 중고 수출도 가능하다. 1000문 수준으로 양산하던 2000년대 초반 가격은 40억원이었지만, ‘리퍼(refurbish·재정비)’를 거친 중고 신품 K9은 약 50억~60억원 선이다. 핀란드가 중고 48문을, 에스토니아도 중고로 18문을 도입했다. 보유국의 필요에 대응하는 다양한 옵션을 갖추다 보니 K9은 세계 자주포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게 되었다.

FA-50 경공격기는 초음속 훈련기로 유명한 T-50에 무장을 장착해 전투 공격용 기체로 만든 것이다. FA-50은 ‘작은 F-16’이라고 불리며 좋은 평가를 받는 ‘지원전투기’다. 조종 계통도 F-16과 유사해 기종전환 걱정도 덜하다. KGGB나 천룡 공대지순항미사일 등 다양한 국산 정밀타격무장까지 운용할 수 있어 작지만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지원전투기라지만 무장 탑재량은 최대 4.5t으로 구형 F-5 전투기(3.2t)보다 더 많이 장착한다. F-5는 전투 행동 반경이 220㎞이지만, FA-50은 그 두 배인 444㎞다.

우수한 성능에도 FA-50 가격은 4000만달러(약 543억원) 수준이다. 여전히 생산 중인 F-16 블록70 전투기(7000만달러·약 951억원)나 유럽의 유일한 전투기인 유로파이터(1억2000만달러·약 1630억원)에 비해 성능은 크게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가격은 파격적이다. 무엇보다도 미국은 F-35 생산이 바빠 F-16을 제때 공급할 수 없고, 유로파이터는 유럽 국가들조차도 포기했다. 폴란드의 경우 F-16을 도입했지만 겨우 두 개 대대로 전국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므로 빠르게 도입할 수 있는 FA-50을 선정해야 할 이유는 충분했다.


K방산, 진격의 비결은

폴란드 수출 성공 사례는 K방산이 가진 독특한 위상을 보여준다. 냉전이 끝난 후 폴란드는 미국에 가장 신뢰받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 돼 아이티 침공부터 대테러 전쟁까지 미국과 모든 전쟁을 같이했다. 나토의 최전선을 지키는 국가로서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도 자국의 구식 소련 장비를 전부 우크라이나로 넘겨주면서 최첨단 서구 장비로 변환을 추구하고 있다. 나토는 2조원의 예산까지 지원하면서 폴란드의 국방 현대화를 지원했다.

그러나 폴란드가 방산 파트너로 선택한 국가는 다름 아닌 대한민국이다. 전 세계 무기 시장을 뒤흔드는 방산 대기업을 가진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을 제치고 한 선택이다. 물론 가격이라는 중요한 요인이 있을 터다. 하지만 러시아와 대결을 눈앞에 둔 나토의 최전방 국가가 단순히 가성비만으로 주력 무기 체계를 선정할 리 없다. 이미 K무기 체계가 유럽이나 미국의 첨단무기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성능을 보유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선택했다고 봐야 한다. 

또한 중요한 것은 바로 폴란드의 시급한 군비 증강 스케줄과 자국화 노력이다. 유럽 국가들은 냉전 후 평화배당금으로 신규 무기 개발과 양산이 더딘 상황으로, 일례로 독일에서 레오파르드2 전차를 50대 주문하면 인도까지 5년이 걸린다. 그러나 K2 전차는 3년간 180대를 공급할 계획이다. FA-50도 당장 올해 내에 12대가 인도된다. 이렇게 빠른 납품 일정에 더해 기술 이전과 현지 면허 생산까지 지원할 수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무기 체계는 전장에서 입증돼야 한다. 북한과 오랜 대결 속에서 무기 체계를 꾸준히 개발하고 생산해온 K방산이기에 전 세계 속에서 진격이 가능했다고 하겠다.

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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