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카이(團塊) 세대에서 ‘단카이’란 덩어리란 뜻이다. 덩어리처럼 잘 뭉친다는 뜻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는데, 알려진 대로 ‘전후 베이비붐 세대’를 뜻한다. 1947

~49년 사이에 태어나 지금은 50대 후반. 우리나라에선 IMF 직후 구조조정 1순위였고, 지금은 겨우 버틴 사람들까지 ‘오륙도’라며 도둑놈 취급 받는 서늘한 세대다.

 오륙도에 익숙한 한국인으로선 선뜻 이해하기 힘든 것이 이들 단카이 세대의 퇴장을 위기로 받아들이는 일본의 이른바 ‘2007년 문제’다. 2007년은 단카이세대가 정년(60세)을 맞는 첫 해로. 3년 동안 직장에서 쏟아져나오는 정년퇴직자가 줄잡아 200만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문제는 두 가지. 첫째는 국가가 연금을 지급해야 할 사람이 급증한다는 것이다. 연금이 고갈되고 재정적자가 1000조원에 육박하는 현실에서 이들의 대량 퇴직은 재정 파탄을 앞당길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기업에게 정년을 65세까지 늘려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실제로 도요타자동차와 같은 일본 대표기업들이 정년 연장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는 정부 정책에 순응하기 위해서라기보다 기업 나름대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단카이 퇴장의 두 번째 문제다.

 단카이 세대가 20~40대일 때는 일본이 ‘주식회사’ 소리를 들어가며 최전성기를 구가하던 1970~80년대였다. 바꿔 말해 일본을 최전성기로 만든 것이 단카이 세대다. 물론 1980년대 후반 경제에 어마어마한 거품을 만들면서 1990년대 장기불황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양면성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이들이 주식회사 일본을 만든 노하우를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회사 마쓰다에는 ‘기능 마이스터’란 직함을 가진 특별대우 직원들이 22명 있다. 대부분 50대로 이들이 퇴장하면 마쓰다가 자랑하는 ‘로터리 엔진’ 등 핵심 기술이 단절되는 사태가 벌어질 판국이다. 마쓰다는 10년 전부터 이들을 작업장에서 2년씩 열외(列外)시켜 30대 직원에게 머릿속 노하우를 물려주는 프로그램을 진행중이다 이처럼 마쓰다는 위기가 찾아올 것을 일찍 깨닫고 준비를 해온 회사이지만, 상당수 회사는 2007년이 코앞에 닥친 뒤에야 비명을 지르고 있다. 실제로 경제산업성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제조업체의 40% 정도가 ‘단카이 퇴장을 위기로 받아들인다’고 답했다.

 ‘일본 50대는 행복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이들이 퇴장하면서 받는 퇴직금 때문인데, 금액이 무려 50조엔에 육박한다는 집계도 있다. 이 때문에 여행·레저·문화·가전 기업들은 단카이 전용 상품을 속속 만들면서 이들을 잡기 위해 열안이 돼 있다. 안팎에서 ‘왕 대접’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소란의 뒷면에는 일본의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 그것은 다름아니라 50대를 받쳐줄 ‘훌륭한 청춘’을 길러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일본의 20~30대가 힘 빠진 불황기를 살아왔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선진국의 요람 속에서 안주해왔기 때문에 힘을 잃었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

 일본은 잘 먹고 잘 살게 된 뒤 사회 전반을 안락한 비경쟁 구도로 재편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사회주의 국가’란 평가는 틀린 말이 아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교육. 단카이의 영광 뒤에는 ‘국가의 실패’란 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것이다.

선우정 조선일보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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