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월 31일 발표한 2조달러(약 2260조원)경제 대책은 그가 10년 전 미국 자동차 전문지 ‘카 앤드 드라이버(Car&Driver)’와 했던 인터뷰 내용을 떠올리게 한다. 사진 카 앤드 드라이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월 31일 발표한 2조달러(약 2260조원)경제 대책은 그가 10년 전 미국 자동차 전문지 ‘카 앤드 드라이버(Car&Driver)’와 했던 인터뷰 내용을 떠올리게 한다. 사진 카 앤드 드라이버

어떤 사람이 과거에 한 말이 그가 지금 하는 일을 이해하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3월 3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앞으로 8년간에 걸쳐 시행할 2조달러(약 2260조원) 규모의 경제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노후화한 인프라 정비와 반도체를 비롯한 중요 산업의 강화가 골자다. 바이든의 부양책은 그가 10년 전 미국 자동차 전문지 ‘카 앤드 드라이버(Car&Driver·이하 C&D)’와 했던 인터뷰 내용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버락 오바마 정부의 부통령이었던 그는 C&D 2011년 9월호 인터뷰에서 정부가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지, 미국이 왜 제조업으로 다시 일어서야 하는지 등을 설명했다. 10년 전 그의 말을 다시 음미해 보면, 현재 경제 대책의 큰 줄기가 보인다. 한국 주력 산업인 반도체·배터리·자동차 등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시사점이 있다.


자동차 딜러였던 아버지 덕분에 바이든 대통령이 고교 졸업 댄스파티에 가져갔던 1958년식 크라이슬러 300D. 6.4L 8기통 엔진을 얹었다. 사진 위키피디아
자동차 딜러였던 아버지 덕분에 바이든 대통령이 고교 졸업 댄스파티에 가져갔던 1958년식 크라이슬러 300D. 6.4L 8기통 엔진을 얹었다. 사진 위키피디아
바이든 대통령이 처음 소유했던 차인 1951년식 스튜드베이커 커맨더. 특징적인 앞모습 때문에 ‘총알을 닮은 코(Bullet-Nose)’로도 불렸다. 사진 car26.com
바이든 대통령이 처음 소유했던 차인 1951년식 스튜드베이커 커맨더. 특징적인 앞모습 때문에 ‘총알을 닮은 코(Bullet-Nose)’로도 불렸다. 사진 car26.com

아버지가 차 딜러였던 바이든, 美 자동차 산업의 과거 영광 재현할까

C&D는 바이든 아버지에 관한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바이든은 “아버지가 34년간 델라웨어주에서 자동차 대리점을 운영했다”고 답했다. 주로 제너럴모터스(GM) 차량, 잠시 포드·크라이슬러를 팔기도 했다. 델라웨어주는 바이든의 정치적 본거지다. 그는 1973년부터 36년간 델라웨어주 연방 상원의원으로 일했다.

당시 바이든 아버지는 판매용 중고차를 항상 집으로 가져갔다. 바이든은 “고교 졸업 댄스파티 때 7000마일밖에 달리지 않은 크라이슬러 300D를 가져갔던 것이 기억난다”고 했다. 1958년에 만들어진 크라이슬러 300D는 배기량 6.4L 8기통 엔진을 얹어 시속 250㎞까지 달릴 수 있는 차였다.

이후 청년 바이든은 1951년식 스튜드베이커(Studebaker) 커맨더를 몰았다. 19세기 말 세계 최대 마차 제조 업체였던 스튜드베이커는 1912년 이후 혁신적이고 멋진 가솔린 자동차를 계속 내놓았지만, 1950년대 미국 자동차 빅3(GM·포드·크라이슬러)의 견제를 버티지 못하고 사라졌다.

바이든은 그 이후 1952년식 플리머스(plymouth) 컨버터블을 소유했다. 그는 “‘캔디-애플 레드’ 컬러에 앞 유리가 두 장(split windshield)이었다”면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차”라고 했다.

이후로도 그는 1956년식 쉐비(Chevy·쉐보레의 애칭)를 소유했었고, 대학에 가서는 10만 마일을 주행한 벤츠 190SL을 샀다. 그는 벤츠에 대해 “솔렉스 카뷰레터가 잘 작동되지 않았다”고 했는데, 당시 유럽 차에 주로 달렸던 카뷰레터의 제조사인 프랑스 솔렉스를 정확히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청년 시절에 1952년식 ‘캔디-애플 레드’ 컬러의 플리머스 컨버터블을 몰았다. 그는 “내가 가장 좋아했던 차였다”고 말했다. 사진 car26.com
바이든 대통령은 청년 시절에 1952년식 ‘캔디-애플 레드’ 컬러의 플리머스 컨버터블을 몰았다. 그는 “내가 가장 좋아했던 차였다”고 말했다. 사진 car26.com
바이든 대통령은 1967년식 굿우드-그린 컬러의 쉐보레 콜벳을 지금도 갖고 있다. 사진 조 바이든 유튜브
바이든 대통령은 1967년식 굿우드-그린 컬러의 쉐보레 콜벳을 지금도 갖고 있다. 사진 조 바이든 유튜브

바이든 “미국이 제조업 감당 못해서 서비스업에 초점 맞춰야 한다는 주장은 난센스”

그리고 바이든은 “1967년식 굿우드-그린 컬러의 쉐보레 콜벳(Corvette)을 갖고 있다”면서 이 차의 출력과 뒤 차축비(rear axle ratio·구동축과 바퀴의 회전 속도 비율) 등의 세세한 특징까지 설명했다. 또 “부통령으로 일하는 것의 단점이 있는데, 경호국이 내가 콜벳을 운전하도록 놔두지 않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만큼 바이든은 미국 자동차 산업의 황금기를 사랑한다. 그런 그가 어떤 형태로든 미국 자동차 산업의 영광을 재현하고 싶어 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바이든은 2009년 파산보호를 신청했던 GM·크라이슬러를 회생시키는 과정에서 거액의 세금을 투입한 이유도 밝혔다. 그는 “GM·크라이슬러가 그대로 파산했다면, 1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미국이 큰 제조업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서비스업으로 초점을 옮겨야 한다’는 말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일본과 독일을 보라. 그들의 인건비는 우리만큼 비싸다. 큰 나라들은 큰 것들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Big countries have to be able to make big things).”

인터뷰엔 또 하나 중요한 게 언급된다. 당시 C&D는 바이든이 2009년 배터리 연구에 20억달러(약 2조26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것에 대해 질문했는데, 이에 대해 바이든은 “내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일”이라고 했다.

현재 한국 배터리 회사들이 GM 등과 합작해 미국에 대거 진출해 있지만, 이와 관련해서도 바이든이 미국의 배터리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할 것임을 읽을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커진 계층 격차 제조업 활성화로 축소 노려

그는 또 인프라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벤처캐피털(VC)이 가지 않을 곳에 투자하는 것”이라면서 “남북전쟁 때 우리 대통령은 철도 1마일을 깔 때마다 (당시로는 거액인) 1만6000달러(약 1800만원)를 지출했고, 아이젠하워는 미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계획국(ARPA)에 2500만달러(약 280억원)를 지출했는데, 여기서 나온 연구 결과가 훗날 인터넷으로 발전했다”라고 했다.

즉 미래에 미국의 부를 일궈 낼 신기술과 기간 시설에 투자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의 2조달러 부양책은 제조업과 건설업을 활성화해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소득을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더 벌어진 계층 간 격차를 줄여보겠다는 목적도 있다.

이번 대책은 전시(戰時)를 제외하면 1930년대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실시한 뉴딜 정책 이후 최대 규모다. 바이든은 연설에서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제조업에는 3000억달러(약 339조원)를 투입한다.

4월 14일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넷판은 “바이든 대통령이 (정부 조달에서 미국 제품을 우선시하는) ‘바이 아메리카’ 법의 운용을 강화하면서, 이를 2조달러 인프라 투자와 연결하려 한다”고 썼다.

최원석 조선일보 국제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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