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결과를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줄기세포 연구를 위한 지원이 속속 이뤄지고 있다. 한국이 줄기세포 연구의 신기원을 연 학자의 윤리와 연구의 진위를 놓고 끝없는 다툼을 하는 새, 세계 최강의 물적·인적 자원의 보유국인 미국은 줄기세포 연구의 기반을 착착 다져가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미국에서는 줄기세포 연구를 두고 격렬한 사회적 찬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2001년 8월, 당시까지 존재한 배아줄기세포에만 국한해 연방 차원의 연구지원을 할 수 있도록 제한해 사실상 연방 차원의 줄기세포 연구길은 봉쇄해 놓았다.

 그러나 연방 차원의 지원만 안 된다는 것일 뿐, 주나 단체, 개인이 개별적으로 연구를 하거나 기금을 모으는 것은 완전히 자유롭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 주가 작년 주민투표를 통해 30억달러(약 3조원)의 줄기세포 연구기금 마련안을 통과시키는 등 현재 주정부 차원에서 연구지원을 선언한 곳만 미국 50개주 중 9개주에 이른다.

 여기에다 메릴랜드 주는 내년 주의회 회기 내에 2300만달러(약 230억원)에 달하는 줄기세포 연구지원 예산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아졌다. 2005년 4월 주의회에서 부결된 이 연구지원안은 최근 주내(州內) 줄기세포 연구지지 여론이 높아지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메릴랜드 유권자의 60%가 주정부 차원의 줄기세포 연구지원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반대는 27%에 그쳤다.

 연방의회(상원)에서도 배아줄기세포 연구제한을 대폭 완화하는 법안이 올라와 있으며, 공화당 원내대표가 이에 찬성하는 등 통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막강한 자금력과 기술 기반을 갖춘 미국이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한국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반면 줄기세포 반대여론도 강해, 캘리포니아 주는 30억달러의 기금을 마련해 놓고도 소송과 입법 방해로 연구가 봉쇄됐다. 해마다 3억달러(약 3000억원)의 자금을 사용하게 될 이 연구는, 예정대로 이뤄질 경우 줄기세포 연구 분야의 세계적인 메카로 등장할 예정이다. 그러나 줄기세포 연구에 반대하는 이익단체 등이 소송을 제기하면서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자금 지원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데다, 관련 규정 제정을 위한 복잡한 행정절차로 인해 연구지원을 위한 절차도 아직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30억달러 채권발행 주민 발의안이 채택된 지 벌써 1년이 지났으면서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지원은 단 1달러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는 2005년 12월10일 보도했다. 사람들도 떠나고 있다. 국립암센터 소속이던 한 유전학자 부부는 자유로운 연구를 위해 스탠퍼드대학으로 옮기려다 줄기세포 프로그램에 대한 불확실성을 이유로 캘리포니아행 대신 싱가포르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3억달러를 들여 설립한 미주리 주의 한 줄기세포 연구소는 중국과 아르헨티나 등지로부터 200명의 과학자들을 스카우트해 놓고도 주의회 보수파의 반대에 밀려 연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최근 <워싱턴 포스트>지가 보도했다.

허용범 조선일보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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