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은 2018년부터 상대국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며 이른바 ‘관세전쟁’을 벌여 왔다. 왼쪽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AFP연합·AP연합
미국과 중국은 2018년부터 상대국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며 이른바 ‘관세전쟁’을 벌여 왔다. 왼쪽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AFP연합·AP연합
최용민 WTCS 대표 광운대 경영학 박사, 한국무역협회 전 FTA통상연구실장·전 베이징지부장·전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최용민 WTCS 대표 광운대 경영학 박사, 한국무역협회 전 FTA통상연구실장·전 베이징지부장·전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모두가 세금을 싫어하지만 수입하는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에 대한 저항은 약한 편이다. 간접세로 부담하는 주체가 불분명한 데다 수입품의 가격을 높여 국내 산업을 지키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명분도 쉽게 얻기 때문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처럼 경제위기 때 관세는 ‘일자리 지킴이’로 포장되면서 모두가 환영하는 정책 수단으로 인식된다. 국가 입장에서는 재정 수입이라는 하나의 이익이 추가된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사에서 관세는 ‘잊고 싶은 추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마무리된 후 1920년대 글로벌 경제가 호황 국면에 막 진입하려는 순간에 미국에서 주가 대폭락이 발생했다. 1929년에는 미국의 대표적인 고율 관세법인 스무트-홀리 법안이 미국 의회에 상정되면서 글로벌 관세전쟁의 신호탄 역할을 했다. 스무트-홀리 법안은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자, 관세를 높여 농민을 보호하는 등 농산물에 대한 관세를 높이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으나, 당초 의도와 달리 관세 인상 품목이 2만 개를 넘었고 이들 품목의 평균 세율도 60%에 달하는 등 미국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관세율이 됐다.


관세전쟁, 세계 교역 줄여 경기 위축

미국의 주요 교역국인 캐나다와 프랑스는 관세 공격을 받고 수비만 하지 않았다. 자유무역을 주창하던 영국을 포함해 거의 모든 나라가 관세 인상 전쟁에 뛰어들었다. 관세를 올려 자국 산업을 쉽게 보호하고 일자리를 늘릴 것 같지만 현실은 달랐다. 상대방의 반격으로 효과가 없어지고 글로벌 교역액만 줄어 경제가 더 위축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1929년 84억달러(약 10조2000억원)를 웃돌았던 전 세계 교역액은 1933년에 이의 3분의 1 수준인 30억달러(약 3조6000억원)로 줄었다. 경제 대공황은 관세전쟁의 처참한 악몽을 확실하게 깨닫게 해준 사건으로 기억된다.

관세전쟁은 우리나라도 피해갈 수 없었다. 2000년에 국내 마늘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중국산에 대해 2년간 315%의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했는데 중국은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인 휴대전화 수입을 중단하는 식으로 맞대응했다.

많은 논란을 야기한 협상 끝에 30∼50%로 관세율을 낮췄지만 관세전쟁은 논리가 아니라 국력 싸움이라는 냉엄한 현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했다. 또한 미국은 안보상 이유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우리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종료 기간도 정하지 않은 채 한국산 철강 제품에 대해서는 25% 관세 부과를 면제하는 대신 쿼터제(물량 제한, 2015~2017년 3년 평균 수출 물량의 70% 수준)를 시행 중이고 알루미늄에 대해서는 10%를 부과하고 있다. 동맹이라면서 안보상 이유로 관세를 추가로 묻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국내 기업들이 미국에서 받고 있는 관세 조치는 이것만이 아니다. 2020년 미국 정부가 관세 부과(반덤핑과 상계관세 등 무역구제 조치)를 위해 새롭게 조사를 개시한 사례는 총 117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한국의 경우 같은 해에 감열지, 무계목 강관, 타이어, 초고분자량 폴리에틸렌, 알루미늄 시트, 4급 담배 등 7건에 달했다. 정작 억울한 점은 반덤핑·상계관세 등 관세 조치 조사 과정에서 중국 등 비시장 경제 국가에나 적용하는 AFA(Adverse Facts Available·불리한 정보 이용 가능한 자료) 및 PMS(Particular Market Situation·특별 시장 상황) 조항이 한국 기업에도 빈번히 적용되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 간의 대결도 관세전쟁으로 요약된다. 미국은 2018년 7월부터 총 네 차례에 걸쳐 3351억달러(약 408조원·2017년 기준) 규모의 중국산 수입에 7.5~25%포인트의 추가관세를 부과 중이다. 제재 규모가 미국의 대중국 수입의 66.4%, 전체 수입의 14.3%(금액 기준)에 달할 정도로 엄청나다.

특히 미국의 제조업 평균 관세율 수준(3.1%)과 비교할 때 제재 수위도 강력하다는 평가다. 2020년 1월 서명된 미‧중 1단계 무역합의로 2019년 9월부터 시작된 4차 제재의 추가관세 수준은 15%포인트에서 7.5%포인트로 인하됐고, 2019년 12월로 예정됐던 1600억달러(약 194조원) 규모에 대한 추가관세 부과 계획은 철회됐다. 하지만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양국 정상회담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 중 하나가 관세전쟁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힘들다.


미국, 중국 등 통화 가치 저평가국에 관세 부과

요즘에는 관세전쟁의 툴도 진화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외국의 자국 화폐 저평가에 대해 상계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보조금 판정 요건을 일부 개정한 규칙을 지난해 2월에 공표했다. 환율과 관세를 연계한 것이 이번이 역사상 처음이다. 그 희생양으로 베트남산 타이어 및 중국산 트위스트 타이(빵 봉지를 묶는 데 쓰이는 철사 끈)가 떠올라 지난해 11월에 최고 10%대(베트남산 타이어 1.16~1.69%, 중국산 트위스트 타이 10.54%)의 예비 판정을 받았다. 환율이 자국 제품의 경쟁력 제고에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개입하여 보조금을 준 것과 같다고 판단한 것이다.

환율에 따른 관세 부과는 모든 품목에 보복적인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어 파괴력이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특히 중국과 베트남은 시작에 불과하고 환율이 저평가됐다고 생각하는 모든 나라가 대상이 될 수 있다. 통화가치 평가는 매우 복잡한 과정으로, 사실상 주관성이 많이 개입될 수 있어 통상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상품 무역의 전유물이었던 관세를 서비스 무역에도 부과해야 한다는 논리도 부상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한 디지털 전송이 새로운 무역 패턴으로 일상화되어 소프트웨어, 음원, 동영상 등이 우선적으로 고려되고 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는 관세 품목 분류체계에 서비스 및 기타 품목(99류)을 신설해 서비스 분야에 언제든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준비를 완료했다. 한류(韓流) 콘텐츠가 해외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서비스 상품에 대한 관세화는 한류에 적지 않은 타격을 안겨줄 것으로 우려된다.

최근 글로벌 차원의 관세 만능주의에 대한 논란은 정부를 넘어 관련 단체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미국 내 37개 단체가 참가하고 있는 관세개혁연합(TRC)은 철강에 대한 관세 부과는 미국 내 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일자리 지키기가 아니라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고 있어 관세 정책 폐지가 절박하다고 정부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철강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으로 미국 내 일자리 7만5000개가 사라졌다고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이 연합은 행정부가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로 관세를 부과하도록 의회가 감독자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3만 개 이상의 제조 업체가 참가하는 금속제조업·사용자협회(CAMMU)도 232조 적용은 원자재 공급 중단으로 이어져 제조업 경영에 위협 요인으로 부상했다면서 철폐를 주장했다. 반대로 미국 경제정책연구소(EPI)는 232조로 미국의 철강 업계가 기사회생하는 기회를 맞았다는 논리를 전개했다.

기본적으로 관세는 특정 지역에 대한 통치행위를 상징하는 조세로 ‘성경’에도 등장할 정도로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시행과 동시에 즉시 확실하게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에 선호된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이 필요한 시기에는 더욱 환대받는다.

그러나 관세는 국제 교역을 위축시켜 경기회복이 아닌 위축으로 연결되는 부메랑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원자재의 경우 이를 공급받아야 하는 제조 업체에는 원가 상승이, 완제품이라면 물가 상승이라는 부작용이 동반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서구 열강의 관세전쟁이 경제위기 장기화는 물론 물리적 전쟁의 원인이었음을 모두가 곱씹어 봐야 한다.

최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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