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케인 카트리나로 도시가 물에 잠겨 버린 뉴올리언스는 재건될 것인가.

 지난 9월1일부터 4일까지 현지를 취재하면서 본 뉴올리언스는 말 그대로 ‘폐허’ 그 자체였다. 인구 50만명의 거대한 도시 전체가 융단폭격을 맞은 듯 처참히 부서져 있었다. 크고 작은 건물은 어느 것 하나 성한 데가 없었다. 특히 지붕 위까지 물에 잠진 가옥들은 물이 빠지더라도 그대로 쓸 수 없어 대부분의 집들은 다시 지어야 할 처지다.

 ‘미국의 유일한 유럽도시’, ‘재즈의 본고장’ 등으로 불리는 뉴올리언스를 재건할지, 아니면 아예 도시 자체를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옮길지 논란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 자체가 해수면보다 낮기 때문에 도시를 재건하더라도 늘 이번 카트리나와 같은 재앙의 악몽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수십~수백억달러를 들여 도시를 재건하느니, 다른 안전한 땅에 시를 다시 짓는 게 낫지 않느냐는 얘기는 그래서 한편으로 설득력을 갖고 있다.

 뉴올리언스는 과거 노예 시절의 영향으로 인구의 3분의 2가 흑인. 재즈 음악도 이들이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런데 뉴올리언스가 폐허로 변하면서 이들 가난한 흑인들은 당장 일자리를 잃고 먹고 살 방도마저 막막해졌다. 미국 언론들은 “흑인 중 상당수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전한다. 관광산업이 시 경제의 주축인 이 도시에서 흑인들이 복구에 걸릴 수년 동안을 버틸 방법도,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백인들 중 상당수도 아이들의 학교와 일자리 등을 걱정하며 “당분간은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사람이 돌아오지 않으면 뉴올리언스는 도시가 다시 정비되고 건물이 지어져도 옛날의 그 향취를 낼 수가 없다. 지금 뉴올리언스를 아끼는 사람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도 이 대목이다.

 미시시피 강 어귀에 있는 뉴올리언스는 유서 깊은 역사를 갖고 있다. 1718년 프랑스 귀족인 장 밥티스트 르 모인이 기술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만든 도시다. 첫 이름은 ‘라 누벨 올리언스(La Nouvelle Orleans). 이후 첫 4년간 네 차례나 허리케인으로 황폐해진 경험이 있다. 뉴올리언스는 대형 국제항구 덕분에 남부에서 가장 크고 부유한 도시가 됐다. 그러나 바로 그 위치 때문에 바다에서 가해지는 공격에 취약해 프랑스와 스페인계 주민들은 1815년 전쟁에서 군인, 노예, 민병대, 인디언, 해적들과 합세해 영국군과 싸워야 했다. 또 모기에 의한 황열병이 1800년대 중반 해마다 퍼져 수천명이 사망했고, 화재와 허리케인, 홍수 등 도시를 공격하는 끔찍한 자연재해가 끊이지 않았다.

 그래도 뉴올리언스는 280여년 동안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오면서 사람들을 끌어들였고, 관광으로 번창했다. 도시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연간 1000만명이 넘고, 이 도시에서는 연간 3000회의 회담과 총회가 열린다. 가장 유명한 행사인 ‘지상 최고의 공짜 쇼’ 마르디 그라(Mardi Gras) 카니발은 매년 10억달러 이상의 수입을 벌어들인다.

 또 연례적으로 재즈축제가 열리며 장례식에서도 재즈가 연주될 정도다. 미국에서 가장 이국적인 도시로 통한다.

 도시가 건축물만으로 이뤄진다면 재건은 돈으로 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뉴올리언스는 건축물보다는 그 속에 배어 있는 이런 오랜 문화가 더 큰 자산이다. 이런 문화는 도시의 건물만을 다시 짓는다고 되살아나는 게 아니라 사람이 만들어 내는 것이란 점에 뉴올리언스 재건의 열쇠가 있다.

허용범 조선일보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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