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기(陰氣)가 성(盛)하고 양기(陽氣) 쇠약이 심각해지고 있다’, ‘홍콩에도 여인천하(女人天下) 시대가 열린다.’

 홍콩의 ‘우먼파워’는 이미 정평이 나 있지만 최근 들어 그 경향이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단적으로 홍콩통계처가 지난 7월말 발표한 ‘직업 및 인구 동태 현황’을 보면 직업을 갖고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홍콩 여성은 작년 현재 156만명으로 20년 전보다 60%나 늘었다.

 여성 대학 진학률은 1986년 30.3%에서 지난해 66.2%로, 기업체의 부장급 이상 간부직 여성은 2001년 6만명에서 지난해 7만4000명으로 각각 증가했다. 하나같이 ‘여성 진출 활발, 남성 상대적 위축’을 보여주는 지표 일색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홍콩 기업의 여성화가 위험수위에 도달해 조만간 세상이 바뀔 것(變天)”이라는 엄살 섞인 ‘경고’까지 내놓는다.  실제로 홍콩의 초중고 교사들의 67%는 이미 여성 ‘몫’이며, 주요 인기학과의 여성 비율은 60~70%를 넘고 있는 실정이다. 

 홍콩 여성의 파워가 상승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이뤄지고 있다. 풍수지리설에 따른 설명부터 습도가 많은 기후여건상 남성보다는 여성이 유리하다는 설명도 나올 정도다. 여기에다 아시아 최고의 금융 중심지로 생활비가 세계 최고 수준인 홍콩의 경제적 여건 탓도 크다.

 또 전통적으로 여권 존중이 체질화된 중국 사회의 풍습에다 법적인 남녀평등을 보장한 영국식 민주제도가 결합되면서 여권 보호가 ‘철옹성’ 수준으로 격상된 측면도 있다.

 실제 공원감독관인 남편과의 사이에 일곱 살짜리 외아들을 두고 있는 소아과 간호사 리키마씨(35)는 “생활비와 저축액은 물론 아들 교육도 남편과 절반씩 정확하게 나눠 한다”고 말했다. 아들 학교 숙제와 공부 돕기가 그녀 몫이라면 주말 운동과 각종 취미 생활을 남편이 책임지는 식이다.

 대학교수 같은 지식인층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칭회대학 정치학 교수인 D씨는 “주말에는 하늘이 두 쪽 나도 아들을 데리고 축구장과 테니스 코트에 가는 게 내 역할”이라고 말한다. 예금통장, 신용카드, 아파트 등은 당연히 부부 공동명의이며, 빨래 청소 같은 허드렛일은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인 가정부가 해결하지만, 요즘은 ‘나 홀로 장보기’를 하는 남편도 눈에 띈다. 직장생활을 하지 않고 ‘전업 주부’로 활동하는 남성 숫자가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1991년 2900명 남짓하던 전업주부 남성이 2004년에는 1만1800명으로 4배나 늘었다. 반대로 여성 주부는 75만명에서 64만명으로 13년 만에 11만명이 줄었다.

 HSBC은행의 한 여직원은 “사립병원에서 아기 출산비용만 7만홍콩달러(약 910만원)가 넘고 유치원 학비만 매년 5만홍콩달러(650만원) 이상인 현실 때문에 맞벌이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푸념했다.

 여성의 적극적인 사회 진출과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는 현상이 가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반드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부부가 모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출산이 갈수록 시들해지고 있는 데다 자녀를 가정부나 보모, 과외 교사에게 맡기면서 부모와 자식 간의 접촉이 점점 줄고 있는 것도 문제다. 홍콩의 출산율(가임여성 기준)은 지난해 0.8%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여권 신장과 사회적 참여는 적극 권장하되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최소화해 나가는 21세기형 과제를 홍콩 사회가 과연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주목된다.

송의달 조선일보 홍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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