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들어 파리는 일제히 휴가에 돌입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장관들이 8월 초 국무회의를 끝내고 휴가지로 향했고, 동네 가게들도 제각각 문 앞에 폐점 날짜를 적어놓고 휴가를 떠났다.

 파리 사람 대부분이 휴가를 떠났지만 파리가 텅 빈 건 아니다. 올 여름에도 어김없이 전세계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와 파리의 주요 관광지마다 북적대고 있다.

 프랑스 관광통계에 따르면 파리의 주요 명소 가운데 방문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에펠탑도 루브르 박물관도 아닌 노트르담 대성당이다. 1년에 무려 1000만명이 찾는다니 가히 프랑스 최대의 관광 명소가 아닐 수 없다. 그 다음이 몽마르트르 언덕, 에펠탑, 루브르박물관 순이다.

 대부분의 프랑스 기업이나 관공서가 여름휴가에 접어든 순간에도 프랑스의 이 ‘굴뚝 없는 공장’들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다.

 프랑스뿐만이 아니다. 이탈리아, 스페인 등 다른 남부 유럽 국가들도 서로 뒤질세라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세계적 관광 대국들이다. 프랑스는 관광산업이 GDP(국내 총생산)의 6%를 차지하고,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각각 GDP의 12%와 15%나 된다.

 한국에는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더 많이 알려졌지만 실제 지난해 관광 수입은 스페인이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앞질렀다. 지난해 스페인의 관광 수입(372억유로)은 프랑스(323억유로)나 이탈리아(276억유로)를 능가했다. 자국민들이 해외에 나가서 쓴 지출을 제하고 난 관광수지 흑자 규모도 스페인(283억유로)이 프랑스(116억유로)와 이탈리아(94억유로)를 능가한다. 최근 몇 년 새 스페인 경제가 호황을 보인 것도 건설과 관광이 각각 GDP의 18%와 15%를 차지하면서 경제의 양대 기둥이 됐기 때문이다.

 흔히 유럽은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게 많아 가만히 앉아서 돈 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스페인의 관광산업 육성이 대표적인 모범 사례다.

 스페인이 관광산업을 육성한 것은 1950년대부터. 독재자 프랑코 총통은 관광산업을 육성하는 데 특히 관심을 기울였다. 프랑코 총통이 남긴 유언이 “화장실을 깨끗이 하고 관광객들을 위해 도로를 정비하라”는 것이었을 정도다.

 현재 스페인은 통상산업관광부 산하에 관광청을 두고 관광을 국가 전략 사업으로 지원한다. 1970년대 중반부터는 17개 자치주를 중심으로 지역적 특성을 담은 관광상품을 적극 개발했다. 해마다 전세계 외신에 재미있는 사진이 보도되는 ‘토마토 축제’를 비롯, 소를 길에 풀어놓고 달리는 팜플로나의 ‘산 페르민 축제’, 발렌시아의 ‘밀랍 인형 축제’ 등이 대표적이다.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가 1년 내내 전국 각지에서 축제가 열리는 ‘축제의 나라’가 된 것도 관광산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멋진 경치나 오래된 유적을 보여주는 단조로운 관광에서 벗어나 새롭고 역동적인 문화 콘텐츠를 계속 개발한 결과다. 또 관광 가이드도 점점 ‘투어 디자이너’로 전문화, 고급화되는 추세다.

 영국이나 러시아 부자들이 스페인 남부에 별장이나 주택을 속속 구입하는 것도 관광산업을 적극 육성하면서 고속도로 등 인프라를 잘 구축해놓았기 때문이다.

 KOTRA 마드리드 무역관의 최정석 차장은 “스페인이 관광 대국이 된 것은 관광이 고부가가치를 올리는 청정 수출 상품이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닫고 관광상품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후천적 노력이 크게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강경희 조선일보 파리특파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