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시장에 중국발 경보가 울리고 있다. 자동차 순수입국에 머물렀던 중국이 자국산 자동차를 가지고 해외로 달려나가기 시작한 것. 중국은 독자 브랜드를 가진 자동차 수출뿐 아니라 해외공장 건설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 중국 토종업체가 해외에 공장을 지었거나 추진중인 곳만 10여개국에 이른다.

 중국 자동차업체들은 그동안 내수 가격이 국제시장보다 높았기 때문에 굳이 수출에 나설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내수시장에서의 가격이 급락하고 시장성장세가 둔화되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 효과는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자동차 수출은 지난 2002년 4만대에서 3년 만에 10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자동차 수출이 40만대(완성차 기준)를 돌파, 처음으로 수입(17만대)을 앞질렀다. 수출 차종도 트럭 등 상용차 위주에서 승용차로 확산되는 추세다.

 중국의 자동차 수출이 전 세계 자동차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7%로 아직 미미하다. 그러나 중국 자동차업계의 야망까지 작은 건 아니다. 인퉁야오(尹同耀) 치루이(奇瑞) 회장은 “중국 자동차 시장은 세계의 7.5%에 불과하다. 나머지 92.5%는 중국 기업에 개방된 시장이다”라고 말해 세계 시장을 삼키겠다는 야망을 숨기지 않는다.

 지난 4월 상하이자동차박람회는 중국 업체들의 야망이 잘 드러난 자리였다. 과거 중국에서 열리는 자동차박람회는 외국 업체들의 독무대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치루이가 5개 신모델을 한꺼번에 발표하는 등 토종 업체들도 신차 발표 대열에 적극 가세했다. 외국 업체와 합작을 통해 외국 브랜드 차를 생산·판매하는 데 주력해온 토종 자동차업체들이 독자 브랜드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중국 자동차업계의 ‘저우추취(走出去·해외 진출)’ 대열의 선두에는 치루이가 있다. 치루이는 중국 자동차업체 중 처음으로 지난 상하이자동차박람회에서 세계대리상 대회를 따라 열었다. 여기에 25개국에서 100명 이상의 딜러들이 참가했다. 치루이는 2007년부터 미국에 매년 25만대를 수출하는 현지 딜러망 계약을 올 초에 체결하기도 했다. 작년 말에는 이란 공장을 가동한 데 이어 말레이시아에도 CKD(반제품 현지조립) 공장을 추진중이다.



 치루이 해외진출 선두에 나서

 현지 공장을 추진하는 곳은 치루이뿐만이 아니다. 화천(華晨)은 8월 말부터 이집트 공장에서 ‘중화(中華)’라는 독자 브랜드를 단 승용차를 생산한다. 중싱(中興)도 러시아에 기술 수출 및 AS(사후서비스) 지도 등의 형태로 현지 합작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이는 러시아에 건설되는 첫 번째 중국 자동차 공장이다. 지리(吉利)는 영국의 MG로버의 자동차 생산설비를 인수해 홍콩에 자동차 공장을 세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리수푸(李書福) 지리 회장은 “앞으로 생산할 자동차의 90%를 수출하겠다”고 큰소리치고 있다.

 중국 토종업체들끼리 손을 잡고 해외로 진출하는 사례도 있다. 창청·둥펑·치루이·화난오토바이 등 4개사가 공동으로 지난해 아프리카 가나의 현지 업체와 자동차 합작계약을 체결했다.

 중국 정부는 중국 토종업체들의 이런 ‘저우추취’ 전략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상무부는 7월 중 완성차 및 부품 수출기지로 10여곳을 지정했다. 또 자동차 수출기업(부품업체 포함)도 100여개 선정해 금융·세제 등에서 집중 지원하기로 했다. 중국 수출입은행은 이미 치루이의 해외사업에 50억위안(약 625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인건비 경쟁력 최고

 그러나 중국 자동차업체들이 해외로 달려가는 길이 평탄한 고속도로인 것만은 아니다. 과거에도 수차례 해외 진출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한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이치(一汽)는 20여년 전 독자 브랜드인 ‘제팡(解放)’으로 미국 진출을 시도했으나, 미국 시장을 ‘해방’시키는 데 실패했다. 얼치(二汽)도 10년 전 동남아 승용차 시장을 공략했으나 성과가 없었다. 모두 품질과 기술이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외국 업체들의 중국에 대한 견제도 본격화하고 있다. 세계 1위 자동차업체 GM은 최근 마티즈를 복제한 혐의로 치루이를 각국에 제소했다. 치루이가 진출했거나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말레이시아와 레바논에도 제소한 상태다. GM은 치루이의 차를 수입하기로 한 미국 유통업체에 경고장을 보내기까지 했다. “치루이의 영문명인 'Chery'가 GM 시보레의 별칭인 '체비 (Chevy)'와 유사해 ‘체리’를 상표로 등록하는 데 반대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견제에도 중국 업체들의 해외 진출 잠재력은 간단치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 자동차업체의 가장 큰 경쟁력은 싼 인건비다.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자동차 조립공장 직원의 인건비가 미국은 시간당 60달러, 한국은 22달러이지만 중국은 2달러에 불과하다고 한다. 외국 완성차 업체들과 부품업체들이 속속 중국에 진출하면서 중국내 자동차 산업 인프라가 크게 향상된 것도 중국 업체들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다.

 중국 자동차 산업의 고질적인 약점이었던 핵심 부품과 고품질 자동차 강판 생산능력 부족, 숙련된 노동력 부족, 품질에 대한 신뢰 결여 등이 자연스럽게 해결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중국 업체들은 외국 자동차업체를 인수합병(M&A)하면서 선진 기술과 품질을 속성으로 따라잡는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즈>는 “10년 뒤에는 중국 자동차업체들이 세계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토종업체들뿐 아니라 중국에 진출한 외국 자동차업체들도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하는 데서 나아가 수출을 시작했다. 일본의 혼다가 중국 광저우자동차와 합작한 중국내 첫 수출전용 공장은 최근 첫 수출물량 150대를 독일에 선적했다. 미국의 다임러크라이슬러도 수출을 위한 합작공장을 중국에 세우기로 했다. 외국 자동차업체들이 중국을 자동차 수출기지로 키우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중국에서 생산한 ‘현대’ 브랜드의 승용차가 한국으로 역수출돼 오지 말라는 법이 없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과 일본 업계를 따라잡기 위해 30년 가까이 고생해온 한국 자동차업체들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도 전에 중국 업체들의 추격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추격하고 추격당하는 중간 위치에서 선 한국 자동차업계로선 앞쪽과의 간격을 좁히는 게 무엇보다 큰 숙제로 떠올랐다.

조중식 조선일보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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