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 <워싱턴 포스트> 신문에는 매일 이라크전에서 숨진 사람들의 명단과 숫자가 게재된다. 지난 6월9일 신문은 ‘이라크 전사자’가 총 1680명, 그 중 적대적 전투에서 숨진 이가 1289명이며, 비적대적 행위(예컨대 오발사고나 사고사 등)로 391명이 사망했다고 되어 있다.

 2003년 3월 시작된 이라크전이 2년 이상 장기화되면서 미국은 ‘일상화된 전쟁’ 속에 지쳐 가고, 미국의 상징같은 ‘자발적 애국심’도 쇠퇴해 가는 것 같다. 두 가지 문제가 이를 잘 보여준다.

 우선 군에 지원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심각할 정도로 줄어들고 있다. 미 육군은 지난 2월을 시작으로 5월까지 4개월 연속 월간 모병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올해 모병 목표치인 8만명을 채우지 못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육군이 월간 모병목표치를 채우지 못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지난 2월이 2000년 5월 이후 처음이었으며, 올해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이 역시 1999년 이후 처음이다.

 육군의 모병난은 근본적으로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 2월 27%였던 목표미달치가 3월에는 31%로, 4월에는 42%로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5월에는 목표의 75% 정도를 달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이는 지원자가 늘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모병목표를 6700명으로 1350명 줄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해군이나 공군, 해병대는 이와 달리 모병목표치를 채우고 있다. 유독 육군만이 모병난을 겪고 있는 것은 이라크전에서 직접 싸우는 이들이 주로 육군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위험한 분야이고 젊은이들이 군입대를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육군의 모병난이 올해 안에 해결된다면 별 문제가 아니지만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단지 이라크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 육군이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군 재편 작업까지 영향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비록 소수이긴 하지만 1973년 폐지된 징병제를 다시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그런 주장을 심심찮게 펴는 이들이 있으나, 아직은 의회가 동조할 가능성은 희박한 상태다.

 이라크와 아프간 분쟁에 대한 군사적 개입이 시작된 이후 육군 장교들의 이혼율도 급증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1.9%에 불과했던 2002 회계연도 육군장교 이혼율이 이라크 전쟁이 시작된 2003년에 3.3%, 지난해에는 6%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로 전쟁에 따른 스트레스 증가가 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처럼 이라크전에 대한 ‘피로감’과 회의가 늘어나면서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도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와 <ABC>방송이 지난 5월2일에서 5일 사이 미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2%는 ‘이라크 전쟁으로 미국이 더 안전해졌냐’는 질문에 ‘아니다’고 대답했다. 이라크전은 미국에서 인기가 없어진 지 오래됐지만 부정적 의견이 과반수인 경우는 이라크전 개전 이후 처음이다. 3개월 전 여론조사에서는 52%가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40%는 이라크 전쟁을 ‘또 다른 베트남 전쟁’으로 우려했다.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48%로 나타났다. 지난 3월의 사상 최저치인 45%에 근접한 수준이다. 이 조사의 응답자 중 55%는 부시 대통령이 미국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허용범 조선일보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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