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바 부동산은 폭등 중이다. 아파트에서 상가, 주상복합건물에 이르기까지. 매일 아파트가 쏟아져 나오고, 대형 상가빌딩이 우후죽순 격으로 들어서고 있다. 7개의 스탈린식 대형 건물로 상징됐던 도심 스카이라인은 30층 이상의 초대형 아파트에 파묻힌 지 오래다. 모스크바 전역이 건축 현장처럼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부동산가격은 꺾일 줄 모르고 있다. 당국의 대책도 전무하다. 속수무책 방관만 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기 때문이다.

 모스크바 시내 ‘화이트하우스’로 불리는 정부종합청사에서 제3순환도로로 이어지는 크라스노프레스넨스카야 나베레즈나야 거리의 초대형 공사현장. 모스크바 시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모스크바 시티 프로젝트’(사업명 페이지-1)현장. 200만㎡ 면적에 사무동과 아파트, 호텔 등 15개 초대형 빌딩군이 동시에 건설되고 있다. 모스크바 시가 유럽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파이넨셜센터를 건립 중이다.

 1월 16일 영하 18도의 기온 속에 눈까지 내리는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공사판은 대형 크레인의 움직임과 굉음소리가 지축을 갈랐다. 인부들은 각 층마다 배치돼 분주하게 바닥공사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드미트리 포포프는 “우리는 24시간 교대로 일한다”라며, “영하 30도가 돼도 작업을 미루는 법이 없다”라고 말했다.

 현장에는 최저 15층, 최고 54층에 이르는 초호화 빌딩군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터키 건설사인 엔카(ENKA)가 지상 17층과 23층짜리 글라스타워를 완성, 지난해 첫 입주하면서 공기 단축 경쟁에 더욱 불이 붙은 상태이다. 현장에 나와 있는 시 건축담당자 세르게이 포노마렌코는 “시는 공사현장을 22개 구역으로 분할, 민간에 분양했다”라며, “엔카를 제외하고 모두 러시아 업체이며, 현재 참여업체들이 건축·디자인·공기를 두고 건설전쟁을 벌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페이지-1’은 오는 2008년에 전체 완공이 끝날 예정이다.

 모스크바에는 지난 91년 소련 붕괴 직전까지만 해도 현대식 빌딩이 없었다. 대부분 제정 러시아 당시 지어진 빌딩이고, 아파트는 대부분 1950년대 후루시초프 집권 당시 건설된 소형 아파트들이었다. 그러나 최근 오일달러가 부동산으로 유입되면서 부동산계에 일대 폭풍을 몰고왔다.

 지난 5년 동안 초대형 명품매장 크로쿠스 시티를 비롯해 30여개의 대형 쇼핑몰이 들어섰다. 모스크바 강 상류의 45층짜리 ‘알르예 파루사’ 등 명품 아파트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완공 전에 모두 매각되는 진기록이 속출하고 있다. 러시아 고급 아파트 구매가는 이미 강남의 타워팰리스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타워팰리스 35평이 10억원 수준이지만, 러시아도 그 수준의 아파트는 100만달러(1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 가격은 순수하게 골조만 완공된 빈껍데기 아파트 가격이다. 구매자는 마감재를 스스로 구입해 재정비를 마쳐야 하는데, 통상 아파트 구매가의 20~30%인 30만달러 정도의 추가돈이 들어간다. 대략 아파트를 하나 장만하려면 130만달러가 드는 셈이다. 이런 아파트의 월 임대료는 서울의 세 배 수준으로 7000달러에 이른다.

 모스크바 시민들은 소형 평형의 아파트에서 중·대형 아파트를 선호하는 경향으로 급격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킨 상태다. 지금 러시아에는 이런 고객들을 위해 무한정 개발붐이 불고 있다. 외국인 대기업 주재원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 월임대료 수준은 보통 5000달러에서 1만달러 수준이지만, 선진국 대사들이나 기업 대표의 경우 2만달러 전후의 임대료를 낸다.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엄청나게 비싼 가격이지만, 러시아에서는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니다.

 시내 사무실은 공실률이 제로다. 사무실 임대도 폭발적인 수요 때문에 시내의 경우, 공실률 제로 행진을 수년 동안 이어가는 중이다. 오피스 임대료도 보통 프리세일 3년 전, 즉 완공 전 선수금을 내고 차지해야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건설업체 사이에서는 오피스건물을 짓기만 하면 성공한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 시내 웬만한 사무실은 ㎡당 1000달러가 넘는다.  중국 상하이의 국내 대기업 S전자 사무실이 임대료가 ㎡당 350달러인 것과 비교하면 살인적이다.

 이금하 코트라 모스크바 무역관 차장은 “모스크바의 부동산가격을 시계로 비교할 경우, 서울이 24시간 기준으로 정점에 있다면 모스크바는 20시를 넘어서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중·소 건설업체들도 러시아 진출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고급 아파트에 대한 수요시장이 광범위한 데다 마감 없이 분양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이런 시스템을 이해하고, 초기 진출의 어려움만 극복한다면 모스크바 부동산 건설시장에서 성공을 할 수 있으리라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식 브랜드 모델하우스가 없어, 국내 유명 건설업체가 완성된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공개하면서 분양하면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연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진행된 국제투자포럼 ‘모스크바 투자 2005’에 참가한 유리 로슬랴크 모스크바 부시장은 “모스크바에서 투자 매력이 가장 큰 분야는 부동산”이며, “투자한 뒤 본전을 뽑는 데 2~4년이면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모스크바 시가 시를 감싸고 있는 150㎞의 도심 외곽순환도로(MKAD) 주변 65곳에 대형 쇼핑몰과 상가 건설 프로젝트 ‘페이지-2’를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미 투자회사 링컴퍼니를 모체로 12곳이 개발 중이고, 나머지도 매각이 거의 완료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모스크바 부동산의 최대 노른자위 사업은 3000만㎡이르는 재건축시장이다. 후루시초프 공산당 서기장 시절 지어진 5층짜리 아파트 전체가 재건축 대상이다. 현재 세계 건설업계가 이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모스크바 시를 상대로 온갖 로비를 펼치며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모스크바의 건축·부동산 붐은 환경론자의 저항에 직면해 있다. 지나친 아파트 건설로 모스크바의 공원과 녹지가 줄고 있다며, 시측의 무차별 아파트·상가 건설에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시측이 도심 공장을 외곽으로 옮기는 대신, 그 자리에 신규 빌딩의 건축허가를 내고 도시 미화작업을 추진할 계획을 세워놓았다고 주장하지만, 도시의 미래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개발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환경론자인 안드레이 보론초프는 “시 녹지율이 30%로 유럽 최고의 환경도시였던 모스크바가 최근 불어닥친 건설붐으로 녹지가 무차별 잠식당하고 있다”라며, “당국의 무제한적인 건축허가에 제동을 걸겠다”라고 말했다.

 건설 전문가들은 오일달러 유입으로 인해 고급 아파트 수요시장이 두텁게 형성된 데다 마감 없이 분양하는 시스템으로 건설회사가 전혀 부담이 없는 건설 환경과 어떤 건물을 짓든 간에 5년이면 무조건 수익을 낸다는 의식 때문에 모스크바의 건축·부동산 붐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시장 전문가 안드레이 베케토프는 “부동산투자는 은행에 외환저축을 하여 얻는 소득보다 5배나 큰 소득을 올려 주고 있다”라며, “모스크바 주택시장이 점차 투기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다”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모스크바는 현재 아파트 값이 매달 3~4%씩 오르면서 부동산붐을 조장되고 있다. 부동산 거래 비수기인 연말 연초에도 매주 주택가격이 1% 이상 올라 ㎡당 평균 2166달러 수준이 됐다. 모스크바는 유럽 최대의 부동산·건축붐 현장이 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다행히도 러시아에서는 아직까지 한국에서 유행병처럼 나돌았던 투기붐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병선 조선일보 모스크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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