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로이터연합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 로이터연합
아이라 칼리시 딜로이트 투시 토머츠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배서칼리지 경제학, 존스홉킨스대 국제경제학 박사
아이라 칼리시 딜로이트 투시 토머츠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배서칼리지 경제학, 존스홉킨스대 국제경제학 박사

중앙은행 통화 정책 효과에 대해서는 경제학자들도 의견이 갈린다. 일부는 경제 주체가 예상치 못한 서프라이즈 정책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보는 반면, 또 일부는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아야 혼란을 초래하지 않고 보다 효과적인 통화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6월 15일(현지시각) 기준금리인 연방 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1.50~1.75%로 75bp(1bp=0.01%포인트) 인상하는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을 단행했지만,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 연준 정책위원들은 50bp 인상을 주장한 단 한 명을 제외하고 거의 만장일치로 이번 결정을 내렸다. 연준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해 더욱 가속화된 과도한 인플레이션을 이번 정책 결정의 근거로 제시했다. 

금리 인상 당일 즉각적 금융시장의 반응은 주가 상승, 미 국채 수익률(국채 가격과 반대로 움직임) 하락이었다. 투자자들이 연준의 이번 결정을 연착륙의 시작으로 받아들인 덕분에 주가가 상승했고, 연준의 행보가 예상보다 매파적(hawkish)이지 않다는 판단에 미 국채 수익률이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은 앞으로 수개월 내 연준이 또 다른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하루 만에 월가 분위기는 반전했다. 영국과 스위스까지 연이어 금리 인상에 나서자 경기 침체 우려가 다시금 급격히 확산된 것이다. 스위스국립은행(SNB)은 시장의 예상을 깨고 15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고(-0.25%로 50bp 인상), 영란은행(BOE)도 기준금리를 현행 1%에서 1.25%로 25bp 올렸다.

연준은 경기 침체의 망령을 뿌리치려고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계속하고 있다. 연준은 금리 인상을 발표하면서 2022년과 2023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겨우 1.7%로 잡았으나, 경기 침체를 예고하지는 않았다. 또한 연준은 GDP보다도 중시하는 근원 인플레이션 지표인 근원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지표 전망치를 2022년 5.2%, 2023년 2.6%로 각각 제시했다. 결론적으로 연준은 다른 커다란 역풍과 더불어 금리 인상으로 경제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하더라도, 경기 침체를 초래하지 않고 물가를 잡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연준은 양적 긴축에도 돌입했지만, 이 또한 매우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미 자산 매입을 중단했고 이제 보유 채권의 재투자를 중단하는 방식으로 대차대조표를 축소한다. 이에 따라 현재 8조달러(약 1경520조원)가 넘는 연준의 대차대조표 규모는 월간 약 950억달러(약 124조9200억원)씩 줄어들 전망이다. 하지만 연준은 보유 채권을 매각하는 보다 과감한 행동은 보류하고 있다. 

그렇다면 연준은 연이은 자이언트 스텝으로 경기 침체를 피하면서도 물가를 잡을 수 있을까. 연준이 금리 목표를 75bp나 인상한 것은 1994년 이후 처음이다. 1994년 당시 연준은 1년 새 금리를 약 300bp 인상했다. 그 해 미국 경제 성장세는 소폭 둔화하는 데 그쳤고, 다음 경기 침체는 6년 뒤인 2000년에야 발생했다.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이 반드시 경기 침체라는 재앙을 초래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게다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도 또 다른 자이언트 스텝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며 투자자들을 달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통화 정책 발표 즉시 시장에 확산됐던 연착륙 기대가 빠르게 희미해지고 대신 경기 침체 우려가 빠르게 고개를 들고 있다. 실상 연준의 공식 통화 정책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책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나타내는 점도표다. 이에 따르면 2022년 말 미국 기준금리 전망치는 3.4%로, 앞서 3월 점도표에서 나타난 전망치에서 무려 1.5%포인트나 상승했다. 2023년에는 기준금리가 3.5~4.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하기 직전인 2008년 초 이후 최고이지만 여전히 역대 기준으로는 낮은 수준이다. 기준금리가 이 정도 오르면 경기 침체를 피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을까. 그 답은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번 금리 인상으로 미국 기준금리는 1.50~1.75%가 됐지만, 인플레이션 조정 기준으로는 여전히 마이너스 영역에 머물러 있다.

또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은 통화 정책은 매번 각기 다른 시간차를 두고 경제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아무리 자이언트 스텝이라 하더라도 연준의 이번 행보가 인플레이션이나 경제 성장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는 의미다. 가장 비관적 시나리오는 경기 침체가 임박했다는 심리로 인해 기업 투자가 위축돼 경기 둔화가 가속화하는 것이다. 반면 가장 낙관적 시나리오에 따르면, 수요 약화가 빠르게 인플레이션 둔화 효과를 가져와 연준이 이에 맞춘 행보를 보이면 경기 침체 위험이 줄어들 수도 있다. 가장 합리적인 시나리오는 앞으로 2년간 매 분기 GDP가 감소해 이른바 기술적 경기 침체는 발생하지만 경제 활동이 극적으로 둔화하지는 않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이 모든 시나리오가 추측에 불과하다. 30년간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하면서 배운 단 하나의 교훈이 있다면, 이코노미스트들은 경기 침체가 언제 올지 맞힌 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연준이 제한적 수단을 가지고 인플레이션과 씨름하는 동안 인플레이션을 완화할 또 다른 방법들이 논의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방법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부과했던 대중 관세를 인하하거나 철회하는 것이다. 관세를 내리면 필수 물품 가격이 내려가 인플레이션 완화 효과가 나타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러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이미 밝힌 바 있다.

대중 관세를 철회하면 연간 인플레이션이 약 0.26%포인트 하락하는 직접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큰 수치는 아니다. 하지만 간접적 효과가 작용하면 연간 인플레이션이 대폭 하락할 수 있다. 특히 관세를 인하하면 수입품 가격이 내려가 국내 기업들 간 가격 경쟁이 치열해진다. 이렇게 되면 연간 인플레이션이 무려 1.0%포인트 하락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대중 관세만이 아니라 전반적 관세를 인하할 경우 인플레이션이 1.3%포인트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이를 키우려면 온 동네가 필요하듯, 물가를 잡으려면 긴축 통화 정책, 원자재 가격 안정화, 공급망 효율성 개선 등 모든 요인이 동시에 작용해야 한다.

한편 서방 주요국과 반대로 중국은 앞으로 추가 금리 인하가 예상된다. 중국 인민은행(PBOC)은 관망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경제 성장세 둔화, 신용 시장 활동 대폭 위축, 매우 낮은 인플레이션, 자본 유입 회복 등의 여건이 조성된 만큼 인민은행이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 시장의 판단이다. 하지만 인민은행은 지난 1월 사실상 기준금리인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21개월 만에 처음으로 0.1%포인트 인하한 후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인민은행은 아마도 연준의 행보와 그 영향을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긴축에 돌입한 가운데 중국이 금리를 인하하면 자본 유출이 재개되고 중국 위안화가 절하 압력을 받게 된다. 또 인민은행은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봉쇄가 풀리면 중국 경제가 통화 정책의 도움 없이도 회복할 것이란 계산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아이라 칼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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