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은 직접 만든 배터리를 얹은 전기차 플랫폼 ‘얼티엄’과 소프트웨어 플랫폼 ‘얼티파이’를 개발 중이고, 최근 핵심 반도체 내재화 계획까지 밝혔다. 사진은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 사진 GM
GM은 직접 만든 배터리를 얹은 전기차 플랫폼 ‘얼티엄’과 소프트웨어 플랫폼 ‘얼티파이’를 개발 중이고, 최근 핵심 반도체 내재화 계획까지 밝혔다. 사진은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 사진 GM
최원석 조선일보 국제경제 전문기자 온라인 칼럼 ‘최원석의 디코드’ 필자, ‘테슬라 쇼크’ ‘왜 다시 도요타인가’ 저자, 전 ‘이코노미조선’ 편집장
최원석 조선일보 국제경제 전문기자
온라인 칼럼 ‘최원석의 디코드’ 필자, ‘테슬라 쇼크’ ‘왜 다시 도요타인가’ 저자, 전 ‘이코노미조선’ 편집장

폴크스바겐(VW)·GM·도요타·스텔란티스(피아트·크라이슬러와 푸조·시트로엥이 합쳐진 회사) 등 전 세계 판매 규모 5위권 자동차회사들이 새로운 전기차 전략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개별적으로 나와 혼란을 주는 이런 전략들은 OS(Operation System·소프트웨어 운영체제)·반도체·배터리의 ‘삼위일체 내재화’로 정리할 수 있다. 이미 테슬라가 명확히 보여준 길인데, 주요 자동차회사 대부분이 그 길을 따라가는 형국이다.

중요한 것은 OS·반도체·배터리 가운데 한두 가지만이 아니라 세 가지 전부 내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부 내재화나 이원화(二元化·부품공급사를 복수로 둬 서로 경쟁·보완관계를 유발하는 것)가 아니라 사실상 100% 내재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이유는 전기차에서 이 세 개가 하나로 연결될 때 최고의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OS·반도체·배터리 핵심 기술을 모두 내부에 둠으로써 미래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미래에 살아남기 어렵다고 봤다는 얘기다.


미래 자동차산업이 돈 버는 길, OS에 있다

미래 자동차의 핵심은 자동차가 컴퓨터·스마트폰처럼 바뀐다는 것이다. 자동차는 교체 주기, 보유 연한이 길기 때문에 변화가 빨리 오긴 어렵지만, 시간문제일 뿐이다. 그리고 그 핵심에 바로 OS가 있다. 자동차회사들이 테슬라 ‘모델3’를 뜯어보고 충격받은 것은 전기차 성능 때문만이 아니라, 테슬라의 OS 그리고 그 OS를 가능케 하는 강력한 컴퓨터 성능 때문이었다. 모빌리티 서비스가 구현되려면 자동차가 소프트웨어적으로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우선 OS를 뜯어고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 자동차회사들이 명확히 깨닫게 된 것이다. 그것은 경기 부침에 따라 판매량이 출렁일 위험이 큰 자동차산업에 IT산업처럼 서비스·구독경제로 안정적으로 돈 벌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기도 했다.

현재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제대로 구현할 OS를 가진 회사는 테슬라뿐. 그래서 실력 있는 거의 모든 자동차회사가 테슬라와 같은 통합형 OS 개발에 나선 것이다. 특히 폴크스바겐이나 도요타는 각각 소프트웨어 개발인력만 1만 명 이상을 확보하고, OS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VW.OS’, 메르세데스벤츠는 ‘MB.OS’, GM은 ‘얼티파이(Ultifi)’, 도요타는 ‘아린(Arene)’이라는 독자 OS를 개발 중이다. 독자 OS를 탑재한 전기차가 각사에서 등장하는 것은 2024년 전후로 예상된다.


OS는 통합 프로세서와 연계될 때 최고 효과

OS와 함께 자동차회사가 내재화를 선언한 분야가 통합제어용 고성능 프로세서다. 기존 자동차는 부품마다 기능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가 제각각이고, 부품 안에 어떤 반도체가 들어가는지도 해당 부품 업체만 알 수 있었다. 범용으로 대신 끼워 넣으면 좋을 텐데 그게 안 됐다. 최근 자동차 업계 반도체 부족 사태로 대량 감산이 일어난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자동차회사들이 반도체 자급에 나선다는 것은, 자동차산업 근간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OS와 그 OS로 움직이는 핵심 반도체를 내재화해 자동차 반도체 수급까지 통째로 장악하겠다는 얘기다. 물론 1차 목적은 테슬라처럼 자사 차량에서 폭넓은 무선업데이트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완성차 업체가 자동차 반도체 생태계까지 함께 장악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GM의 소프트웨어 플랫폼 ‘얼티파이’. 사진 GM
GM의 소프트웨어 플랫폼 ‘얼티파이’. 사진 GM

배터리 내재화하면 OS·반도체 통합 전기차 경쟁력 더 높아져

배터리 내재화도 이 연장선에 있다. 폴크스바겐은 2030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해 유럽에 배터리셀 공장 6곳을 세울 계획이다. 총 240GWh(기가와트시), 연간 400만~500만 대 전기차에 탑재할 배터리를 생산한다는 엄청난 프로젝트다.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을 통해 1단계로 5조원을 투자해 미국 2곳(오하이오·테네시주)에 배터리셀 공장을 짓고 있다. 2개 공장만으로 2024년이면 총 70GWh 이상의 배터리셀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GM이 연간 전기차 100만 대 이상에 탑재할 배터리를 자체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 9월엔 EV시프트에 가장 뒤처졌다던 도요타마저 2030년까지 16조원을 쏟아부어 연간 200GWh 규모의 배터리를 내재화하겠다고 밝혔다. 연간 300만~400만 대의 전기차에 탑재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자동차회사가 배터리셀까지 직접 만드는 것, 즉 배터리 제조의 모든 단계를 장악하려고 하는 첫 번째 이유는 물론 원가 인하와 공급망 통제다. 전기차 총제조원가의 30%가량을 차지하는 배터리, 배터리의 기본이면서 핵심인 배터리셀을 직접 만든다면, 그만큼 원가를 낮출 수 있다. 하지만 배터리 원가를 떨어뜨리는 것이 목적의 전부라면, 자동차회사들이 써야 할 배터리의 일부만 내재화해도 된다. 전부 내재화하는 것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자동차회사의 전문 분야도 아니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크다. 하지만 폴크스바겐·GM·도요타 모두 자사의 전기차에 탑재할 배터리 대부분 혹은 100%를 내재화할 방침을 밝혔다.

그 이유는 배터리를 내재화해야만, 전기차라는 전체 시스템, 특히 자동차회사들이 구축하려는 소프트웨어 플랫폼과 통합될 때의 최고 성능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회사가 배터리의 셀 단위부터 제대로 이해하고 전체 전기차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과 셀을 외부에서 단순 납품받아 전기차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고, 이 차이가 앞으로 각 자동차회사의 전기차 경쟁력을 크게 좌우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렸다.

현재 시점보다는 폴크스바겐·GM·도요타 등에서 2024~2025년쯤부터 쏟아져 나오게 될 전기 SDV(Software Defined Vehicle·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소프트웨어가 지배하는 자동차), 즉 독자 OS와 반도체를 탑재한 차량으로, 중앙에서 차량의 세부 기능을 제어하는 차량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런 차량은 배터리의 세부적인 부분까지 실시간 모니터링하면서, 배터리 상태를 전체 전기차 시스템에서 최적의 효율을 낼 수 있도록 아주 디테일하게 관리하고, 그 정보를 자동차회사로 즉시 보내는 것도 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배터리의 물리적 용량을 늘리지 않고도 성능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

배터리의 상태는 온도 환경, 사용량, 충전속도 등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다. 다양한 충전 인터페이스에서의 에너지 변환도 중요하다. 배터리의 셀과 모듈과 팩의 상호 연결, 전기차의 실제 주행환경에 따라 어떻게 성능이 달라지는지를 깊이 알아야 종합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배터리셀을 전부 외부에 맡길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자동차회사가 셀 단위까지 직접 이해하고 만들어야, 배터리의 최종 제품인 배터리팩은 물론 전기차 전체의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자동차회사들이 앞으로 만들려는 전기차는 단순한 전기차가 아니라 통합 소프트웨어와 고성능 반도체가 결합한 차량이 될 것이기 때문에, 자동차회사가 배터리를 셀 단위부터 깊이 이해하는 것이 전체 전기차 시스템의 성능 극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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