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27년 만에 이혼 합의한 빌 게이츠 부부. 사진 블룸버그
결혼 27년 만에 이혼 합의한 빌 게이츠 부부. 사진 블룸버그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와 아내 멀린다 게이츠가 5월 3일(이하 현지시각) 이혼 결정 사실을 발표했다. 세상에 사랑을 주던 글로벌 모범 부부이자 최고의 파트너였던 두 사람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관계’가 돼 갈라섰다.

빌 게이츠는 자신의 트위터에 자신과 아내 명의의 입장문을 올렸다. 그는 입장문에서 “우리 관계에 대한 많은 생각과 노력 끝에 우리의 결혼 생활을 끝내기로 했다”며 “앞으로도 신념을 공유하고 재단에서 함께 일하겠지만, 남은 인생을 부부로서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두 사람은 1987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창업자와 마케팅 매니저로 만났다. 두 사람은 7년간 연애한 뒤, 1994년 하와이에서 결혼했다. 슬하에 제니퍼(25), 로리(22), 피비(18) 등 세 자녀를 뒀다. 맏딸 제니퍼는 게이츠 부부의 이혼 발표 다음 날인 5월 4일 인스타그램에 “우리 가족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두 사람이 직접적으로 이혼 사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빌 게이츠의 일 중독이 부부관계에 악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빌 게이츠는 27년 전 결혼식 직전까지 일과 가정생활 사이에서 균형을 지킬 수 있을지 걱정하며, 결혼의 장단점을 정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멀린다는 2019년 인터뷰에서도 “남편이 하루에 16시간씩 일하느라 가족을 위한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고 언급하면서 “때로는 결혼생활이 너무나 힘들다”고 했다.

게이츠 부부가 갈라서기로 하면서 두 사람의 재산 분할에도 눈길이 쏠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빌 게이츠의 재산은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에 이은 세계 4위, 1460억달러(약 165조원)로 추산된다. 빌 게이츠의 부동산, 주식, 자동차, 미술품, 희귀 도서 등이 재산 분할 대상에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두 사람은 이혼 발표 전 부동산, 기업, 자산 등의 재산을 어떻게 나눌지 합의하고 서명까지 마쳤으나, 구체적인 재산 분할 방식이나 규모 등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CNBC는 두 사람의 결혼 기간이 길고, 멀린다도 빌 앤드 멀린다 재단에서 활동했다는 점이 법원의 분할액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결혼 후 축적한 부에 대해 똑같이 나눈다고 가정할 경우 분할액은 730억달러(약 82조원)로 추정된다. 역대 이혼 재산 분할액 순위권인 제프 베이조스, 알렉 와일든스타인, 루퍼트 머독, 버니 에클레스톤 등을 뛰어 넘는 수준이다.

두 사람의 재산 분할 작업은 이미 진행 중인 상황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미국 당국에 제출된 내역을 확인한 결과, 빌 게이츠의 재산 관리를 전담하는 캐스케이드 인베스트먼트가 멀린다에게 18억달러(약 2조원)가 넘는 증권을 이전한 것이 확인됐다고 5일 보도했다. 캐나다 국영 철도와 미국 최대 자동차 판매상인 ‘오토네이션’에 대한 주식, 캐스케이드 인베스트먼트 주식이 이전 대상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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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베이조스와 매켄지 스콧. 사진 블룸버그
제프 베이조스와 매켄지 스콧. 사진 블룸버그

연결 포인트 1
IT 황제들 세기의 이혼 가장 비싼 이혼은 제프 베이조스

빌 게이츠가 이혼을 발표하자, 역대 미국 IT 기업 대표의 이혼이 다시금 주목받았다. 2019년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이혼 재산 분할 사례가 대표적이다. 불륜으로 이혼한 베이조스는 25년간 결혼생활을 한 아내 매켄지 스콧에게 아마존 주식의 4%(약 383억달러·당시 주가 기준)를 위자료로 주고 합의 이혼했다. 스콧은 위자료 덕분에 세계 22위의 거부로 단숨에 올라섰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두 여성과 세 번 결혼하고, 세 번 이혼한 독특한 경력이 있다. 머스크는 2018년부터 17세 연하의 캐나다 출신 가수 그라임스와 공개 열애하고 있으며, 지난해 득남하기도 했다.

구글의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도 2015년 아내 앤 보이치키와 이혼했다. 두 사람의 재산 분할에 대해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브린이 이혼 원인을 제공한 만큼 위자료가 상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둘의 이혼은 2013년 브린의 사내 불륜 스캔들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빌 앤드 멀린다 재단. 사진 블룸버그
빌 앤드 멀린다 재단. 사진 블룸버그

연결 포인트 2
게이츠 부부, 빌 앤드 멀린다 재단은 유지

빌 게이츠 부부의 이혼으로 빌 앤드 멀린다 재단이 어떤 식으로 운영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재단은 성명을 내고 “게이츠 부부가 지속적으로 협력해 재단 전략을 수립하고 전반적인 방향을 설정해 나갈 것”이라고 했지만, 두 사람이 독립적인 행보를 걸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혼으로 빌 게이츠의 재산이 줄어들면 재단 기부 계획이 틀어질 수도 있다. 미국 언론들은 “두 사람의 이혼으로 전 세계 자선 사업과 공중 보건에 후폭풍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빌 게이츠는 1998년 반독점 소송으로 ‘독점 자본가’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2000년 부인의 조언을 듣고 CEO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재단을 설립했다. 두 사람은 이후 기아와 질병 퇴치, 백신 개발은 물론 억만장자들의 기부 운동도 주도했다.

재단은 현재 전 세계 사무소에 1600명의 직원을 두고, 공중 보건 분야에 매년 약 50억달러(약 5조원)를 기부하는 등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해 백신 개발 등에 10억달러(약 1조원)를 지출하기도 했다.

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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