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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침체에도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는 화색이 돌고 있다.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안이 발표되기 전인데도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하는 단지가 잇따르고 있다. 노후 아파트 단지들은 여러 단계에 걸쳐 진행되는 안전진단 특성상, 정부 규제가 완화되기 전 사업 속도를 미리 높이려고 한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도봉구 창동 상아1차 아파트는 최근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을 조건부로 통과했다. 1차에서 D등급을 받은 이 단지는 2차 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을 통과할 경우 철거 및 이주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재건축 안전진단은 예비안전진단과 1차 정밀안전진단, 2차 정밀안전진단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각 단계는 A~E등급으로 나뉘는데, D등급(조건부 재건축) 또는 E등급(재건축 확정)을 받아야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으면 공공기관(한국건설기술연구원·국토안전관리원)의 2차 정밀안전진단을 거치고, 여기서 D등급이나 E등급이 나와야 재건축을 진행할 수 있다.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더라도 1·2차 정밀안전진단에서 탈락하면 다시 예비안전진단부터 시작해야 한다.

창동 상아1차는 총 694가구 규모로 지난 1987년 준공돼 올해 35년 차를 맞은 노후 단지다. 인근 상아2차, 창동주공2단지와 함께 2000가구 규모의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1988년 준공된 상아2차는 427가구, 1990년 준공된 창동주공2단지는 750가구다. 세 단지 모두 재건축 연한인 준공 후 30년을 훌쩍 넘어선 상태다.

창동 상아1차 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지난 5월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해 10월 24일 정밀안전진단을 조건부 통과했다는 통보를 받았고, 적정성 검토는 규제 완화책이 구체화되면 신청할 계획”이라며 “신탁방식으로 재건축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상아1차의 정밀안전진단 통과로 세 단지의 통합 재건축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상아2차와 창동주공2단지도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정밀안전진단을 준비 중이다. 창동주공2단지 재건축추진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정밀안전진단 접수를 위한 주민 동의서를 징구하고 있다”면서 “빠르면 올해 안에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10월 14일에는 서울 여의동 미성아파트가 안전진단 적정성 검토에서 D등급을 받아 재건축을 확정 지었다. 지난해 8월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은 지 1년 2개월 만의 성과다. 미성아파트는 재건축 대상 여의동 노후 아파트 16곳 중 15번째로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했다.

그동안 재건축 ‘3대 대못’으로 꼽혔던 안전진단 규제 완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정밀안전진단에 도전하는 단지도 늘고 있다. 안전진단을 미뤄왔던 강동구 명일동 한양아파트가 대표적이다.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강동구청은 지난 10월 명일동 한양아파트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용역을 발주했다.

1986년 준공한 명일동 한양아파트는 총 540가구 규모로, 지난해 정밀안전진단을 추진하려 했다. 그러나 인근 고덕주공9단지가 정밀안전진단에 탈락하면서 안전진단 추진을 연기했다가 최근 들어 다시 사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사진 조선일보 DB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사진 조선일보 DB

정밀안전진단 규제 완화에 촉각

정부가 올해 안에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 개선안을 발표하기로 하면서, 정밀안전진단에 나서는 단지는 더 늘어날 예정이다.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가 구체화하면 안전진단에 도전하는 초기 재건축 단지가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큰 탓에, 사업을 미리 진척시키려는 단지들이 많다.

정부는 지난 9월 정밀안전진단에서 구조 안전성 비중을 현행 50%에서 30~40% 수준으로 낮추고, 의무였던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도 지자체 재량에 맡기는 등의 내용을 담은 완화안을 제시했다. 다만, 구체적 안전진단 개선 방안이나 적용 시기는 연말에 발표될 예정이다.

안전진단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는 지난해만 해도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안전진단을 미뤘던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정부에서는 안전진단에서 탈락할 것을 우려한 단지들이 사업 속도를 일부러 늦추는 일이 다반사였다. 정밀안전진단에서 탈락하면 예비안전진단부터 다시 추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작년 하반기 1차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 노원구 상계주공6단지와 1차 안전진단을 앞둔 상계주공3단지가 안전진단을 위한 업체 선정 입찰 진행을 연기한 게 대표적이다. 재건축이 시급한 이들 단지들이 당시 안전진단을 미루기로 판단한 데는 인근 태릉우성아파트가 2차 정밀안전진단에서 탈락한 영향이 컸다.

서울 공릉동 태릉우성아파트는 준공 37년 차 노후 단지지만 지난해 7월 적정성 검토 결과 C등급을 받으면서 재건축을 할 수 없게 됐다.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는 48.98점으로 D등급을 받았지만, 적정성 검토에서는 10점이 높은 60.07로 C등급을 받았다.

앞서 2018년 문재인 정부는 재건축 사업이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며 구조 안전성 기준을 기존 20%에서 50%로 올렸다. 구조 안전성은 건물 기울기, 내구력, 기초 침하 등 아파트 구조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는데, 현재의 구조 안전성 기준으로는 정밀안전성 통과 가능성이 극히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평가다.

지난해 구조 안전성 기준이 강화된 이후 적정성 검토를 통과한 단지는 △서초구 방배삼호 △마포구 성산시영 △양천구 목동6단지 △도봉구 도봉삼환 △영등포구 여의동 목화 등 5곳에 불과하다.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 시기가 다가오자 재건축의 첫 관문인 예비안전진단에 신청하는 단지도 늘고 있다. 서울 양재동 양재우성아파트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는 10월 26일 서초구로부터 ‘예비안전진단’ 통과를 통보받았고, 강북구 번동 일대에서도 번동주공1단지, 번동주공4단지가 강북구로부터 잇따라 ‘정밀안전진단 필요’ 판정을 받았다.

서울의 한 아파트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정부가 올해 안으로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책을 내놓기로 하면서 재건축 단지들 사이에서 사업 추진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기대감이 조성된 것은 사실”이라며 “우리 단지의 경우 정부의 안전진단 완화책이 구체화되고 나서는 많은 노후 단지가 한꺼번에 재건축을 추진할 것에 대비해 미리 안전진단 속도를 높여 놓았다”고 했다.

김송이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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