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에서 바라 본 시내 아파트 단지. 사진 뉴스1
서울 남산에서 바라 본 시내 아파트 단지. 사진 뉴스1

집값이 하락하면 분양가도 내려갈까. 미분양이 늘기 시작하고 일부에서 집값 폭락론까지 제기되는 와중에 9월 서울 평균 분양가가 작년보다 10% 하락했다는 통계가 나오면서 분양가가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서울 분양가는 꾸준히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가가 떨어졌다는 통계가 나온 것은 최근 서울에서 대어급 분양단지가 얼마 없었던 데다, 지난해 6월 분양했던 서울 반포동 원베일리가 분양가 평균치에서 빠지면서 나온 착시효과였다는 것이다. 건설업계에서는 공시지가가 오르고 시멘트 등 원자잿값과 인건비가 모두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내년 서울 아파트 분양가는 더 오를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2805만9900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9월 대비 10.50% 하락한 수준이다. 이는 전국이나 광역시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과는 다른 흐름이다. 전국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작년 9월 대비 5.90% 오른 1486만6500만원, 수도권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4.45% 상승한 2078만600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만 하락세를 보인 것은 일종의 착시효과다. HUG가 발표하는 월별 평균 분양가격은 공표 직전 12개월 동안 분양보증서가 발급된 민간 분양 사업장 평균 분양가다. 올해 9월 말 기준 평균 분양가 산식엔 지난해 6월 3.3㎡당 5653만원에 분양했던 래미안 원베일리가 포함되지 않았다. HUG 관계자는 “이 단지의 분양가가 빠진 올 7월부터 서울 아파트의 올해 평균 분양가가 작년 대비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실제로 9월 말 기준 최근 1년간 분양했던 서울 아파트의 분양가는 꾸준히 올랐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서울에서 민간 분양한 아파트 단지는 총 18곳이다. 이 중 10대 시공사가 지어 실수요자들에게 선호도가 높은 단지 네 곳을 보면 모두 평균보다 분양가가 비싸다.

대표적인 곳이 올 1월 서울 미아동에서 분양한 북서울 자이폴라리스와 인근에서 올 4월에 분양한 한화 포레나 미아다. 북서울 자이폴라리스 3.3㎡당 평균 분양가는 2930만원, 한화 포레나 미아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3140만원이었다. 두 단지보다 도심에 가까워 입지가 더 낫다고 평가받는 힐스테이트세운센트럴의 분양가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고도 더 비쌌다. 3.3㎡당 평균 3479만원이었다.

물론 평균 분양가보다 싼 단지도 있었다. 지난해 9월 분양한 서울 상일동 e편한세상강일어반브릿지(593가구)의 3.3㎡당 분양가는 평균 2356만원이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당첨만 되면 4억 로또’라는 수식어구가 붙었던 단지다.

앞으로 서울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가 더 오를 수밖에 없다고 전망하는 부동산 전문가들과 건설업계 관계자들이 많다. 이는 아파트 분양가 산정의 기준이 되는 기본형 건축비가 올해에만 세 차례 인상된 데 따른 것이다. 기본형 건축비는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국토교통부는 기본형 건축비를 지난 3월 2.64%, 7월 1.53% 인상한 후 9월에 2.53% 추가로 올렸다.

분양가 상한제가 손질되면서 가산비 증액이 과거보다 쉬워진 것도 분양가 상승을 점치는 이유다. 지난 6월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개선하면서 정비사업을 추진할 때 들어가는 필수 비용을 분양가에 반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세입자 주거 이전비, 영업손실 보상비, 명도 소송비 및 기존 거주자 이주를 위한 금융비(이자), 총회 개최비 등 필수소요 경비 등은 분양가 산정에 반영되지 않았지만 이제 반영이 된다.

또 자잿값 상승분도 건축비에 예전보다 신속하게 반영된다. 정부는 레미콘과 철근 등 비중 상위 두 개 자재의 가격 상승률 합이 15% 이상이거나 유리, 마루, 거푸집 등 하위 세 개 자재의 가격 상승률 합이 30% 이상인 경우 정기고시 기간인 3개월 내라도 비정기 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철근값은 다소 내렸지만 시멘트·레미콘값은 꾸준히 오르고 있고 인건비 부담도 늘고 있어서 건축비 증액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고분양가 심사제도 개선도 분양가가 더 오를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HUG는 분양가를 결정할 때 인근 시세를 참고하는데, 비교 단지 선정 기준을 기존 ‘준공 20년 이내’에서 ‘10년 이내’로 낮추기로 했다. 개선안을 지난 6월 발표하면서 당시 정부는 이 조치만으로도 분양가가 0.5% 상승할 것으로 봤다.

실제로 분양을 앞둔 단지도 분양가는 떨어질 기미가 없다. 1만2000여 가구로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꼽히는 서울 둔촌동 둔촌주공 정비조합은 3.3㎡당 3900만원 수준의 분양가를 희망하고 있다. 여기에서 10~20% 수준이 조정돼 분양가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3.3㎡당 분양가를 2500만원대로 봤었던 것을 감안하면 50%는 오르는 셈이다. 이대로 확정되면 전용면적 59㎡는 10억원대, 84㎡는 13억원대 수준이 될 전망이다.

강북 지역 다른 정비사업지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서대문구청에 따르면 서울 홍은동 서대문센트럴아이파크의 3.3㎡당 상한 분양가는 2910만원으로 책정됐다. 상한 분양가를 적용한 전용면적 84㎡의 분양가는 9억원 후반대다. 서대문센트럴아이파크는 서울 서대문구 11-111 일대를 재개발하는 단지다. 지하 2층~지상 15층, 12개 동, 총 827가구로 거듭난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서울 장위동 장위자이래디언트의 분양가도 비슷한 수준에서 책정됐다. 11월 중 분양에 나서는 장위4구역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2834만원. 전용면적 84㎡의 분양가는 9억5000만원 수준으로 10억원대에 근접한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지역은 아니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의 고분양가 심사를 받은 중화동 리버센SK뷰롯데캐슬의 상한 분양가도 3.3㎡당 2835만원으로 책정됐다. 전용면적 84㎡짜리 주택이 9억원 중반 수준에서 분양된다는 뜻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강북권 국민평형 아파트의 분양가가 10억원 가까이로 책정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했다. 서울만의 분위기라고 보기도 어렵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전국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평균 1458만원이었다. 지난해 연간 평균 분양가(1320만원)보다 10.4% 올랐다. 작년 1월부터 9월까지 평균 분양가(1296만원)와 비교하면 12.5% 상승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3.3㎡당 전국 평균 분양가는 올해 처음으로 1400만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에 따른 공사비용 상승으로 분양가가 하락할 것으로 보긴 어려워 보인다”면서 “3.3㎡당 아파트 공사비가 800만원까지 치솟고 있다”고 했다.

연지연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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