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5일 서울의한 은행 상담 창구. 사진 연합뉴스
8월 25일 서울의한 은행 상담 창구.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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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 발맞춰 은행들이 수신(예·적금) 상품 금리를 올리고 있다. 목돈을 최대한 안정적으로 굴리고 싶거나 갚아야 할 빚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기회일 수 있다. 반면, 대출 금리가 뒤따라 오르기 때문에 은행에서 신규로 돈을 빌리거나 변동금리로 빌린 대출 원리금을 갚는 소비자의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금융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8월 28일 기준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변동금리는 4.18~6.204%, 고정금리는 3.77~6.069%다. 이자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차주의 셈법은 더 복잡해진 상황이다. 부동산 시장 거래가 얼어붙은 가운데 최고 상단이 6%를 넘어선 고정금리를 택해 장기간 이자를 갚는 것도 부담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되면서 대출 금리 상승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대출을 최소화하고 현금 보유를 늘려야 하는 때라고 입을 모은다. 

은행에서 돈을 빌린 차주의 경우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과 변동금리-고정금리 역전 현상 등을 감안하면, 변동금리보다는 고정금리를 택하는 게 이자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 방법이라는 게 이들의 조언이다. 변동금리 중에서는 ‘신규 취급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기준 대출’보다는 ‘신잔액 코픽스 대출’로 택하는 게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금리 상승 때 변동금리는 ‘신잔액 코픽스’ 대출이 유리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과 은행들의 수신금리 인상 영향으로 변동금리 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도 오름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8월 25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2.5%로 0.25% 포인트 올리자, 5대 시중은행도 수신금리를 상향 조정했다. 우리은행은 8월 26일부터 21개 정기예금과 26개 적금 금리를 최대 0.5%포인트 인상했다. 하나은행도 26개 수신 상품 금리를 최대 0.3%포인트 올렸다. KB국민은행은 8월 29일부터 정기예금 16종과 적립식 예금 11종의 금리를 인상했다. 신한은행과 농협은행도 같은 날 예‧적금 상품의 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올렸다.

업계에서는 이번 금리 인상 영향으로 은행연합회가 9월 공시할 8월 코픽스가 3%대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픽스는 국내 8개 대표 은행의 저축성예금 자금 조달 금리를 가중평균해 산출한 값이다. 은행들은 이를 기준으로 대출 변동금리 등을 인상, 인하한다.

앞서 은행들이 금리 인상에 따른 차주의 부담을 덜기 위한 취지로 금리 인하책을 내놨으나, 다시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주담대 금리 상단이 4%대에서 6%대로 오른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금리를 낮춰도 기준금리가 계속 오르니 금리 인하 효과가 일시적이고, 미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미 7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6월보다 0.52%포인트 상승한 연 2.90%까지 올랐다. 이는 2010년 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발표 시작 이래 12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었다. ‘잔액 기준 코픽스’는 6월(1.83%)보다 0.22%포인트 오른 2.05%로 집계됐다. 2019년 6월부터 새로 도입된 ‘신잔액 기준 코픽스’도 한 달 새 0.2%포인트 올라 1.62%다.

변동금리형 주담대 차주의 부담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은행 예·적금 금리가 오르면 은행들이 수신 고객에게 지급해야 하는 이자, 즉 자금 조달 비용이 더 늘면서 이를 반영하는 코픽스와 대출 금리도 뒤따라 오른다. 반대로 코픽스가 떨어지면 그만큼 은행이 적은 이자를 주고 돈을 확보할 수 있게 돼 대출 금리도 내린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애널리스트)은 “수신금리 상승분이 시차를 두고 수신금리연동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라며 “예금금리 인상이 기존 대출자의 부담을 증가시키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러 은행이 동시다발적으로 수신 금리를 인상하면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은행에서는 주로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를 가계대출 기준금리로 삼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금리 상승기 금융 대출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잔액 코픽스’ 금리가 더 유리하다. 금리 상승 반영 속도가 신규 코픽스보다는 느리기 때문이다.

신규 코픽스는 해당 월에 새롭게 조달한 자금을 기준으로 금리가 산출되는 반면 신잔액 코픽스는 월말 보유 잔액을 기준으로 기존 대출 금리도 함께 반영된다. 반대로 금리 인하기에는 금리 변동 반영 속도가 느린 신잔액 코픽스가 불리하다.

최근 금융 당국도 소비자의 금리 선택권을 넓혀야 한다는 권고와 함께 신잔액 코픽스 기준 대출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월 22일 기준 19개 국내 은행 중 신잔액 코픽스 대출을 판매하는 은행은 14곳이다.

5대 은행 중에서는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이 현재 신잔액 코픽스 대출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2021년 공급을 일시 중단했던 것인데, 신잔액 기준 대출 상품 재출시를 검토 중이다.

 

“금리 인상 대세…대출은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안전”

금리 인상기에는 변동금리 대신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는 게 낫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코픽스가 가파르게 오른 데다, 경기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이란 심리가 채권 시장에 반영되면서 변동금리 상단이 가산금리 상단보다 높은 역전 현상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마다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16만1000원씩 늘어난다. 1년간 기준금리가 2%포인트 오르면 1인당 이자 부담이 128만8000원 증가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고정금리 부담도 만만치 않다. 주담대 고정금리는 코픽스가 아닌 금융채 5년물을 기준으로 삼는데, 금융채 5년물 금리는 8월 25일 4.119%로, 6월 17일 4.147% 이후 약 두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8월 ‘예대금리차 공시’ 시행 영향으로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낮추고 수신 금리를 올리는 경쟁에 돌입해 대출 금리 상승 폭을 완화할 여지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금리 인상기라는 대세적 흐름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금융권에선 한은이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두 차례 더 올려 연말 기준금리가 연 3%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미국보다 금리 인상을 먼저 종료하기는 어렵다”면서 “물가 상승률이 4~5%의 높은 수준을 보이는 한 금리 인상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허지윤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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