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중은행 창구. 사진 연합뉴스
한 시중은행 창구. 사진 연합뉴스

“노년에 연금처럼 매달 배당금을 수령하다가 큰돈이 갑자기 필요하면 얼마든지 긴급자산으로 운용할 수가 있잖아요. 제가 먼저 세상을 떠나도 가족에게 좋은 유산이 될 수도 있고요.”

50대 회사원 A씨는 배당주 투자로 아내와 노후 대비를 하고 있다. 회사가 망하지 않는 이상 매번 정해진 날짜에 배당금을 받을 수 있고, 큰돈이 필요하면 보유하고 있는 배당주 매매를 통해 자금을 마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A씨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리얼티인컴 등을 꾸준히 사 모으며 매달 배당금을 받을 수 있게 포트폴리오를 설정했다.

연말마다 지급받는 배당금에 매력을 느낀 35세 회사원 B씨도 배당주 투자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배당주 포트폴리오를 늘릴 고민도 하고 있다. B씨는 “11월 마지막 주에 증시가 유난히 불안했는데 높은 배당금을 주는 증권사 같은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그 영향을 덜 받았던 것 같다”면서 “배당주 포트폴리오를 늘려서 연금처럼 써볼까도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일주일 동안 한국전력, KT 등 전통적인 배당주를 개인투자자들이 100억원 이상 순매수하고 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양적 완화 점진적 축소)과 금리 인상,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인 오미크론 확산 등의 영향으로 국내 증시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배당주에 대한 관심은 점점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배당주 투자가 잘 정착돼 있는 미국은 매 분기 또는 매달 배당금을 지급하는 기업들이 많고 배당금 지급 시기를 활용해 매달 연금처럼 배당금을 받는 투자자들이 많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런 경향이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확산할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 상장기업 중 200여 곳이 넘는 기업들이 매년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고 이 중 20곳 이상은 연간 시가배당률(시가총액에서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5%를 넘어, 꼼꼼히 찾아보면 높은 배당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업들이 많다. 다만 전문가들은 배당주에 투자할 때는 배당소득세 등 관련 세금을 얼마나 내야 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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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맥쿼리인프라 등 배당株 투자 인기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인기가 좋은 대표적 배당주는 전기·통신 등 인프라 관련 기업들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1월 29일부터 12월 3일까지 5거래일 동안 개인이 사들인 KT 주식은 약 192억원이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KT 주당 배당금(DPS)은 당초 예상대로 1700원으로 설정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내년에는 2000원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KT의 올해 배당금이 1700원으로 설정된다면, 12월 7일 KT의 종가(3만750원)를 기준으로 봤을 때 배당률이 5.5%다. 개인들은 같은 기간 한국전력 주식도 많이 사들였다. 개인이 사들인 한국전력 주식은 149억원 정도다.

금융 회사도 인기가 높은 배당주에 속한다. 개인투자자는 같은 기간 삼성증권을 65억원 가까이 매수했다.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지주도 각각 98억원, 71억원가량 순매수했다.

대표적인 고배당주 종목인 맥쿼리인프라에도 투자자들이 몰렸다. 이 기간 개인들이 사 모은 맥쿼리인프라의 주식은 146억원어치다. 2020년 717원이었던 주당 배당금이 올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점쳐지며 수요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맥쿼리인프라는 사회기반시설 자산으로 구성된 국내 최대 인프라 펀드로, 11월 25일에는 1만4250원의 최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현재는 1만4000원 전후로 거래되고 있는데, 지난 10월 초 1만295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두 달 사이에 8% 올랐다. 맥쿼리인프라의 올해 예상 배당금은 나오지 않았지만,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라면 5~6%대의 배당수익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배당금을 지급하는 상장 기업은 236개다. 그중 8%인 21개 기업은 주가의 5% 이상을 배당금으로 지급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배당수익률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삼성증권이다. 삼성증권의 올해 예상 배당수익률은 7.66%다.


배당소득세·금융소득 종합과세 신경 써야

배당주를 중심으로 투자를 할 때는 세금 문제도 신경 써야 한다. 가장 먼저 배당소득세를 유의해야 한다. 배당소득세는 배당금을 받을 때 내는 세금으로 배당금의 15.4%가 부과된다. 배당금을 지급해주는 증권사가 원천징수하기 때문에 별도로 신고할 필요는 없다. 가령, 올해 주식 배당금을 100만원 받는다고 하면 15만4000원을 증권사에서 알아서 가져간 후에 84만6000원만 계좌에 입금해 주는 식이다.

금융소득 종합과세도 잊지 말아야 한다. 금융소득 종합과세는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이 연간 2000만원 이상 되는 투자자들에게 부과되는 세금이다. 국내 주식의 배당금인지 해외 주식의 배당금인지 관계없이 모든 배당금을 합산하는 식으로 산정된다. 종합소득세 세율은 금액에 따라 6.6~49.5%(지방소득세 포함)로 소득에 따라 다르게 부과된다.

증시 변동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배당주 투자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증권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그러나 주가 변동성이 너무 높은 종목은 투자원금 손실이 배당 이익을 넘어설 수도 있기에 많은 배당금을 주는 종목이라도 주가 변동성이 심한 곳에 대한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배당주의 일종인) 증권사 주식은 주가 흐름이 지지부진한데도 투자자들이 계속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매수했을 때보다 주가가 내려갔어도 배당금으로 이미 이익을 내고도 남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승빈 대신증권 자산배분팀장도 “시장 변동성이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주가 변동성이 낮은 배당주 투자에 대한 선호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배당금 이익 외에도 주가 안정성을 고려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연금 배당 전략을 활용하려면 주가가 안정적인 상태에서 꼬박꼬박 배당금이 들어와야 의미가 있다”며 “(배당금을 많이 주는) 삼성전자는 주가가 10만원대에서 6만원대까지 하락하기도 했는데 이런 경우에는 원금 손실이 배당 이익을 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배당금만 보고 투자하지 말고 주가의 안정성을 생각해 투자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효선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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