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네덜란드 공적연금(ABP)의 투자를 담당하는 네덜란드 연금자산운용(APG)은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 10곳에 탄소 배출 감축을 요구하는 내용의 주주 서한을 보냈다. 탄소 중립(net zero·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흡수량도 늘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늘어나지 않는 상태)에 대한 국제적인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지구온난화, 플라스틱 오염 같은 환경 문제와 산업안전, 인권 문제, 다양성·포용성 등에 대한 사회적 눈높이가 높아진 데 따른 요구였다. 여러 검토 끝에 삼성전자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내용의 ‘신환경경영전략’을 9월 15일 발표했다. 1992년 내놓은 삼성 환경 선언 이후 30년 만의 변경이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2030년까지 공정가스 저감, 폐전자제품 수거 및 재활용, 수자원 보존, 오염물질 최소화 등 환경경영 과제에 7조원 이상을 투자한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요구 제도화가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오는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인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이 ESG 관련 공시가 담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며, 2030년부터는 이 의무가 모든 코스피 상장사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러나 일부 기업 중에는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도적 압박에 못 이겨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 그린워싱(친환경적이지 않지만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 환경주의’)을 선택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필자는 “전 세계에서 ESG 공시 의무화 등을 포함한 새로운 규제를 내놓고 있는데, 표준도 없이 제도가 도입된다면 규제의 직접적인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어 “ESG 공시 표준 및 목표에 대한 재설정이 필요하며 불확실성 속에서도 기업이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분명하고 효과적인 인센티브가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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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스펜스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 2001년 노벨경제학상수상자, 전 스탠퍼드대경영대학원 학장
마이클 스펜스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 2001년 노벨경제학상수상자, 전 스탠퍼드대경영대학원 학장

오늘날의 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혁명은 결국 어디로 향할 것인가. ESG는 금융과 자산 관리를 포함,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기업의 목적과 미션 및 전략을 정의할 때 핵심이 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겉으로 ESG를 채택한다고 해서 실질적인 성과를 가져올지는 지켜봐야 한다. 

ESG에 대한 약속은 결코 하나의 주체만이 노력한다고 해서 지켜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중요한 과제에 대한 고민을 모두가 함께해야 한다. 기업, 정부, 금융, 교육, 법조 그리고 비영리단체까지 모든 주체의 도움이 필요하다. 

우선 기업의 입장을 살펴보자. 기업은 ESG 경영을 선언함과 동시에 그들의 몫을 다하겠다는 데 동의하고 시작한다. 기업은 목표한 성과를 달성하는 것과 동시에 지속가능한 발전의 추구를 약속하고 있다. 목표한 모든 것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ESG 경영의 효과와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 우선 주주(shareholder) 중심에서 다수의 이해당사자(stakeholder) 중심으로 생각을 전환하는 게 필요하다. ‘이해당사자’라는 단어의 정의는 모호할 수 있으나 기업의 주주뿐 아니라 회사의 직원, 채권 보유자, 고객, 기업을 둘러싼 커뮤니티, 넓게는 사회까지 포함한다. 주주들은 직접 회사 주식을 소유하고 재정적 이해관계가 있는 개인, 회사, 기관이기에 장기적 성과보다는 단기적 가치와 수익성을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해당사자들은 주식의 성과와 가치뿐 아니라 회사가 내는 장기적 성과에도 관심이 많다. ESG를 외친 회사의 궁극적인 성공이 이해당사자의 미래와도 밀접히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활동에서 ESG 경영에 대한 실현 가능성과 책임감을 확인하게 된다면 이해당사자들의 지지를 지속적으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 ESG 경영을 유지하는 강력한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의문점이 남는다. 책임감 있는 것과 무책임한 것, 혹은 유익한 것과 해로운 것 사이의 경계는 어디일까. 정답은 분명하고 간단하다. 여기에는 일종의 트레이드오프(거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가령, 개발도상국에 아웃소싱하는 기업을 생각해보자. 소비자는 더욱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고, 아웃소싱을 받은 국가 입장에서는 일자리 창출, GDP(국내총생산) 증가 등 여러 긍정적 효과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품을 생산하고 고용에 크게 의존했던 커뮤니티(국가) 입장에서는 환경오염 등 생각하지 못한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전체 편익이 비용을 초과한다고 해도 그렇다.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기업의 사업 영역에 따라 ESG 경영 도입의 난이도가 다르다는 점이다. 어떤 기업은 이미 생산라인을 자동화해 ESG 도입에 따른 직원 인사 발령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도 있다. 반대의 경우 어려움이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이든지 ESG가 궁극적으로는 창의적인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혁신과 창의력을 부르는 도전은 사람들에게 동기부여가 된다. 불확실성 속에서 분명하고 효과적인 인센티브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ESG 공시 의무화는 거부할 수 없는 글로벌 흐름이다. ESG 공시를 의무화한 국가는 세계 20개국 안팎이다. 노르웨이 등과 같이 ② 지속가능보고서를 별도로 발간하는 국가도 있고, 사업보고서나 별도 서식 내부에 ESG 공시를 의무화하는 국가도 있다. 이는 ESG 공시 표준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율적으로 ESG 공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는데, 2011년엔 지속가능보고서를 S&P500 기업의 20%밖에 발간하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이 비율이 90%까지 늘어났다.

ESG 공시 의무화 등을 포함한 새로운 규제 표준은 여러 이해당사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 기업에 ③ 그린워싱에 빠질 여지를 주게 되면 규제의 직접적인 효과는 떨어질 것이다. 만약 기업이 ESG 성과에 대해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면 보고하기 위한 실질적 성과가 필요할 것이다. 이에 대한 표준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표준도 없이 ESG 공시 의무화가 도입된다면 규제의 직접적인 효과는 떨어지고, ESG 목표 달성 주장은 신뢰도를 잃을 것이다. 이 때문에 ESG 보고 규정이 반영된 회계 감사는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밖에 ESG의 목표도 재설정돼야 한다. 예를 들어 ‘E’에 해당하는 환경 이슈를 생각해보자. 기후 변화와 환경 오염 위험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은 전문가마다 다르다. 전 세계 대부분의 지역이 가뭄 위기를 겪고 있는 반면 파키스탄 영토의 3분의 1은 물에 잠겼고, 지구 온난화 토론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ESG의 궁극적 목표를 얘기할 때 대부분은 합의된 목표가 있다고 추측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화석연료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막연하게 동의할 뿐 그에 대한 대안과 또 다른 부작용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양한 것도 대표적인 예다.

중국의 톱다운(Top-down) 시스템을 살펴보면, 집권 공산당이 ESG 우선순위를 정하고 기업의 트레이드오프 사안을 결정한다. 반대로 미국은 보텀업(Bottom-up)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는 다양한 상황에 적용되는 글로벌 차원의 단일화된 메커니즘이 없다. 글로벌 표준이 없다면 ESG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은 결국 뒷문으로 들어갔다 다시 나가는 것처럼 무의미한 일이 될 것이다. 진보를 방해하거나 심지어 역전시킬 것이다. 

ⓒ프로젝트신디케이트

Tip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칭으로 기업의 비재무적인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활용되는 지표를 의미한다. 영국은 2000년에 처음으로 ESG 정보 공시 의무 제도를 도입했고, 현재 유럽의 주요 국가인 독일, 프랑스, 스웨덴, 벨기에, 캐나다가 ESG 정보 공시 의무 제도를 도입한 상태다. 유엔(UN)에서는 지난 2006년에 유엔 책임 투자 원칙(UNPRI) 6가지를 제정해 ESG를 공시하는 사회책임투자를 권고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기업 경영에 적용한 개념의 ESG 경영 관련 보고서다. 1995년 ‘지속가능발전 세계기업가협의회(WBCSD)’가 발족하면서 초안이 논의됐다. 2002년 다보스포럼에서는 46개 다국적 기업이 글로벌 기업 의제로 논의하기도 했다. 현재는 미국 경제지 ‘포천’이 선정한 500대 기업 중 매출액 기준 상위 250개 기업의 96%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지난 2002년 3월 ‘지속가능발전 기업협의회(KBCSD)’가 발족한 이래로 기업에서 관련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그린워싱(Greenwashing)은 은폐하기 위한 눈가림을 뜻하는 화이트워싱(whitewashing)과 자연환경을 상징하는 그린(green)의 합성어다. 기업이나 단체에서 실제로는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허위 과장 광고나 선전, 홍보 수단 등을 이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ESG 경영 지표를 따르기 위해 고탄소 자산을 소규모 민간사업자들에게 매각하는 식으로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는 등 그린워싱의 범위는 다양하다.

마이클 스펜스 / 정리 : 전효진 기자, 김보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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