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항일빨치산’ 창설 90주년(4·25) 기념 열병식에 참가한 평양 청년들을 격려하며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5월 1일 김 위원장이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 경축 열병식을 성과적으로 보장하는 데 기여한 평양시 안의 대학생 및 근로청년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2일 보도했다. 사진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항일빨치산’ 창설 90주년(4·25) 기념 열병식에 참가한 평양 청년들을 격려하며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5월 1일 김 위원장이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 경축 열병식을 성과적으로 보장하는 데 기여한 평양시 안의 대학생 및 근로청년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2일 보도했다. 사진 연합뉴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서울대 법대, 국방대 국방 관리대학원 석·박사,  현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 현 육군3사관학교 군사사학과 초빙교수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서울대 법대, 국방대 국방 관리대학원 석·박사, 현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 현 육군3사관학교 군사사학과 초빙교수

4월 25일 북한에서 열병식이 열렸다. 공산권 국가에서 열병식은 체제를 선전하고 국가적 단합을 과시하는 중요한 국가행사다. 특히 북한에서는 김정일이나 김정은 등 후계자들이 최초로 등장할 정도로 열병식은 정치적인 의미가 있다. 북한은 통상 태양절(4.15·김일성 생일), 공화국창건기념일(9.9), 당 창건 기념일(10.10) 등이 정주년(5주년 또는 10주년 단위)을 맞이했을 때 대대적인 열병식을 펼쳐왔다. 

이번 열병식은 여러모로 특이했다. 무엇보다도 특이한 것은 날짜였다. 조선인민군의 창건일은 원래 1948년 2월 8일이다. 북한은 1977년까지 이날을 건군절로 기념해왔다. 그러다가 김일성은 1978년부터 돌연 건군절을 4월 25일로 바꿨다. 건군절 기념일을 바꾸기에 앞서 북한은 1972년 처음으로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40주년 열병식을 실시했다. 조선인민혁명군이란 1932년 4월 25일 김일성이 만들었다는 항일빨치산 조직으로 실제 소꿉놀이에 불과한 모임을 항일투쟁 단체로 포장한 것이다. 건군절의 교체는 김일성의 항일빨치산 활동을 북한군의 뿌리로 둔다는 의미다. 즉 김일성 독재와 우상화 체제가 완성됐다는 뜻이다. 


4월 25일 재등장의 의미

이렇게 4월 25일 열병식은 김정일 시대에도 계속되었지만, 김정은 집권 후 2013년에 열병식 없는 예식으로 치러진 후 별다른 행사가 없었다. 오히려 김정은은 2018년 2월 8일로 건군절을 되돌리면서 열병식을 실시했다. 또한 2021년 8차 당대회 기념 열병식을 실시하면서 대대적으로 선전 활동을 벌였다. 원래의 건군절이나 당대회를 기념하는 것은 김정은 시대에 이르러서는 독자노선을 걷는다는 정치적 의사표시였다. 

그런데 불현듯 4월 25일이 다시 강조된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이는 항일빨치산의 성격을 보면 알 수 있다. 김일성이 세운 북조선의 뿌리는 항일빨치산 혁명이며, 이를 기념함으로써 김정은이 이러한 정통성을 물려받은 지도자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극적 효과를 위해 김정은은 김일성이 입었던 원수복을 입으며 싱크로율을 높였다. 김정은이 다시 김일성의 정통성에 기대는 이유는 또다시 할아버지에게 기댈 만큼 북한 민심이 어렵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항일빨치산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항일빨치산은 중국과 함께 제국주의 일본에 대항하여 싸웠다. 그들의 활동 무대는 중국으로, 중국 공산당이 만든 동북항일연군에 통합된 후에 비로소 동네 소꿉놀이 수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공식적인 항일독립활동을 시작했다. 즉 항일빨치산의 전통을 강조하면 할수록, 김일성의 정통성뿐만 아니라 북한의 적(제국주의 국가)과 북한의 동료(중국)가 강조된다. 

현재 북한의 적은 제국주의 국가인 미국이며, 미·중 패권 경쟁의 국면에서 중국의 적도 미국이다. 즉, 미 제국주의라는 공통의 적을 섬멸하기 위해 중국과 손을 잡는 것이 북한 혁명의 전통이라는 해석으로 확대될 수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중국과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 사이에 형성되는 신냉전 상황은 북한에 도움이 된다. 


김정은의 핵 예방타격 메시지 

북한은 전통적으로 열병식을 자국의 군사 역량과 함께 안보의 방향성을 알리는 기회로 활용해왔다. 특히 김정은의 연설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국내 민심을 달래는 지도자의 목소리이기도 하거니와, 세계 각국 특히 북한의 숙적인 미국을 향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번 연설에도 당연히 많은 메시지가 포함되었다. 

우선 제국주의(미국)를 적으로 보는 시각이 모든 출발점이다. 김정은은 “제국주의와 장기적으로 맞서야 하는 우리 혁명의 특수성은 백두에서 뿌리내린 위대한 혁명사상과 정신의 바통을 굳세게 계승해나가는 것을 군건설, 반제투쟁의 초미의 전략적 과업으로 제기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즉 제국주의에 대항하여 군사력을 건설하는 것이 과제이며 그 수단이 핵이라는 것이다. 또한 김정은은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하여 임의의 전쟁 상황에서 각이한 작전의 목적과 임무에 따라 각이한 수단으로 핵전투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즉 핵무력으로 전략핵과 전술핵을 모두 활용하고 그 숫자를 늘려나가겠다는 선언이다. 이와 함께 첨단 강군의 방향성도 제시했다. 

그러나 김정은은 기념사를 마무리 지으면서 ‘매머드급’ 위협 발언을 토해냈다. 북한의 핵무력의 기본 사명(핵 운용 교리)은 기본적으로는 전쟁 억제지만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즉 전쟁 억제 이외에 핵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발언이다. 그렇다면 그 핵을 언제 사용할 것인가. 김정은은 핵사용 조건을 ‘우리 국가의 근본이익을 침탈하는 경우’라고 얘기한다. 

이 말은 북한이 핵을 사용하는 시점의 판단을 전쟁 억제 차원을 넘어 자국의 근본적인 이익에까지 확장하겠다는 말이다. 더 쉽게 얘기하면 상대방이 핵전쟁을 자국에 시도할 때만 핵을 쓰는 것이 아니라, 핵위협 이외에 자국의 근본적인 이익, 예를 들어 김정은 집권체제가 위협받을 때도 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다양한 핵무기의 등장 

이러한 협박을 입증하듯 북한은 다양한 핵무기를 쏟아냈다. 전술핵과 전략핵을 가리지 않고 핵무장을 질량적으로 강화했다는 증거를 보여줬다. 2018년 열병식부터 대한민국을 협박해온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이 그 주인공이다. KN-23은 KN-24와 함께 구형 스커드 미사일을 대체하는 차세대 단거리 미사일 전력이다. 북한은 KN-23을 이동식 발사차량뿐만 아니라 철도에서도 발사할 수 있음을 과시했고, 심지어 이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로 개조하여 열병식에 당당히 끌고 나왔다. 여기에는 전술핵이 탑재될 예정이다. 이번 열병식은 7차 핵실험으로 전술핵탄두를 개발할 것이라는 예고이기도 하다. 

전략핵능력으로는 MRBM(중·단거리 탄도미사일), IRBM(중거리 탄도미사일), 그리고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이 있다. 북한은 MRBM과 IRBM으로 새롭게 개발한 극초음속 미사일 2종을 선보였다. ICBM으로는 다탄두를 장착하고 미국 본토 전역을 공략할 수 있는 화성-17까지 선보였다. 여기에 더해 역대 최대 크기의 SLBM까지 끌고 나왔는데, 이는 고체연료 ICBM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이번 열병식에서 김정은은 다양한 핵무장으로 대한민국으로 예방타격을 실시할 수 있다고 호언했고, 실제 그러한 무기를 보여줬다. 핵능력에 대한 지지를 끌어들이기 위해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국가들에 반미연대를 제안했다. 대한민국에 대한 선제 핵공격은 현재로서는 어렵지만, 7차 핵실험으로 소형화에 성공한 전술핵탄두를 KN-23과 24에 탑재하면 더 이상 협박이 아니라 실존하는 위협이 된다. 

문재인 정권의 한반도 비핵화 시도는 적에게 국제제재포위망을 뚫고 핵무기를 다양하게 늘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군축과 군비 경쟁은 동전의 앞뒷면과도 같다. 역사적으로 군축이 실패하면 군비 경쟁이 다가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는 국제질서를 지키느라 핵개발을 못 하고 있다. 우리가 만들 수 없다면 동맹인 미국이 전술핵을 한반도 역내에 재배치하는 것이 적절한 군비경쟁이다. 이렇게 우리 것이든 동맹국인 미국의 것이든 핵무기를 쥐고 있어야, 진정한 군축과 비핵화 협상이 가능하다.

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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