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설명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은 오는 2024년까지 항공과 헬스케어, 에너지 등 3개 부문 회사로 분할하겠다고 2021년 11월 발표했다. 1892년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이 창업한 전기조명 회사를 모태로 한 GE는 전구로 사업을 시작해 한때 발전용 터빈 등 전기로 만들 수 있는 거의 모든 분야에 손을 대며 세계 최대 제조 업체로 성장했다. GE는 제조업은 물론 헬스케어와 금융업까지 아우르는 공룡 기업이 됐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고, 2018년에는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에서도 퇴출당했다. 이런 위기 속에서 GE는 지속적으로 사업 규모를 축소해왔으며 마침내 지난해 부문별 분사를 결정한 것이다. GE 130여 년 역사상 최초의 외부 출신 대표로 2018년 영입된 로런스 컬프 최고경영자(CEO)가 회사 분할을 주도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다른 대기업도 잇따라 그룹을 쪼개고 있다. 1875년 창업한 일본 기업 도시바, 1886년 세워진 미국 제약 회사 존슨앤드존슨 역시 분할 결정을 알렸다. 필자는 주요 대기업이 그룹을 쪼개는 배경에는 ‘복합기업 할인’, 즉 여러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의 시가 총액이 개별 사업을 상장할 때의 시가 총액 합계를 밑도는 현상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거대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몸집을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위협을 받기 시작한 기존의 서방 대기업들이 이에 대항하기 위해 사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중국의 존재가 기존 대기업 경영에 일부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은 오는 2024년까지 항공과 헬스케어, 에너지 등 3개 부문 회사로 분할하겠다고 2021년 11월 발표했다. 사진 셔터스톡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은 오는 2024년까지 항공과 헬스케어, 에너지 등 3개 부문 회사로 분할하겠다고 2021년 11월 발표했다. 사진 셔터스톡
달리아 마린 독일 뮌헨공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오스트리아 빈대학 경제학 박사, 현 독일 브뤼헐 수석연구원
달리아 마린 독일 뮌헨공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오스트리아 빈대학 경제학 박사, 현 독일 브뤼헐 수석연구원

2021년 11월, 미국 산업을 대표하는 제너럴일렉트릭(GE)이 세 개 기업으로 분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일본 대기업 도시바와 거대 헬스케어 기업 존슨앤드존슨도 비슷한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 미국의 화학 기업 다우듀폰과 독일의 전기·전자 기업 지멘스를 포함한 기업들의 분사가 이어졌다. 이러한 흐름은 대기업 종말의 시대가 다가옴을 의미할까.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아마존, 메타(전 페이스북) 등 테크 기업은 기업 인수에 집중하고 있지만, 대기업은 성과를 높이기 위해 기업 분할 및 사업 단순화 계획에 참여하는 일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예컨대 GE의 주가는 지난 몇 년간 부진한 성과를 내고 있다. GE 주주들은 헬스케어, 항공기술, 에너지 사업 부문이 적절한 자본 배분(capital allocation)과 유연한 전략을 통해 더욱 나은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다면, 100년 안에는 더욱 높은 수익을 거두고 더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기업 분할을 통해 역사적인 라이벌인 GE를 추월하고 2021년 상당한 수익을 얻어내는 데 성공한 지멘스에는 이런 접근법이 효과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의문점이 남아 있다. 대기업의 실적이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① ‘복합기업 할인(Conglomerate Discount)’에 숨어 있다. 시장은 다양한 사업을 하는 기업의 주가를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만약 한 회사의 각 부문이 단일 기업 수준에서 평가된다면 전체 기업 가치는 올라갈 것이다. 

복합기업 할인은 거대 기업의 ② ‘토빈의 q(기업의 시장 가치를 자본금의 대체 비용으로 나눈 값)’가 단일 기업의 토빈의 q보다 낮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이는 부분적으로 사업 부문별로 자본이 잘못 배분됐기 때문이다. 일부 부문에 과도한 양의 자본이 할당되면서 기업의 ③ ‘총자산수익률(ROA·Return On Assets)’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잘못된 자본 배분은 ‘기업 사회주의(corporate socialism·실적이 저조한 사업 부문에 자원과 인센티브를 충분히 제공하기 위해 본사가 수익성이 높은 부문의 자본을 낮은 부문으로 옮기는 것)’의 결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게 전부는 아니다. 

사실 본사는 실적이 가장 좋은 사업 부문에 과도한 자본을 배분할 가능성이 더 크다. 본사가 자본을 어디에 배분할지 결정할 때, 본사는 각 사업 부문 담당자의 제안을 검토하기 때문이다. 최대 수익을 약속한 사업 부문에는 가장 많은 자금이 지원되고, 그 자금 규모는 각 담당자가 올린 제안서에 제시된 예상 비용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나 부문별 담당자들은 더 큰 규모의 사업을 운영하고자 하는 강한 욕망이 있는 야망가들이다. 그래서 이들은 종종 자신의 부문이 운영할 프로젝트의 예상 비용을 부풀리기도 한다. 

이미 그룹 내에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높은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면, 부문 담당자가 요구하는 자금의 양이 과도하더라도 본사는 결국 이를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들이 이미 좋은 실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방식이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명백히 아니다. 그래서 복합기업 할인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중국과 건설적인 경쟁은 대기업에 수혜로 작용해

대기업 구조(conglomerate model)를 포기하는 것만이 이 함정을 탈출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각 부문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과도하게 큰 비용을 본사에 요구하는 것을 막아주는 자정작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외부 경쟁은 본사로 하여금 가장 효율적으로 자원을 배분하게 압력을 준다.

이는 그저 단순한 추측이 아니다. 필자의 연구에 따르면, 20년 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중국 기업과 경쟁하게 된 미국 대기업의 경우 사업 부문별 담당자들이 부풀려진 비용을 보고하는 건수가 유의미하게 줄면서 혜택을 보기도 했다. 1997년부터 2007년까지 약 10년간 미국 내 대기업에서 담당자들이 필요한 비용을 과도하게 부풀려 보고하는 비중은 15%포인트 줄어들었다. 이 기간 미국 내 중국 수입품 비중은 연평균 7% 증가했다. 

과거에 비용을 부풀려서 보고하던 사업 부문에 투입되는 비용은 이를 계기로 줄어들었다. 특히 관련 부문의 생산량이 증가했다. 이는 경쟁을 계기로 기업 내 자본이 효율적으로 배분됐음을 의미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중국과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수출 중심의 미국 대기업은 ‘대기업 프리미엄’을 확보했다. 중국과 경쟁하지 않았던 대기업은 복합기업 할인이 늘어나는 것을 목격했다. ‘슈퍼스타 기업’인 대기업은 시장 지배력이 커 고객을 잃지 않고도 제품과 서비스 가격을 종종 올릴 수 있다. 

중국이라는 경쟁자의 존재는 이들 대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권력을 휘두르는 것을 막고, 시장이 왜곡되는 것에 대응했다. 미국 내 대기업의 생산성은 높이고 가격은 낮추는 데 압력을 가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GE와 지멘스 등 대기업은 기업 분사 결정을 통해 수익 증대와 주가 상승을 경험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기업들은 (중국처럼 외부적인 경쟁자가 없다면) 내부적으로라도 다양한 계열사 및 부문 내 적절한 경쟁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프로젝트신디케이트


Tip

복합기업 할인이란 여러 사업을 하는 그룹의 시가 총액이 개별 사업 부문을 분사해 상장할 때의 시가 총액 합계에 못 미치는 현상을 뜻한다. 2021년 공식 매출 실적이 없는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인 리비안이 상장 후 주가가 급등해 미국 자동차 기업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등 자동차 대기업의 시가 총액을 뛰어넘으면서 해당 용어가 다시 주목받았다. 무분별하게 회사의 몸집을 키우는 경우 기업 가치가 한 사업에 집중한 기업에 밀리는 것이다.

토빈의 q란 주식시장에서 평가된 기업의 시장 가치를 자본금의 대체 비용으로 나눈 비율을 말한다. 자산 가치는 공장·기계·재고 등 실물 자본을 대체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토빈의 q가 1보다 작으면, 자산의 시장 가치가 대체 비용보다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대체 비용에 비해 시장 가치가 저평가돼 기업들은 투자 의욕을 갖지 못한다. 반대로 q가 1보다 크면 기업은 시장 가치가 자산을 대체하는 비용보다 크기 때문에 기업은 적은 비용을 들여 높은 가치를 만들기 위해 투자를 늘린다.

총자산수익률(ROA)이란 수익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로, 총자산에서 당기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ROA가 높다는 것은 자산에 비해 이익이 많다는 의미다. 자산을 기준으로 수익성이 높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달리아 마린 / 정리 : 이소연 기자, 김혜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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