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서울대 법학 학사, 미 조지타운대 조세법 석사, 사법연수원 29기, 사법시험 39회, 전 춘천지방법원 부장판사,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
김성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서울대 법학 학사, 미 조지타운대 조세법 석사, 사법연수원 29기, 사법시험 39회, 전 춘천지방법원 부장판사,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

기업과 관련한 횡령, 배임 등의 경제 범죄 소식이 보도될 때 단골손님처럼 함께 등장하는 것이 ‘조세포탈범죄’다. 세금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금전채무다. 그렇지만 일반 사인(私人) 간의 금전채무 관계와 달리 조세채무는 법원의 판결을 받지 않고도 과세관청이 곧바로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 게다가 어떠한 경우에는 조세채무 불이행이 곧바로 형사 범죄가 되기도 한다. 어떨 때 조세채무 불이행이 범죄로 연결되는지 중요한 기준을 살펴보자.


‘사기 등 부정한 행위’가 있는지가 쟁점

단순히 세금을 덜 내거나 안 내는 것은 법률상 ‘조세탈루’라는 용어로 표현한다. 반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조세채무 불이행은 ‘조세포탈’이라고 한다. 이는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써 세금을 내지 않은 경우에 비로소 성립한다.

어떠한 경우가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에 해당할까? 이에 관해서 조세범처벌법 제3조 제6항은 여섯 가지 대표적인 경우를 예시하고 있다. 이를 훑어보면 다른 경우는 비교적 구체적인 행위 유형인 반면, 4호의 ‘재산의 은닉, 소득 등의 은폐’는 상대적으로 추상적인 개념이다. 그 때문에 이 부분과 관련해서 해석상 다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흔히 문제가 되는 것 중 하나가 다른 사람 명의로 사업을 영위하는 이른바 ‘바지 사장’의 사례다. 명의자 뒤에 숨어 있는 실제 사업자만 놓고 보면 세금 포탈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명의자를 기준으로 하든 실제 사업자를 기준으로 하든 마찬가지의 세금이 부과되고 또한 명의자 이름으로 세금이 납부돼 왔다면 전체 세수 확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세금의 ‘포탈’이 이루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판례는 원칙적으로 명의 위장만으로는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다만 애초에 세금을 내지 않을 목적으로 무자격자를 명의자로 내세운다든가 아니면 실제 사업자를 대상으로 과세될 경우에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든가 또는 감면 특례가 배제되는 등 납부 세액의 차이가 발생하고, 이에 덧붙여서 허위 매매계약서 작성과 대금 허위 지급 등과 같은 적극적인 행위까지 이뤄진다면 조세포탈의 요건인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대법원 2013두7667 판결).

그리고 이른바 ‘선박왕 사건’으로 세간에 알려진 사안에서 판례는 해상 운송 사업을 영위한 피고인이 해운 업계의 관행에 따라 다수의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단계적인 출자 구조를 만들고 주식을 명의신탁한 행위 등만으로는 조세포탈의 요건인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14도3411 판결).

그렇다면 차명계좌를 이용해 소득을 은닉하는 경우는 어떨까? 이에 관해서도 판례는 1회의 차명계좌 이용에 그치는 때에는 원칙적으로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지만, 여러 차명계좌에 분산 입금하게 하거나 미리 자금 세탁된 헌 수표를 받아 일부를 다시 차명계좌에 분산 입금시키는 등 적극적인 은닉 의도가 드러나는 사정이 덧붙여져 있는 경우에는 조세포탈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대법원 98도667 판결).

차명계좌 사례는 아니지만 이른바 ‘완구왕 사건’으로 널리 알려진 사안에서 판례는 피고인이 조세피난처에 기지회사(base company)를 설립해 해외 법인의 수입을 기지회사 명의의 해외 계좌로 송금받은 경우에 그 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는 피고인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기지회사를 통한 통상적인 투자 구조와 더불어 피고인이 기지회사 명의의 해외 계좌 인출서명권자로 되어 있었던 점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중요한 점은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면 조세포탈죄가 성립할 뿐만 아니라 통상의 5년보다 긴 10년의 장기부과제척기간(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2항)과 더욱 엄격한 부당 가산세(국세기본법 제47조의2 등)가 적용된다는 사실이다. 법과 판례는 모든 조세채무 불이행을 범죄로 처벌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보아 조세탈루와 조세포탈을 구분해서 달리 취급하지만, 납세자로서는 혹시나 조세탈루에 그치지 않고 조세포탈로까지 문제 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일반 사인(私人) 간의 금전채무 관계와 달리 조세채무는 법원의 판결을 받지 않고도 과세관청이 곧바로 강제집행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정한 경우에는 조세채무 불이행이 곧바로 형사 범죄가 되기도 한다.
일반 사인(私人) 간의 금전채무 관계와 달리 조세채무는 법원의 판결을 받지 않고도 과세관청이 곧바로 강제집행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정한 경우에는 조세채무 불이행이 곧바로 형사 범죄가 되기도 한다.

세금계산서 관련 형사 문제도 있어

사업 활동을 하는 경우에 개인과 기업을 가리지 않고 공통으로 문제 되는 세금이 바로 부가가치세다. 부가가치세법은 사업자의 총매출액을 과세표준으로 해 매출 세액을 납부할 의무를 지우는 동시에, 사업자의 총매입액을 기준으로 한 매입 세액을 공제 또는 환급해주면서, 이를 위해 각 생산 단계의 사업자가 서로 세금계산서를 주고받도록 한다. 이렇게 되면 사업자가 매입 세액 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전 단계 사업자로부터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아야 하므로 자연스럽게 사업자 상호 간에 매출액을 검증하고 노출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즉, 부가가치세법상의 세금계산서 제도는 부가가치세뿐만 아니라 법인세와 소득세 측면에서도 투명한 세원(稅源) 관리라는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조세범처벌법은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기재하여 발급하는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삼고(제10조 제1항),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로부터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지 않거나 거짓으로 기재한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은 경우에도 이를 알고서 서로 합의했다면 처벌하고 있다(제10조 제2항).

나아가 조세범처벌법은 가공세금계산서 즉 실물거래 없이 세금계산서를 수수하는 행위는 더욱더 중하게 처벌하도록 하는데(제10조 제3항), 여기서 가공세금계산서란 재화나 용역의 공급이 전혀 없는데도 세금계산서를 수수하는 경우를 말하고, 단지 공급가액을 부풀린 경우는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2009도8069 판결).

최근 판례는 가공세금계산서를 수수한 후에 이를 취소하는 의미에서 같은 공급가액의 마이너스 세금계산서를 수수한 경우, 그와 같은 마이너스 세금계산서 수수 행위 자체는 조세범처벌법상의 가공세금계산서 수수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대법원 2018도17244 판결).

이처럼 세금계산서를 수수하지 않거나 또는 잘못 수수하는 행위가 부가가치세의 포탈로 연결돼 처벌되기도 한다.

다만 부가가치세의 포탈이 발생하려면 한 사업자가 매입 세액 공제를 받음과 동시에 전 단계의 사업자가 매출 세액을 납부하지 않아야 한다. 이에 따라 판례는 그와 같은 전반적인 인식이 있어야만 비로소 처벌 대상이 된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14두11618 판결 참조).


특가법 가중처벌 조항 각별히 주의해야

포탈 세액이 연간 5억원 이상이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최소 3년 이상의 징역형에서 최대 무기징역형까지 처해질 수 있다. 또한 포탈 세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에 해당하는 벌금이 병과되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세금계산서와 관련해서도 영리를 목적으로 합계액 30억원 이상의 가공세금계산서를 수수하는 경우에는 최소 1년 이상의 징역형과 세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형에 함께 처해진다.

부가가치세법에 의하면 사업자는 거래 시마다 세금계산서를 수수하고 신고 시마다 세금계산서 합계표를 제출해야 하는데, 특가법상 가중처벌 규정에서의 ‘합계액’은 세금계산서에 기재된 공급가액뿐만 아니라 세금계산서 합계표에 기재된 공급가액도 모두 합산하여 판단한다.

실무상 특가법에 따른 조세포탈죄로 처벌되는 사례를 보면, 동종 전과가 없는 초범이고 기타 유리한 정상이 인정될 때는 징역형 자체는 집행유예를 받더라도 필수적으로 병과되는 벌금형으로 인해서 더 큰 고통을 겪게 되는 경우를 종종 목도하게 된다.

포탈 세액의 최소 2배에 달하는 벌금을 감당할 만한 경제적 여건이 되지 못해 결국 징역형과 다를 바 없는 노역장 유치에 처해지는 경우가 흔히 있다. 요컨대 적법한 테두리 안에서 세금 부담을 줄이려는 절세 요령은 필요하지만, 조세포탈로 연결되는 이중장부, 허위전표, 소득은닉 등의 행위는 금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성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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