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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진 카네기멜론대 컴퓨터공학·응용수학,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파생상품팀 초단타 퀀트 트레이더, ‘인공지능 투자가 퀀트’ 저자

최근 국내 자산관리 업계나 금융투자 업계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로보 어드바이저(robo-advisor·로봇과 자산관리사의 합성어)’와 ‘퀀트 투자’다. 고성능 컴퓨터에 기반한 빅데이터 분석이나 인공지능을 활용한 포트폴리오 투자라는 매력적인 설명 때문에 많은 투자자가 로보 어드바이저와 퀀트 투자를 택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금융이나 정보기술(IT) 분야를 잘 모르는 일반인까지 증권사 직원이나 자산관리사를 통해 로보 어드바이저나 퀀트 투자라는 말을 쉽게 접할 수 있을 정도로 두 기술 모두 우리의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왔다. 

이렇게 큰 관심의 밑바탕에 고수익에 대한 믿음이 깔려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6년 동안 월스트리트에서 퀀트 전문가로 일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 중 하나가 ‘알파고가 바둑 최고수인 이세돌을 이긴 것처럼 로보 어드바이저도 수익률이 사람보다 좋지 않느냐?’였다. 이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퀀트나 로보 어드바이저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믿음은 일반인뿐만 아니라 금융 전문가나 언론인도 똑같이 가지고 있다. 언론에서는 로보 어드바이저에 대해 ‘사람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라거나 ‘퀀트 투자의 등장, 인공지능이 미래를 예측한다’ 같은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힘든 금융 공학에 바탕을 둔 퀀트 투자를 ‘현대판 연금술’처럼 묘사하는 게 현실이다. 여기에는 퀀트 투자로 큰돈을 번 유명인들의 이름값도 한몫했을 것이다. 헤지펀드 연봉킹인 르네상스테크놀로지의 제임스 사이먼스나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를 무너뜨린 수학천재 에드 소프 같은 이들이 퀀트 투자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를 키웠다.

하지만 퀀트 투자와 로보 어드바이저는 분명히 다른 개념이고, 둘 다 맹신해서는 안 된다. 퀀트 투자와 로보 어드바이저는 모두 컴퓨터와 데이터 분석을 이용한 투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이 둘은 근본적으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탄생한 기술이다.

먼저 퀀트에 대해 알아보자. 퀀트라는 것은 정량적(Quantitative)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어떠한 가치나 기록을 숫자로 나타낸다는 의미가 있다. 인간은 원래 경험을 통해 무언가를 배우고 이를 바탕으로 선택하는 정성적(Qualitative)인 의사 결정에 익숙하다. 예를 들어, 영화관에서 볼 영화를 선택할 때, ‘오, 이 감독은 평소에 좋은 영화를 찍었으니 봐야겠다’라든가 ‘포스터의 문구가 흥미로우니까 봐야겠다’라는 식의 선택을 한다.

반면에 정량적인 의사 결정을 내린다면, 영화의 평점을 찾아보거나 영화표가 얼마나 팔렸는지 또는 기존의 영화 대비 스크린 점유율과 평가는 어느 정도인지를 비교한 뒤에 볼 영화를 고르게 될 것이다. 영화를 고를 때는 보통 전자의 방식을 택하는 게 일반적이다.

투자를 결정할 때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기업 가치나 프로젝트의 유망함을 평가할 때 업계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직접 실사나 조사를 하는 식의 정성적인 분석을 통해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관련 기업의 뉴스를 찾아보고 미래를 가늠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반면에 퀀트 투자는 다양한 지표를 바탕으로 기업 가치를 계량화하고 이를 통해 일정 점수를 넘어선 기업을 고르는 방식으로 투자가 이뤄진다. 모든 지표를 수치화해서 그 결과를 바탕으로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게 퀀트 투자의 기본이다.

그런데 퀀트 투자는 1~2년 사이 생긴 게 아니다. 오래전부터 있었던 기술인데 왜 갑자기 최근 들어 이렇게나 화제가 되는 걸까. 이는 퀀트 투자에 필요한 데이터와 컴퓨터 분석 기술이 최근에 빠르게 발전한 덕분이다. 하나의 기업은 그 자체로 유기체와 같다. 재무 상태나 규모, 인사와 관련된 많은 요소들은 숫자로 치환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이를 보완하려면 최대한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업을 정량화해야 하는데, 기술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았다. 이런 류의 복잡한 분석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가가 부족했다. 

그런데 2010년 이후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빅데이터에 기반한 데이터 분석 기술까지 발전하면서 기업을 손쉽게 정량화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수익률 단순 비교는 무의미

그렇다고 해서 퀀트 투자가 무조건 좋다고 할 수는 없다.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퀀트 투자의 수익률이 모두 좋은 것도 아니다. 앞서 예를 든 영화 관람으로 비유해 보자. 영화에 대한 평점, 관객 수, 감독의 평판, 배우들의 출연료 등을 이용해 좋은 영화를 판단하는 정량적인 로직을 만들었다 치자. 

이런 로직으로도 좋은 영화를 제대로 고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다. 반대로 좋지 않은 영화에 높은 점수를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퀀트 투자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지표를 선택하느냐, 데이터의 질이 얼마나 좋으냐, 로직을 만든 전문가가 어떤 방식을 선택했느냐에 따라서 결과는 천차만별일 수 있다. 정성적인 방식보다 편향이 적고 객관적일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항상 수익률이 더 높거나 미래를 잘 예측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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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 어드바이저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물론 로보 어드바이저는 퀀트 투자와 목적 자체가 다르다. 로보 어드바이저도 정량적인 데이터를 이용해서 의사 결정을 하는 건 퀀트 투자와 같다. 하지만 기술을 활용하는 목적이 ‘투자’가 아니라 ‘자산 관리’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근본적으로 투자는 어떤 대상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는 게 목적이다. 반면 자산 관리는 어떤 사람의 자산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분할지를 결정하는 게 목적이다. 등록금을 마련하고, 노후를 대비하고,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해야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돈을 모을 수 있는지 알려주는 게 자산 관리다.

과거에는 자산 관리 서비스를 받으려면 자산관리사를 만나야만 했다. 하지만 자산관리사는 아무나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자산 관리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자산이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이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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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권에서도 로보 어드바이저를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사진 우리은행

그런데 로보 어드바이저가 등장하면서 자신이 가진 자산이나 자산 관리 목적을 컴퓨터에 입력하는 것만으로도 자산 관리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로보 어드바이저는 자산 관리 서비스의 대중화를 이끈 것에 초점을 맞춰야지, 수익률이 어떻다고 단순히 비교하는 건 무의미하다는 이야기다. 자산 관리의 목적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목표로 하는 수익률도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더욱이 단순 비교는 무의미하다.

저성장 시대에 다양한 투자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인공지능이나 로봇, 퀀트 같은 단어로 화려하게 꾸민 투자 상품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품이나 기술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 없이 섣부르게 투자하는 건 위험한 일이 될 수 있다. 전문가나 언론에서 먼저 나서서 이런 투자 상품과 기술의 가능성, 한계를 확실하게 짚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기술과 투자 상품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그다음에 결정할 문제다.

권용진 엔트로피 트레이딩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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