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 ID.4. 고성민 기자
폴크스바겐 ID.4. 사진 고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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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크스바겐이 브랜드 최초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ID.4’를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ID.4는 전기차 특유의 주행 질감을 최대한 억제하고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주행감을 조성한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전기차의 이질감이 ID.4에선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9월 22일 ID.4를 타고 서울 광진구에서 경기 가평까지 약 50㎞를 달렸다. ID.4의 ‘ID’는 현대차 ‘아이오닉’처럼 폴크스바겐이 전기차에 붙인 브랜드명이다. 어원은 인텔리전트 디자인(Intelligent Design·지적 설계)이다. ID.4는 해치백 ‘ID.3’에 이어 폴크스바겐 전기차 전용 플랫폼 ‘MEB’에서 제작된 두 번째 전기차이자 첫 번째 전기 SUV다. 

폴크스바겐이 ID.4를 유럽 외 국가에 수출하는 것은 한국이 최초다. 실케 바그시크 폴크스바겐 e-모빌리티 담당 박사는 “한국은 전기차 경쟁이 가장 치열하며 e-모빌리티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국가 중 하나”라면서 “한국은 폴크스바겐의 e-모빌리티에서 매우 중요한 국가여서 ID.4를 비(非)유럽국가 최초로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ID.4의 차급은 준중형 SUV다. 전장(차 길이) 4585㎜, 전폭(차의 폭) 1850㎜, 전고(차 높이) 1620㎜다. 전고가 낮아 정통 SUV보다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같은 인상을 준다. ID.4 디자인에 대해 클라우스 자이시오라 폴크스바겐 그룹 디자인 총괄은 ‘바람이 빚어낸 듯한 형상’이라고 묘사했다. 차체 측면을 보면 이 표현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보닛에서 트렁크로 이어지는 선이 매끈하고, 차 문 손잡이도 바깥으로 돌출되지 않게끔 설계했다. 실제 ID.4의 공기저항계수(cd)는 0.28로 낮다.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한 디자인이라는 의미다.

차체 전면은 좌우 헤드램프를 이어주는 ‘프런트 LED 라이트 스트립’과 폴크스바겐 로고가 눈에 띄고, 후면은 후미등이 가로로 한 줄로 이어져 통일성을 준다.

ID.4는 최고 출력 150㎾(204마력)를 발휘하는 전기모터를 장착했다. 최대 토크는 31.6㎏·m,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8.5초, 최고 속력은 시속 160㎞다. 전기차의 특성은 출발과 동시에 최대 토크를 발휘하며 급가속한다는 점인데, ID.4는 가속 페달을 확 밟았을 때 튕겨 나갈 듯 급가속하기보다 부드럽게 가속한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뗐을 때 에너지를 회수하며 배터리를 충전하는 회생제동의 이질감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폴크스바겐 관계자는 “전기차는 주행 질감이 대부분 비슷하다고 하지만, ID.4는 내연기관차와 흡사한 주행 질감을 가진 개성 있는 전기차”라고 말했다.

ID.4의 주행 모드는 기본 D(드라이브) 모드와 회생제동 강도를 높인 B(브레이크) 모드가 있다. 연료 효율을 중시하며 달리고 싶을 땐 B 모드로 설정하면 된다. 

타사 전기차 회생제동이 통상 0단계에서 5단계로 나뉘는 것에 비춰보면, ID.4의 B 모드는 2단계 정도로 강도가 비교적 낮게 설정된 듯했다. 3단계 이상 회생제동은 주행 도중 지나치게 덜컹거려 승차감을 해친다는 시각에서 보면 폴크스바겐의 설명대로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주행 질감’이 ID.4의 개성으로 다가왔다. 전기차의 이질감을 우려하는 내연기관 운전자가 첫 전기차로 선택하기에 적절해 보였다.


폴크스바겐 ID.4 옆면, 뒷면, 내부. 사진 고성민 기자
폴크스바겐 ID.4 옆면, 뒷면, 내부. 사진 고성민 기자

다만 회생제동 강도가 낮다 보니 전기차만 구현할 수 있는 ‘원 페달 드라이빙(가속 페달 하나로 가감속을 모두 수행하는 형태)’은 불가능하다. 회생제동 강도가 높은 차보다 배터리 충전이 더딘 특성도 있다. 전기차에 익숙한 소비자 입장에선 아쉬울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드라이브 모드를 ‘컴포트’가 아닌 ‘스포츠’로 설정했을 때, 가속은 한층 빨라지지만 회생제동 단계가 ‘컴포트’보다 한 단계 높아진 것처럼 주행했다. 가속하다가도 곧장 회생제동이 걸려 속도감을 제대로 느끼기 어려웠다. 가족용에 적합하지만 스포티한 주행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ID.4는 82㎾h 고전압 배터리를 탑재했다. 1회 충전 시 복합 기준 최대 405㎞를 주행할 수 있다. 최대 급속 충전 속도로 충전 시 약 36분 만에 배터리 용량의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트렁크 적재 용량은 기본 543L이며, 2열 뒷좌석을 접었을 때 적재 용량은 1575L까지 확대된다. 짧은 오버행(자동차 앞바퀴 중심에서 전면부까지 거리)과 2765㎜의 긴 휠베이스 덕분에 동급 SUV 모델 대비 실내 공간이 넓다.

ID.4 내부는 기어노브(기어를 바꾸는 손잡이)가 아예 없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변속 버튼은 계기판 오른쪽에 별도로 붙어 있다. 시동을 켜고 끄는 버튼도 따로 없다. 차에 올라타 브레이크를 밟으면 저절로 시동이 걸리고, 차를 주차한 뒤 운전석에서 내리면 저절로 시동이 꺼진다. 차내에는 에어컨 온도를 시계 방향, 반시계 방향으로 돌려가며 조절하는 회전형 버튼을 포함해 대부분의 버튼이 없다. 실내 디자인만 봐도 기존 내연기관차와 확 다른 전기차 신차라는 점이 돋보이고 깔끔한 인상을 주는데, 막상 주행 중엔 불편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드라이브 모드를 ‘컴포트’에서 ‘스포츠’로 바꿀 때 주행 모드 변경 버튼을 한 번만 누르면 되는 다른 차들과 달리, ID.4는 내비게이션 화면 아래쪽 ‘모드’ 버튼을 누른 뒤 인포테인먼트 화면에서 원하는 주행 모드를 선택해야 한다. 또 운전석 왼편 아래 창문을 여닫는 버튼이 좌석마다 하나씩 총 네 개인 다른 차들과 달리 두 개만 있다. 뒷좌석 창문을 여닫으려면 ‘리어(Rear·뒤쪽)’ 버튼을 누른 뒤 창문을 조절한다. 디자인은 깔끔하지만, 손이 두 번씩 간다. ID.4의 가격은 5490만원이다. 소비자는 전기차 보조금 100%를 받을 수 있다.

고성민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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