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담윤 내올담 대표 2010년 가양주주인선발대회대상 수상 사진 박순욱 기자
안담윤 내올담 대표 2010년 가양주주인선발대회대상 수상 사진 박순욱 기자

“자두 같은 약간의 새콤함이 싱그럽게 다가온다. 군더더기 없이 맛이 깔끔하고, 단맛이 적어 마시고 난 뒤에 잡맛이 남지 않는다. 단맛을 좋아하는 대중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 있으나, 반주로 음식과 함께 한 병을 금방 비울 수 있는 마성의 매력을 갖추었다.”(대동여주도 이지민 대표)

지난 7월 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주류박람회에서 첫선을 보인 신상 술 ‘담 진주(탁주)’에 대한 전통주 전문가의 평이다. 함께 선보인 약주 ‘담 골드’에 대해서도 이지민 대표는 “드라이하면서도 깔끔한 산미, 완벽한 밸런스를 느낄 수 있는 약주”라며 “단맛이 음식의 맛을 압도해 그동안 한국 술을 쓰는 걸 주저했던 업장 대표나 파인다이닝 셰프들에게 권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람회 당시 맛을 본 일반인들도 “행사장에서 맛본 여러 술과는 확연히 다르다” “달지 않아 여러 잔 마셔도 좋겠다”는 등의 반응이 많았다. 담 진주, 담 골드를 출시한 신생 양조장 내올담의 안담윤 대표는 ‘달지 않은 반주용 술’ 개발에 진심이다. 밥상에서 음식과 함께 식사 처음부터 끝까지 즐길 수 있는 술이 좋은 술, 맛있는 술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달지 않은 술’을 만든다. 그가 만든 술의 특성은 ‘SIMPLE & DRY(단순하면서 달지 않은)’다. 

“드라이(달지 않은)한 술은 글로벌 트렌드다. 우리가 둘이서 750 와인 한 병은 쉽게 마셔도, 양이 절반밖에 안 되는 전통주 한 병은 비우기 어려운은 것은 우리 술이 너무 달기 때문이다. 단 술은 한 잔을 마시기에는 좋지만, 음식과 함께 여러 잔을 마시기는 부담스럽다. 음식을 돋보이게 하는 술, 반주로 마시는 술은 우선 달지 않아야 한다.”

‘전통을 올바르게 계승한다’는 뜻이 있는 양조장 내올담 안담윤 대표는 원래 궁중음식을 공부하다가 전통주에 귀의했다. 서울시 무형문화재 삼해약주 보유자인 권희자 선생에게 사사했다. 2010년 10월, 전국 단위 술 빚기 대회인 ‘가양주주인선발대회’ 대상을 받은 ‘재야의 고수’다. 2012년부터 전통주 양조 교육기관인 ‘담 발효 곳간’을 운영해오고 있으며, 최근에 덜컥 자기 술을 내놓았다. 

“술 출시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거의 10년 전부터 꾸준히 술을 빚어 주변 분들과 나눠 마셔왔다. 최근 박사 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쌀의 전처리 과정(밑술과 덧술을 고두밥, 죽, 범벅 등으로 했을 경우)에 따른 총 64종의 발효주를 빚게 돼, 이 중 소비자 반응이 좋은 술, 대량 생산이 용이한 술을 골라 탁주, 약주 하나씩 상품화하기로 했고, 소주도 추가해 총 3종의 술을 세상에 내놓게 됐다.” 

경기도 성남시 상대원동에 있는 내올담의 탁주는 5주간의 발효와 4주간의 숙성을 거쳐, 약주는 5주간의 발효와 10주간의 숙성을 거쳐 완성된다. 약주는 탁주와 발효 기간은 같으나, 숙성 기간은 두 배다. 약주 ‘담 골드’는 내올담의 주력 상품이다. 소주는 증류 후 1년 이상 숙성을 거친 뒤 병입한다. 

탁주, 약주, 소주 다 발효주 제법이 다른 만큼, 다 따로 발효주를 담근다. 탁주를 담근 후, 맑은 술로 약주를 만들고, 맑은 술을 증류해 소주를 만드는 게 아니다. 탁주는 탁주용 술을 따로 담그고, 약주는 처음부터 약주용 술을 담근다. 소주도 마찬가지다. 이는 일반적인 양조장 제조 스타일과는 다르다. 막걸리(탁주)를 빚어, 이를 토대로 약주도 만들고, 증류해 소주도 만드는 게 가장 일반적이고 또, 효율적일 것이다. 그러나 내올담은 우직하게도 탁주, 약주, 소주의 특성을 고려한 제법에 따라 발효주를 별도로 빚는다. 생산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대량 생산 시스템에는 어울리지 않는 방식이다. 의욕이 충만한 신생 양조장에서나 가능한 시도다. 


사진 박순욱 기자
사진 박순욱 기자
사진 내올담
사진 내올담

백하주 제법을 따라 한 막걸리 ‘담 진주’가 추구하는 향과 맛은.
“원래 백하주는 멥쌀로만 빚는 걸로 돼 있는데, 나는 감칠맛을 내기 위해 찹쌀을 추가한다. 알코올 도수는 9도. 좀 드라이한 편이다. 은은한 사과 향과 배 향, 시트러스 향이 잘 어우러진다.”

약주에 쓰인 황금주 제법은.
“술 빛깔이 ‘황금처럼 밝은 노란색을 띤다’ 해서 붙인 이름이다. 밑술은 범벅으로 하는데, 물은 아주 적게 한다. 발효제인 누룩을 매달아 쓰는 등 누룩 사용법이 특이하다. 밑술 때 효모 활동을 약간 억제해, 발효가 천천히 진행되도록 한 술이다. 알코올 발효가 더디게 진행될수록 술맛이 부드러워진다. 이렇게 하면 술 색깔도 황금색보다 더 진해지지 않는다. 쌀은 멥쌀을 사용하는데, 잔당이 있어 단맛도 살짝 있다.”

달지 않은 술을 표명했는데. 
“‘단 술이 나쁘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다만, 다양한 술 스펙트럼 중에 드라이한 술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달지 않은 술을 만들었다. 나 스스로도 너무 달아서 잘 못 먹는 술이 적지 않다. 저녁 식사 때 곧잘 반주로 술을 마시는데, 우리 술은 한 잔 이상을 마시기 어렵다. 너무 달아서다. 단 술은 음식 먹는 데 다소 부담스럽다. 

식사 중에 음식과 함께 계속 마실 수 있는 술이 최고다. 술 자체로서 완성도보다는 음식과 페어링(궁합) 측면에서 음식과 함께 먹을 수 있는 술을 더 선호한다. 음식을 더 돋보이게 하는 술, 또 달지 않아서 한 잔이 아니라 여러 잔을 음식과 함께 할 수 있는 술이 좋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

음식에 잘 어울리는 술을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달라.
“겨울철 과메기를 먹을 때는 감으로 만든 와인을 꼭 같이 먹는다. 과메기의 비리고 기름진 맛을 감와인의 타닌(떫은맛)이 잡아줘서 기름진 맛에 질리지 않고 과메기와 와인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감와인 자체는 다소 떫은맛이 강해 음용성이 떨어지는데, 어울리는 음식을 만나면, 여러 잔을 즐길 수 있다.

또, 같은 음식이라도 분위기가 다르면 선택하는 술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음식이 메인일 때와 술이 메인일 때의 선택은 또 당연히 다르다. 우리 전통 음주문화는 반주문화다. 밥 위주의 식사에서 반찬에 따라 술 선택이 달라지는데, 다양한 음식의 맛과 함께 오감을 즐겁게 해주는 술이 좋은 술이라고 생각한다.”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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