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성 부국상사 대표 전 롯데아사히주류 근무,전 LG상사 트윈와인 근무 사진 박순욱 기자
김보성 부국상사 대표 전 롯데아사히주류 근무,전 LG상사 트윈와인 근무 사진 박순욱 기자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가 왜 요즘 증류식 소주 같은 전통주에 열광하는 줄 아십니까?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SNS)에 익숙한 이들은 옷이든 술이든 음식이든 자랑하고 싶은 니즈가 있습니다. 최근에 나온 전통주 중에는 맛도 맛이지만, 우선 시각적으로 눈길을 끄는 용기 디자인이 돋보이는 제품들이 많아요. 희석식 소주인 참이슬, 처음처럼도 마시지만, 이런 술들을 SNS에 올리지는 않죠.”

국내 대표적인 전통주 유통기업인 부국상사 김보성 대표는 최근 화제를 모은 가수 박재범의 원소주 열풍 현상을 이렇게 설명했다. 김 대표는 “원소주는 술맛이 아주 뛰어나기보다는 셀럽(박재범)이 만든 소주라는 점에서 젊은층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며 “셀럽들이 전통주 만들기에 잇따라 참여하는 것은 전통주 시장 활성화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15년 전, 국내 처음으로 전통주 전문 유통기업인 부국상사를 설립, 전국의 호텔과 전통주점, 보틀숍 등에 전통주를 공급하고 있는 김보성 대표는 경남 창녕의 양조장 우포의 아침과 협업해, 최근 증류식 소주 ‘의리남’을 내놓았다. 그와 이름이 같은 배우 김보성의 ‘의리’ 캐릭터를 활용한 제품이다. 알코올 도수는 16.5도로, 일반 희석식 소주와 비슷하다. 하지만 95% 알코올 도수의 주정에 물을 다량으로 탄 희석식 소주는 아니고, 쌀을 원료로 발효주를 만든 뒤 이를 증류한 증류식 소주다. 대개 증류식 소주 원주 도수가 45도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물은 꽤 가미했다고 볼 수 있다. 시장의 반응은 사실 아직 뜨겁지 않다. 하지만 김 대표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다음에는 포항의 ‘폭탄주 이모’와 컬래버(협업)한 ‘포항쐐주’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폭탄주 이모는 유튜브를 통해 소맥(소주와 맥주를 섞은 술)을 맛깔나게 타는 동영상을 올려, 화제가 된 여성이다. 

김 대표는 현재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전통주 유통사업을 펼치고 있다. 우선 전국의 호텔, 주점 등에 전통주를 공급하는 도매사업(오프라인)을 하면서, 롯데백화점 5곳, 서울 홍대점 등 우리술상회 오프라인 소매 매장 10곳을 운영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같은 이름의 우리술상회 온라인 전통주 플랫폼도 운영하고 있다. 롯데아사히주류, LG상사 트윈와인에서 술 유통 경력을 쌓아온 김 대표는 남보다 앞서 전통주 유통사업에 발을 담갔다. 그게 15년 전이고, 지금은 회사 매출이 매년 20~30% 성장하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2022년 7월 열린 한 주류박람회장에서 김보성(오른쪽)부국상사 대표가 같은 이름의 배우 김보성과 함께 만든 ‘의리남’ 소주 부스에서 ‘의리’를 외치고 있다. 사진 박순욱 기자
2022년 7월 열린 한 주류박람회장에서 김보성(오른쪽)부국상사 대표가 같은 이름의 배우 김보성과 함께 만든 ‘의리남’ 소주 부스에서 ‘의리’를 외치고 있다. 사진 박순욱 기자

젊은 세대들이 전통술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뭐라고 보나.
“15년 전에 전통주 사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안동소주, 문배주, 이강주, 한산소곡주 등 대부분의 용기가 도자기였다. 그런데 지금은 다 변했다. 젊은층이 선호하는 유리병 등으로 용기를 바꾸었다. 우선 시각적으로 한번 마셔보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접근성이 편해졌다. 전통주의 다양성 역시 개성 강한 MZ 세대와 잘 맞는 것 같다.”

특히, 증류식 소주에 대한 소비자 선호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는.
“첫 번째가 재료의 다양화를 꼽는다. 원료부터 소주가 다양해지고 있다. 가성비 좋기로 소문난 ‘서울의 밤’은 매실을 베이스로 한 리큐르다. 오미자 증류주, 딸기 증류주도 있다. 예전에는 90% 이상이 쌀을 원료로 한 증류주였다. 

두 번째는, 증류식 소주의 재미있는 용기를 들 수 있다. ‘금설’은 금이 들어간 증류식 소주다. 식용 금이 들어가 있다. 쌀이 원료이긴 하지만, 금가루를 넣어서 포인트를 준 거다. 버튼을 누르면 바닥으로부터 불이 들어온다. 마시기도 전에 우선, 시각적 재미가 있다. 이런 술들은 SNS에 자랑하고 싶은 젊은층의 욕구를 충족시킨다.”

국내 주류 시장 전체는 다소 주춤한 반면, 전통술 시장 신장률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2017년 7월, 전통주 온라인 판매 허용은 전통주 시장의 한 획을 긋는 일대 사건이었다. 대형마트는 한정적 공간 안에서 상품을 취급하기 때문에 전통주를 많이 취급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은 공간적 제약이 없다. 수많은 전통주가 온라인으로 구매가 가능해졌다. 그래서 젊은층들이 좀 더 쉽게 전통주에 접근하게 됐고, 양조장들도 온라인 유통 플랫폼에 접근이 쉬웠다. 온라인 판매를 계기로 전통주 시장이 비약적으로 커졌다.

참이슬과 처음처럼이 장악한 소주 시장, 오비와 하이트가 양분한 맥주 시장 체제에 최근 균열이 보이고 있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증류식 소주와 수제 맥주가 그 틈을 비집고 치고 올라오고 있다. 한때 주춤했던 위스키 시장도 활력을 되찾고 있다. 와인은 여전히 고성장을 누리고 있다.”

대량생산으로 만드는 술 소비에 한계가 온 건가.
“96학번인 내가 대학 시절에 유행했던 술이 오이 소주, 체리 소주였다. 이른바 칵테일 소주가 유행한 것이다. 소주 자체의 선택권이 없었기 때문에 오이, 체리 같은 부재료를 즉석에서 넣은 술들이 인기였다. 요즘 세대들은 소주, 맥주도 좋아하지만, 다양성을 더 좋아한다. SNS를 통해 새로운 술을 접하게 되면 일단 맛을 보고 싶어 한다. 와인도 이전에는 유명 와인이 잘 나갔다면, 요즘엔 라벨이 예쁜 와인들이 잘 나간다. 이런 추세를 부추긴 것이 SNS다. 인스타그램에 예쁜 술을 마신다는 걸 자랑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비주얼적인 술의 판매를 이끈 것이 SNS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천편일률적인 공장형 술들은 젊은층이 SNS에 올릴 여지가 없다.”

개성 있는 술 소비가 새로운 주류문화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홈술, 혼술 영향으로 개성 있는 술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요즘엔 새로운 술이 나오면 우선, 제품명과 용기가 예쁘면 맛을 떠나, 그냥 먼저 사는 경우가 많다. 젊은층은 맛도 중요하겠지만 시각적, 보여지는 것을 굉장히 중요시한다. 그래서 양조장 대표를 만나면 이런 점들(시각적으로 관심을 끄는 제품을 만들어라)을 강조한다. 새로 출범하는 지역특산주들은 소비자 접근을 빨리 하려고 할 텐데, 역사, 전통 같은 스토리텔링이 약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펀(fun·재미)을 강조하는 제품이 어필하기 쉽다고 권한다. 젊은층의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좀 더 캐주얼한 술을 만들라고 말한다. 

원료도 많이 얘기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증류식 소주가 쌀 베이스인데, 쌀로 만든 약주, 쌀로 만든 소주, 너무 많다. 그래서 우선 원료의 차별화를 하라고 권한다. 남들과 다른 차별화 포인트가 있어야 유통업자인 나도 팔 자신이 생긴다.”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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