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호랑이의 해’ 임인년(壬寅年)이 활짝 열렸다. 조선비즈는 새해를 맞아 국내 경제 전문가 40명에게 한국 경제가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지를 물어봤다. 2021년 12월 20~24일 실시한 설문조사에는 국내 주요 대학의 경제·경영학과 교수, 금융투자회사 리서치센터장, 자산운용사 및 금융회사 고위 임원 40명이 참여했다.


이미지 크게 보기

새해 한국 경제는 성장이 둔화하지만 물가는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저(低)성장, 고(高)물가’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4%에 육박했던 경제성장률이 올해는 2%대로 떨어진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물가는 오르는 슬로플레이션(slowflation)에 직면할 상황에 부닥쳤다. 경기 둔화 폭이 커지면 한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지난해 한국 경제는 코로나19 침체에서 벗어나 회복하면서 물가도 함께 오르는 ‘고성장·고물가’ 흐름을 보였다. 2020년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가 역성장한 데 따른 기저효과는 물론, 공급병목 현상에 국제 유가 상승이 맞물리면서 커진 인플레이션 압력이 이를 부추겼다. 그러나 올해는 수출이 약화하고 기저효과도 사라지면서 경제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오미크론 확산과 오는 3월 대통령 선거라는 정치적 불확실성도 성장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됐다. 물가를 밀어 올리는 공급망 차질 문제도 여전하고,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하면서 한국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성장이 둔화하는 등 대외 리스크(위험)가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올해 성장률 3.2% 못 넘는다”

조선비즈가 국내 경제 전문가 4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2년 경제전망’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전원이 올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21년보다 둔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미크론발(發) 코로나19 확산과 더불어 공급망 불안이 계속되고, 중국 경제가 둔화하면서 그간 한국 경제 성장을 견인해온 수출이 약해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정부 기대와 달리 올해 경제성장률이 3%에 못 미칠 것이란 비관론도 상당하다.

실제 전문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은 2%대와 3%대 초반으로 갈렸다. 전문가 45%는 올해 한국 경제가 2.0~2.9% 성장할 것이라고 답했다. 올해 성장률이 정부와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주요 기관 예상치인 3.0~3.2% 수준일 것이라는 전망도 45% 정도다. 경제가 3.3~3.5% 성장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은 10%에 불과했다.

올해 3%대 성장이 어려울 것이라고 본 전문가들은 대선과 공급망 불안 등이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리라 예측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는 “3월 대선 이후 정권이 바뀌어도, 바뀌지 않아도 정치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새 정부에서 어떤 정책이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기업은 투자를 주저하게 되고, 소비자도 지갑을 닫으면서 경기도 불황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미·중 무역갈등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오히려 더 꼬이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중국 경기 둔화도 국내 기업의 수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급 차질, 美·中 경기 둔화로 수출 타격”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한국 경제를 위협할 최대 리스크로 공급망 불안(40%)을 꼽았다. 지난해 선진국을 중심으로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수요는 빠르게 회복하는 가운데 생산과 물류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병목 현상이 나타나면서 각국의 물가를 끌어올렸다. 문제는 이런 공급망 차질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면서 경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어 미·중 무역갈등 심화(35%), 정치적 불확실성(30%), 성장 둔화(27.5%), 방역 실패로 인한 오미크론 확산(20%), 자산시장 과열(20%), 물가 상승(17.5%), 중국의 경기 둔화(15%)가 뒤를 이었다. 이런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수출도 올해 중반부터 꺾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올해부터 미국과 중국 경기가 둔화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우리나라 수출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82.5% “물가 상승 6개월 이상 지속”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도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인 2%를 웃도는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등장으로 공급망 차질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할 가능성이 커진 데다, 올해부터 소비 회복에 따른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의 평가다. 전문가 80%는 올해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급망 차질이 지속되는 가운데 오미크론 확산 흐름이 올해 중순쯤 완화할 경우 보복소비가 강하게 나타나면서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도 높아질 것”이라면서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푸는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도 소비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의 물가 상승 흐름이 6개월 이상 이어질 것이라고 본 전문가는 82.5%에 육박했다. 구체적으로 40%가 6개월~1년을 예상했고, 27.5%는 1년~1년 6개월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고물가 기조가 2년 이상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한 전문가도 10%에 달했다.


“정부, 규제완화·일자리 창출 주력해야”

그렇다면 정부는 어떤 정책을 펼쳐야 할까. 전문가 75%는 정부가 ‘성장 둔화’에 정책 대응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답했다. 치솟는 물가도 우려되지만, 잠재성장률이 갈수록 떨어지는 상황을 고려해 성장 회복에 주력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추진해야 하는 경제정책으로는 ‘규제완화 등을 통한 신성장 동력 확충’이라는 응답이 77.5%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여건 마련’이 47.5%로 뒤를 이었다. 이어 ‘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 정상화(27.5%)’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활력 제고(22.5%)’ ‘금융감독 강화 등을 통한 유동성 관리(15%)’순이었다. 정부가 아닌 민간이 혁신과 성장을 주도하는 경제를 만들어 잠재성장률을 높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했다.

이재은 조선비즈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