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커스 헨네 제네시스 중국법인장이 4월 19일 상하이 모터쇼에서 G80 전기차 모델(왼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네시스
마커스 헨네 제네시스 중국법인장이 4월 19일 상하이 모터쇼에서 G80 전기차 모델(왼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네시스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몇 년간 극심한 실적 부진을 겪은 중국 시장에서 부활을 선언했다. 현대차·기아·제네시스는 4월 19일 상하이 국가회전중심(NECC)에서 개막한 ‘제19회 상하이 국제자동차공업전람회(상하이 모터쇼)’에서 전기차를 중심으로 중국 시장을 재공략할 신차를 선보였다.

현대차·기아 중국사업총괄인 이광국 사장은 이날 “(중국에서) 수년 동안 어렵게 했으니까 이제는 조금 정상궤도로 올라가기 위한 시동을 건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그룹이 중국 시장 위상 회복을 위해 꺼내든 핵심 반격 카드는 전기차와 브랜드 이미지 고급화다.

중국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시대로 대전환기를 맞으면서 현대차그룹도 전기차 모델을 확대한다.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는 상하이 모터쇼에서 첫 전기차인 ‘G80 세단 전동화 모델’을 최초 공개했다. 브랜드 첫 전기차를 중국에서 공개하며 중국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제네시스 G80 전기차 모델은 완전 충전 후 최장 427㎞를 주행할 수 있다. 현대차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429㎞)’와 비슷한 수준이다. 22분 안에 배터리 용량의 최대 80%까지 충전할 수 있는 초급속 충전 기능도 갖췄다.

현대차는 전용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첫 모델 ‘아이오닉5’를 중국에선 처음 공개했다. 아이오닉5는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처음 적용한 차량이다. 현대차는 중국에서 아이오닉5를 시작으로 내년부터 매년 전용 전기차 모델을 출시한다. 현대차는 연내 중국 시장에 출시할 세계 첫 양산 수소차 넥쏘와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도 전시했다.


화웨이 아크폭스 알파에스 HI. 사진 김남희 조선비즈 기자
화웨이 아크폭스 알파에스 HI. 사진 김남희 조선비즈 기자
지커 001. 사진 김남희 조선비즈 기자
지커 001. 사진 김남희 조선비즈 기자

기아도 E-GMP를 적용한 첫 전용 전기차 ‘EV6’를 중국 시장에 알렸다. EV6는 3월 31일 한국에서 사전예약 첫날 예약 건수가 2만1000대를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끈 모델이다. 기아는 최근 현대차 중국 지주사에서 브랜드 전략실장을 지낸 류창승 전무를 중국 합작법인 둥펑위에다기아의 총경리(법인장)로 영입했다. 2030년까지 기아는 8종, 현대차는 13종의 전동화 모델(전기·수소·하이브리드)을 출시해 중국 친환경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승부수에는 중국 자동차 시장이 친환경차로 재편되는 시기에 기회를 놓치면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렸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중국 판매량은 2009년(81만 대) 이후 가장 적은 66만 대로 추락했다. 현대차가 44만 대, 기아가 22만 대에 그쳤다. 현대차·기아는 2016년에만 해도 중국에서 179만 대를 팔아 ‘빅3’로 꼽혔다. ‘현대속도’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그러나 그해 주한 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로 중국 정부가 2017년부터 한국 기업에 보복 조치를 가한 데다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부상 같은 새로운 시장 변화에 맞는 신모델 출시가 늦어지면서 판매량이 급격히 줄기 시작했다.


BMW iX. 사진 BMW
BMW iX. 사진 BMW
아우디 A6 e-트론 콘셉트카. 사진 김남희 조선비즈 기자
아우디 A6 e-트론 콘셉트카. 사진 김남희 조선비즈 기자

중국에서 현대차·기아가 가진 저가 브랜드 이미지도 판매량 감소로 이어졌다. 현대차는 중국 베이징자동차와 합작 설립한 베이징현대 브랜드로 중국에 진출한 초기 아반떼와 쏘나타를 택시 차량으로 판매해 시간이 지나며 ‘택시 차’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독일·미국 등 외국 브랜드가 고급차 시장을 장악하고 중국 브랜드도 급부상하면서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의 입지가 점점 좁아졌다. 

현대차그룹 브랜드 이미지 쇄신의 전면에 선 것이 제네시스다. 제네시스는 4월 2일 상하이에서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식을 열고 중국 시장에 공식 진출했다. 제네시스는 중국 고급차 소비자를 겨냥해 상하이에 중국 내 첫 브랜드 체험 공간인 ‘제네시스 스튜디오’도 열었다. 현대차·기아도 제네시스처럼 중국 주요 도시에 쇼룸을 새로 만들어 브랜드 이미지 고급화에 나선다.


plus point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中 공략 車 업체·스타트업 대격돌

올해 상하이 모터쇼 전시장은 전기차가 점령했다. 전통 완성차 회사들은 전기차 신차를 쏟아내며 전기차 스타트업들과 격돌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을 놓고 외국 회사와 중국 회사 간 경쟁도 더 거세졌다.

독일 주요 완성차 회사들은 모두 전기차 신차를 출품하며 중국 시장 공략 의지를 보였다. 폴크스바겐은 ID 브랜드의 세 번째 전기차 모델인 ‘VW ID.6’를 선보였다. ID.6는 두 가지 버전(크로즈·X)으로 출시되는데, 모두 중국에서 생산된다. 폴크스바겐은 2~3년 후면 중국에서 테슬라를 제치고 전기차 1위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EQ 브랜드의 전기 SUV ‘EQB’를 처음 공개했다. 모터쇼에 앞서 공개한 첫 럭셔리 전기 세단 ‘EQS’도 전시했다. 아우디는 전용 전기차 플랫폼을 적용한 첫 전기차 ‘A6 e-트론’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A6 e-트론은 700㎞ 이상 주행거리를 갖췄으며 유럽과 중국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BMW는 디지털 지능과 5G 연결성을 강화한 ‘iX’를 내놨다. BMW 미니(Mini) 전기차 2종 생산도 2023년 시작한다. 일본 도요타도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서두른다. 도요타는 상하이 모터쇼에서 전용 플랫폼 ‘e-TNGA’로 제작한 전기 SUV ‘bZ4X’를 선보였다.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 기업 지리자동차는 산하 5개 브랜드(지오메트리·링크앤드코·폴스타·볼보·지커)를 출격시켰다. 특히 지리가 현재 20대인 Z 세대를 겨냥해 지난 3월 출범한 새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는 첫 모델 ‘지커 001’을 공개했다.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3인방인 샤오펑·니오·리샹은 모두 자율주행 레벨을 높인 전기차를 선보였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는 중국 BAIC그룹의 전기차 브랜드 아크폭스(ARCFOX)와 공동 개발한 스마트 전기차 세단 ‘아크폭스 알파에스(αS) HI’ 모델을 공개했다. 레벨3 자율주행 기능과 급속 충전 기능 등을 갖춘 차다.

중국 상하이=김남희 조선비즈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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