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의 전기차 ‘iX’가 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사진 BMW코리아
BMW의 전기차 ‘iX’가 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사진 BMW코리아

1억원이 넘는 포르셰 전기차 ‘타이칸’은 올해 국내에서 1000대 넘게 판매됐다. 고급 전기차 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인데, BMW가 고급 전기차 모델 ‘iX’를 출시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다양해지게 됐다.

iX는 BMW가 지난 2019년 공개한 전기 콘셉트 ‘i 넥스트(NEXT)’의 디자인을 상당 부분 적용했지만, 양산 모델 기반은 없는 완전히 새로운 차다. BMW가 iX와 함께 출시하는 전기차 ‘iX3’와 ‘i4’는 각각 BMW의 준중형 SUV ‘X3’와 준중형 세단 ‘4시리즈’를 기반으로 한다. BMW는 7년 전인 2014년 국내에 처음 ‘i3’를 출시하면서 비교적 일찍 전기차 모델을 내놨는데, 그 이후 내놓은 전기차 모델은 없다. 전기차 업체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BMW에는 iX가 매우 상징적인 모델인 셈이다.


공기 저항 줄인 매끈한 외관 디자인

11월 22일, 서울과 파주를 왕복하며 iX를 시승해봤다. 처음 iX를 마주하면 디자인이 상당히 이질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차 길이(전장)와 폭(전폭)은 기존 ‘X5’와 비슷한데, 차 높이(전고)는 X5보다 50㎜ 낮다. 기존 SUV 디자인과 달라 처음 iX를 접했을 땐 차체 비율이 이도 저도 아닌 느낌이 들었다.

전면에는 얇은 레이저 헤드라이트 중앙에 키드니 그릴이 수직으로 배치돼 강렬한 느낌을 준다. 기존 내연기관차의 키드니 그릴은 엔진의 열을 식히는 기능적인 역할을 담당했지만, 전기차 그릴에는 주행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각종 센서가 배치돼 지능형 패널 역할을 한다.

측면은 매끈하다. 미래 차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캐릭터라인을 최소화했고,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도어핸들이 안으로 들어갔다. 뒤로 갈수록 라인이 낮게 떨어진다. iX의 공기저항계수는 0.25로, BMW 4시리즈 쿠페와 비슷한 수준이다. 후면의 리어 램프 역시 얇게 디자인됐다.

BMW는 iX의 디자인을 완성한 과정에 대해 “실내에서 시작해 바깥을 창조했다”라고 설명했다. 외관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리겠다 싶었지만, 실제 주행해보니 낯설었던 차체 비율이 실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전석과 뒷좌석 공간은 꽤 넓다. 전기차의 특성상 센터 패널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인테리어 요소가 간결한 덕분에 느끼는 공간감도 상당하다. 전면 송풍구 디자인이 기존 모델들보다 훨씬 간결하고 공조를 조작하기 위해 전면에 쭉 나열되는 버튼들도 모두 스크린 안으로 들어갔다. 오른쪽 기어노브는 엄지손가락 크기로, 작다. 손잡이 없이 버튼 형태의 전동식 도어로 문을 열 수 있어 차 문 안쪽 디자인도 깔끔하다.

내부 대시보드 위에는 12.3인치 디스플레이와 14.9인치 콘트롤 디스플레이로 구성된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장착됐고, 스티어링 휠은 육각형으로 미래 차 분위기를 낸다. 운전석에 앉으면 상당한 개방감이 느껴진다. 외부 빛이 어느 정도 들어오는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가 적용돼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처음 시동을 켰을 때 ‘윙’ 하는 전기차 특유의 가동 소리가 흥미롭다. BMW는 세계적인 작곡가 ‘한스 짐머’와 협업해 만든 아이코닉 사운드 일렉트릭을 iX에 기본 적용했다.

BMW에 기대하는 주행감을 꽤 만족시킨다. 엔진이 없는 전기차답게 가속 페달의 응답성이 매우 민첩하다. 무거운 배터리를 탑재해 차체 무게가 2415㎏에 달하지만, 속도를 끌어올릴 때 가볍고 부드럽다. BMW는 최고급 브랜드 롤스로이스의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과 BMW ‘7시리즈’에 적용된 카본코어 기술을 활용해 고강도 강철·알루미늄·탄소섬유플라스틱을 적용한 프레임을 개발해 iX에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강성은 높고 무게는 가벼운 프레임을 적용해 안전성은 높이고 운동 성능은 더 민첩해졌다.


왼쪽부터 BMW ‘iX’ 외관과 내부. 사진 연선옥 기자
왼쪽부터 BMW ‘iX’ 외관과 내부. 사진 연선옥 기자

고마력 주행성능 내는 패밀리카

시승 차는 ‘iX x드라이브40’ 모델이었는데, 최고 326마력으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6.1초(제로백)가 걸린다. 가속 성능이 높아 속도를 조금만 급하게 올려도 운전자 고개가 젖혀질 정도로 힘을 냈다. 공간을 보면 패밀리카이지만, 경쾌하게 달려보자면 웬만한 고성능 모델의 성능도 낼 수 있는 다기능 모델인 셈이다. 상위 트림인 ‘x드라이브50’의 경우 합산 최고 출력 523마력을 내고, 제로백은 4.6초다.

BMW는 “iX에는 BMW의 최신 전기화 드라이브트레인 5세대 ‘e드라이브’가 탑재돼 가속 페달을 조작하는 즉시 최대 토크를 발휘하며, 넓은 영역에서 최대 토크를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과속방지턱을 지나거나 곡선 도로가 반복되는 구간에서는 승차감이 다소 거칠다. BMW는 iX를 스포츠액티비티차(SAV)로 분류한다. 시승하는 동안 눈이 오고 바람이 셌는데, 이 때문인지 고속 구간에서 차선을 바꿀 때 살짝 기우는 느낌도 들었다.

회생제동 수준은 운전자가 조절할 수 있다. 부드러운 승차감을 원한다면 약한 수준의 회생제동으로 설정할 수 있고, 반대로 회생제동량을 높이면 브레이크를 쓰지 않고도 정지할 수 있는 ‘원 페달’ 주행이 가능하다.

iX 브레이크는 다소 단단했다. 살짝 밟으면 브레이크가 걸리는 느낌이 나면서 제동 길이가 길어졌고, 깊이 밟으면 급정지하는 것처럼 울컥거렸다. 신호 대기가 있는 구간에서는 적응이 좀 필요했다. BMW는 iX에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바퀴가 헛돌지 않도록 제어하는 ‘액추에이터 휠 슬립 제한 장치(ARB)’가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주행거리가 짧다는 점은 아쉽다. iX x드라이브40은 1회 충전에 313㎞를 달린다. 경쟁 브랜드의 벤츠 ‘EQC(309㎞)’나 아우디 ‘e-트론(307㎞)’보다 낫지만, 현대차그룹이 올해 잇따라 내놓은 전기차 모델의 주행거리가 300㎞대 후반에서 400㎞대인 것을 고려하면 짧은 편이다. 다만 한 단계 높은 x드라이브50의 주행거리는 447㎞로 더 길다.

iX 가격(개별소비세 적용)은 x드라이브40이 1억2260만원, x드라이브50이 1억4630만원이다. 1억이 넘는 가격에 주행거리가 짧다는 단점도 있지만, 고급 전기차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이다. iX 사전 계약은 2000대를 넘었다.

연선옥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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