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마세라티
사진 마세라티

기블리 하이브리드는 마세라티가 내놓은 첫 번째 전동화 모델이다. 많은 자동차 업체가 전동화 전환을 선언할 때 마세라티는 “내연기관 엔진을 포기할 수 없다”고 했지만 결국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고 전동화 대열에 합류했다. 국내에는 올해 8월 출시됐다. 최근 마세라티 기블리 하이브리드를 타고 서울 시내 곳곳과 서울에서 용인까지 왕복 80여㎞를 몰아봤다.

기블리 하이브리드의 외관은 내연기관 기블리와 거의 유사하다. 차체 크기도 전장(차의 길이) 4970㎜, 전폭(차의 폭) 1945㎜, 전고(차의 높이) 1485㎜ 등 기존 기블리와 동일하다. 내부 공간에 영향을 미치는 휠베이스(축거) 역시 3000㎜로 내연기관 모델과 같다. 다만 테일램프 디자인은 내연기관 모델보다 다소 날렵하게, 부메랑 모양 비슷하게 바뀌었다. 램프 가장자리는 블랙, 중앙은 레드, 하단은 투명하게 세 가지 색상의 렌즈로 유닛을 구성했다. 이 디자인은 마세라티의 모터스포츠 DNA를 반영한 부분이라고 마세라티는 설명했다.


마세라티 DNA에 전동화 기술 입혀

측면 디자인도 기존 기블리와 유사하다. 기블리 특유의 길고 늘씬한 보닛에 루프 라인은 날렵하고 날쌔 보이면서도 우아한 느낌을 준다. 기블리 하이브리드의 경우에는 친환경적인 느낌을 살리기 위해 차체 측면에 부착된 로고에 파란색을 적용했다. 트림에 따라서는 브레이크 캘리퍼와 차량 내부 스티치도 파란색을 선택할 수 있다.

내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센터페시아에 탑재된 디스플레이다. 예전에는 고가 차량에 탑재되는 디스플레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시인성이 떨어지고, 인터페이스가 옛날 것 같은 느낌이어서 ‘옥에 티’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그런데 새로 탑재된 디스플레이는 해상도가 높아졌고 터치도 빠르게 인식했다. 특히 터치했을 때 화면이 딱딱 끊어지면서 변환되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게 넘어가는 느낌이어서 마세라티 특유의 우아한 감각을 디스플레이에서도 잘 구현해 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페이스도 깔끔하고 직관적으로 바뀌었고, 디스플레이도 커졌다. 기존 디스플레이는 가로, 세로가 4 대 3 비율의 8인치였는데, 기블리 하이브리드에는 16 대 10 비율의 10인치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또 디스플레이 상단에 유리를 적용해 고급스러움을 더했고 가장자리 베젤을 거의 없애 세련된 느낌을 준다. 기블리 하이브리드에는 4기통 2L 엔진에 48V(볼트) 배터리가 조합됐다. 최고 출력 330마력, 최대 토크 45.9㎏.m의 성능을 낸다. 최고 속도는 시속 255㎞이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5.7초가 걸린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6기통 가솔린엔진의 기블리와 크게 차이 없어 보인다. 내연기관 기블리는 최고 출력 350마력, 최대 토크 51.5㎏.m의 성능을 낸다. 최고 속도는 시속 267㎞,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는 5.5초가 걸린다.

그러나 실제로 주행해 보면 주행 특성은 두 차종이 확실히 다르다. 가솔린엔진의 기블리가 폭발적인 가속 성능을 낸다면, 기블리 하이브리드는 이보다 편안하고 부드러운 느낌이다. 특히 기블리 하이브리드는 벨트 스타터 제너레이터와 e부스터의 조합으로 낮은 엔진회전수(RPM)에서 훌륭한 초반 가속력을 낸다. 이 덕에 터보랙 현상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중속 또는 고속에서 한 번 더 속도를 높일 때는 초반 가속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연비까지 모두 고려하면 기블리 하이브리드는 가솔린엔진의 기블리보다 상대적으로 도심 주행에 더 적합할 것 같다고 생각됐다.

차량 무게 배분도 안정적으로 느껴졌다. 마세라티는 48V 배터리를 트렁크 쪽에 넣었는데, 이 덕분에 차의 앞뒤 무게 배분이 5 대 5에 가깝게 나눠졌다고 한다. 이에 안정적이면서도 민첩한 모습을 보여준다. 브레이크나 액셀 페달을 밟을 때의 느낌도 차가 꽤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차가 멈췄다가 출발할 때 진동이 별로 없는 편이라 주행하는 데 불편함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마세라티 ‘기블리 하이브리드’ 외관과 내부. 사진 마세라티
마세라티 ‘기블리 하이브리드’ 외관과 내부. 사진 마세라티

ADAS 등 첨단 기능 탑재

시승하기 전에는 마세라티 특유의 배기음을 하이브리드 모델에서 어떻게 살렸을지도 궁금했다. 마세라티는 엔진 사운드를 디자인하는 엔지니어들이 주축이 돼서 피아니스트, 작곡가 등과 함께 웅장하면서도 아름다운 배기음을 만들어낸다. 이에 마세라티 배기음을 두고 악기를 연주하는 것 같다는 찬사가 붙기도 한다. 기블리 하이브리드는 하이브리드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특유의 배기음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배기가스 흡입관의 기류를 조절하고 공명기를 활용해 배기음을 그대로 살렸다고 한다.

주행 시 불편한 점을 꼽자면 깜빡이 레버가 스티어링 휠과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스티어링 휠 뒤에 패들시프트, 그 위에 깜빡이 레버가 있는데 스티어링 휠을 쥔 상태로는 깜빡이 레버에 손이 닿지 않았다. 여성치고 팔이 긴 편인데도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반드시 떼야만 깜빡이 레버에 손이 닿아서, 여성 운전자들은 다소 불편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은 여럿 탑재돼 주행 편의를 돕는다. 능동형 드라이빙 어시스트(ADA), 차선 유지 어시스트(LKA), 능동형 사각지대 어시스트(ABSA),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어드밴스드 브레이크 어시스트(ABA),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AEB) 등이 적용됐다.

복합연비는 리터당 8.9㎞다. 내연기관 모델의 복합연비인 6~7㎞에 비해선 다소 개선됐다. 그러나 실제 주행 시 도심이 아닌 고속도로에서도 연비가 두 자릿수를 넘은 적은 없어서 일부 소비자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만 기블리 가솔린 모델에 비해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2% 감소했다. 국내 판매 가격은 1억1450만~1억2150만원이다.

변지희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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