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을지로 대우건설 사옥 전경. 사진 대우건설
서울 을지로 대우건설 사옥 전경. 사진 대우건설

대우건설이 산업은행에 인수된 지 10년 만에 중흥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게 됐다. 대우건설은 중흥그룹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수 있게 됐고, 중흥그룹은 대우건설을 통해 호남 대표 건설사에서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할 기회를 얻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흥그룹은 ‘독립 경영’을 골자로 하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처럼 중흥그룹과 대우건설을 합치지 않고, 독립 브랜드(중흥 S클래스, 푸르지오·써밋), 독립 경영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중흥그룹은 인수 전부터 인수합병을 둘러싼 우려를 잠재우고자 대우건설 노조와 KDB인베스트먼트 등 3자가 포함된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노조와 협의를 진행했다. 중흥그룹은 이 협의에서 대우건설의 부채 비율을 개선하고, 독립 경영에 대해 약속하며 특정 본부 분리 및 해체 등 조직 개편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강조하며, 계약직원을 포함한 전 직원 처우도 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제시됐다.

건설 업계에서는 대우건설이 중흥그룹에 인수되는 편이 산업은행 체제에 있던 때보다 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은행 관리를 받던 때엔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에 나서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건설 업계 관계자들은 그 이유를 산업은행 관리 체제에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한 건설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태생상 위험한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지만 중흥그룹은 건설업에 대한 이해가 있는 만큼 대우건설이 예전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했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왼쪽)과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가 12월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대우건설 지분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왼쪽)과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가 12월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대우건설 지분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대우건설, 옛 명성 되찾나 기대

중흥그룹 입장에서도 앞으로 대형 사업을 수주하고 규모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간 중흥그룹은 호남이나 충청 시장에서는 입지가 강했지만 상대적으로 수도권에서는 대우건설에 비해 인지도가 약했다. 중흥그룹이 대우건설과 컨소시엄을 이뤄 사업을 수주한다면 동반 성장할 가능성이 커진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중흥그룹은 해외건설 파트가 아예 없었고, 사실상 주택 부문만 많이 진행했다. 그간 중흥토건이 일부 토목공사를 해오긴 했지만 토목이나 플랜트 쪽도 아직 미약하다”면서 “대우건설이라는 세계적인 종합건설 회사를 계열사로 보유하게 되면 기업 이미지뿐 아니라 사업 능력도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국토교통부 고시에 따르면, 대우건설의 올해 토목건축공사업 부문 시공능력평가액은 8조7290억원으로 업계 5위를 차지했다. 반면 중흥그룹 소속 건설사인 중흥토건은 2조585억원으로 17위, 중흥건설은 1조1302억원으로 40위를 차지했다. 대우건설의 능력과 인지도를 중흥그룹이 흡수했을 때 단숨에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은 “해외 역량이 뛰어난 대우건설 인수는 중흥그룹 ‘제2의 창업’과도 같다”면서 “어떠한 외적 환경의 변화나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세계 초일류 건설그룹을 만드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했다.


plus point

목수 출신 자수성가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 사진 중흥건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 사진 중흥건설

중흥그룹 직원들은 정창선(78) 회장을 소탈한 사람이라고 했다. 정 회장이 주로 입는 옷은 회사에서 맞춘 근무복. 게다가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매일 직원 두 명을 불러 회사 주변 식당에서 7000원짜리 백반으로 점심을 먹는다. 정 회장을 잘 아는 건설 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이 19세의 나이에 목수로 건설업에 뛰어든 이후 ‘함바집(현장식당)’에서 밥을 먹던 습관을 이어가는 것 같다”면서 “근검절약이 몸에 뱄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정 회장은 1943년 광주에서 태어나 19세에 현장직인 목수로 건설업에 발을 들였다. 청년 시절 건설 공사 현장에서 알게 된 지인들과 1983년 세운 회사가 중흥건설의 뿌리인 금남주택이다. 그는 1989년 중흥건설을 세우고 1993년 중흥종합건설, 1994년 세흥건설을 각각 설립해 세를 확장했다. 현재 30여 개 주택·건설·토목업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 건설그룹으로 성장했다.

중흥그룹은 2015년 처음으로 대기업집단인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됐다. 당시 대기업집단 선정 기준은 대차대조표상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이었다.

자수성가형 사업가인 정 회장은 ‘비(非)업무용 자산은 사지 않는다’ ‘보증은 되도록 서지 않는다’ ‘적자가 예상되는 프로젝트는 수주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3불(不) 원칙’하에 자금 관리에 철저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책상 위엔 회사의 현금흐름표가 붙어 있다고 한다. 3년간의 자금 계획을 미리 짜고 3개월마다 이를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리한 투자보다는 안정적 수익과 꼼꼼한 자금 관리를 중시하는 것이 정 회장의 경영 철학이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대우건설 인수는 이례적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정 회장의 발언을 보면 이런 행보를 이해할 수 있다. 정 회장은 작년 1월 기자간담회에서 “3년 내 4조원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1조원 이상을 들여 대기업 한 곳을 인수한 뒤 나머지 3조원은 운영 자금으로 사용해야 기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했다.

정 회장은 최근 대우건설 인수 계약을 마무리 지으며 정창선발(發) 지각변동도 예고했다. 정 회장은 “어떠한 외적 환경의 변화나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세계 초일류 건설그룹을 만드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자 한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연지연 조선비즈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