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필 KAIST 문술미래 전략대학원 교수 지식재산대학원 프로그램(MIP) 책임교수
박성필 KAIST 문술미래 전략대학원 교수
지식재산대학원 프로그램(MIP) 책임교수

가상인간(virtual human) 캐릭터들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애니메이션, 비디오 게임이나 온라인 게임의 가상공간에 존재하는 인간 형상의 캐릭터들이 있었지만, 최근 가상인간 캐릭터들은 인간을 대신하여 광고나 영화에 출연하며, 시청자가 이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알더라도 큰 거부감 없이 수용할 수 있는 정도로 기술이 발전했다.

일반적으로 문화산업에서 캐릭터(charac-ter)는 활용 방식에 따라 저작권, 상표권, 디자인권 등 다양한 지식재산권으로 보호될 수 있다. 디자이너의 사상 또는 감정이 표현된 창작물로서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고,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의 출처를 표시하는 상표로서 등록될 수도 있다. 가상인간이 디지털 세계에 머물지 않고 오프라인에서 형상이 있는 물품에 적용된다면 디자인권으로 등록해 보호할 수도 있다. 그 상품이 시장에서 유명해지면 부정경쟁방지법상 보호도 가능할 것이다.

전통적인 캐릭터 관련 지식재산권은 주로 저작권과 상표권이었다. 여기서 저작권은 통상 저작재산권을 일컫는다. 저작권은 가난한 예술가를 보호하는 권리이기도 하지만, 거대 문화산업의 기반이기도 하다. 저작권 기반의 대표 기업은 디즈니다. 디즈니는 미키마우스, 곰돌이 푸 등 캐릭터 중심의 상품 라이선싱 매출만 매년 60조원이 넘는다.

이런 기업에는 저작권이 얼마 동안 보호되는지가 중요한데, 저작권은 보호 기간이 매우 긴 것이 특징이다. 상황에 따라 기준이 다양하지만, 현재 미국과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기본적인 저작재산권 보호 기간은 저작자의 생존 기간과 사망 후 70년간이다. 1998년 미국 연방의회는 저작권법을 개정하여 보호 기간을 20년 연장했다.

당시 저작권법을 기준으로 미키마우스 단편 ‘증기선 윌리’가 최초 방송된 1928년부터 75년이 되는 2003년 그 저작권이 만료 예정이었다. 그러나 저작권법 개정으로 만료 시점이 최초 방송일로부터 95년 되는 2023년 말까지 연장됐다. 이 개정법은 법안을 발의한 소니 보노 하원의원의 이름을 따서 ‘소니 보노 저작권 기간 연장법(CTEA·Sonny Bono Copy-right Term Extension Act)’라 불렸다. 그러나 많은 이가 이 법을 ‘미키마우스법’이라 불렀다. 법 개정이 디즈니를 비롯한 영화 및 음악 저작권을 보유한 몇몇 업체들의 적극적 입법 로비의 결과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주로 1920년대에서 1930년대에 공표된 저작물들을 보유한 회사들이라 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1976년에도 저작권 보호 기간을 20년 연장한 이력이 있다.

연방의회의 이런 순차적 저작권법 개정에 사회적 저항도 컸다. 저작권 관련 비영리단체인 크리에이티브 커먼스의 공동 설립자인 에릭 엘드레드에 의한 CTEA 위헌소송도 진행됐다. 엘드레드는 ‘Eldritch Press’라는 웹사이트에서 저작권 보호 영역 밖의 ‘공공영역(public domain)’ 작품들을 디지털화해 서비스하고 있었다. 그의 위헌 소송은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한편 2018년 전후 연방의회에서 추가적인 보호 기간 연장을 위한 저작권법 개정이 있지 않을까 하고 많은 이가 동향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결국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산업의 지형도가 바뀐 것이 그 원인이라고 보았다. CTEA가 입법화된 시기까지는 그래도 저작권 포트폴리오를 사업모델로 한 거대 기업들의 영향력이 강했으나, 이제는 공공영역을 기반으로 한 IT 업체들의 영향력이 훨씬 강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1. 스마일게이트와 자이언트스텝이 만든 가상인간 한유아. 사진 스마일게이트/2. 미국 스타트업 브러드가 만든 가상인간 인플루언서 릴 미켈라. 사진 브러드/3. 1928년 최초로 방송된 미키마우스 단편 ‘증기선 윌리’의 포스터. 사진 IMDB
1. 스마일게이트와 자이언트스텝이 만든 가상인간 한유아. 사진 스마일게이트
2. 미국 스타트업 브러드가 만든 가상인간 인플루언서 릴 미켈라. 사진 브러드
3. 1928년 최초로 방송된 미키마우스 단편 ‘증기선 윌리’의 포스터. 사진 IMDB

2024년 이후 미키마우스 캐릭터의 저작권 무조건 만료된다고 볼 수 없어

이와 관련해 최근 많은 이가 궁금해하는 질문이 있다. 만일 2023년 말까지 정말 저작권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2024년 1월 1일부터 미키마우스가 공공영역에 들어가는가 하는 것이다. 저작권이 만료된 창작물은 공공영역에 들어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흥미로운 질문이지만, 대답은 아쉽게도 명확한 ‘예’가 아니다. 미키마우스 자체가 아니라 ‘증기선 윌리’라는 단편 애니메이션의 저작권이 만료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공영역에 들어간 이 작품의 전부 또는 일부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겠지만, 미키마우스는 1928년 이후 출시된 다른 많은 작품에도 등장했다. 미키마우스 캐릭터도 ‘증기선 윌리’의 단순한 흑백 이미지부터 시작해 계속 변해 왔다. 2024년 어느 회사가 미키마우스 캐릭터를 표면에 인쇄한 여행 가방을 판매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것이 정확하게 ‘증기선 윌리’의 미키마우스인지, 그 이후 작품의 미키마우스인지 판단을 위해 복잡한 법적 이슈가 다수 발생할 수 있다.

상표권도 전통적인 캐릭터 보호 수단이다. 상표는 자기의 상품과 타인의 상품을 식별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호, 문자, 도형, 소리, 냄새, 입체적 형상, 홀로그램, 동작, 색채 등을 말한다. 미키마우스와 디즈니의 많은 캐릭터는 여러 나라에서 상표로 등록돼 있다. 상표권은 보호 기간이 사실상 무제한이다. 등록 후 10년간 보호되고, 10년 단위로 갱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상표권 때문에 ‘증기선 윌리’나 그 이후 작품들의 저작권 만료 이후에도 미키마우스 캐릭터는 공공영역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2003년 연방대법원은 ‘Dastar v. Twen-tieth Century Fox’ 사건에서 20세기 폭스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이젠하워 장군의 비망록을 기초로 제작한 TV 시리즈가 공공영역에 들어간 후, 다스타(Dastar)가 그 내용을 사용해 제작한 비디오 세트가 연방 상표법(Lanham Act)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미 공공영역에 들어간 저작물에 대해 다시 상표권 보호를 인정하면 사법부가 ‘돌연변이 저작권법(mutant copyright law)’을 제정하는 셈이라는 것이다. 이 판례를 근거로 공공영역 저작물에 대한 상표권 주장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국콘텐츠진흥원 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캐릭터 산업 시장은 12조원이 넘는다. 1990년대에 비로소 이 산업에 눈을 뜬 것을 고려할 때, 매우 가파른 성장을 하는 중이다. 아직 미키마우스 같은 역사와 인기를 가진 캐릭터는 없지만, 우리의 문화적 잠재력과 산업의 IT 경쟁력을 고려할 때 우리가 개발한 캐릭터가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을 가능성은 매우 크다. 글로벌 시장에서 가상인간을 포함한 다양한 캐릭터를 보호하고 활용하기 위한 기업들의 지식재산 전략 수립이 중요한 시점이다. 다른 한편 캐릭터 저작권자와 이용자의 이익 사이의 균형, 여러 지식재산권 상호 간 조화에 대한 법 제도적 관점의 구체적인 논의들이 필요하다. 미키마우스 캐릭터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이 어떻게 풀리는지, 그 과정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박성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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