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택 같이양조장 대표. 사진 박순욱 기자
최우택 같이양조장 대표. 사진 박순욱 기자

서울 연희동의 소규모 양조장 ‘같이양조장’은 다양한 맛의 실험적인 우리 술을 빚는 양조장이다. 특히 젊은 세대 애주가들 사이에서는 꽤 ‘핫한 양조장’으로 통한다. 이곳에서 만드는 6종의 연희 시리즈 술은 민트, 유자, 멜론, 매화, 팔각, 홍차 같은 개성 있는 부재료를 넣은 막걸리다. 고문헌에 근거한 전통 방식으로 술을 빚되, 전통에 얽매이지 않는 실험 정신이 돋보이는 술이다. 지역특산주 면허가 아닌 소규모 양조장 면허라 인터넷 판매를 할 수 없는데도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의 구매가 끊이지 않는다. 

같이양조장에서 가장 잘나가는 막걸리 ‘연희민트’는 칵테일 모히토를 재해석한 술로, 애플민트의 청량감이 느껴지는 막걸리다. 막걸리 특유의 시큼함 대신 부재료인 민트와 쌀 향에서 비롯된 새콤달콤함을 즐길 수 있다. 연희민트는 쌀알이 동동 뜬다고 해서 붙인 이름인 동동주(부의주) 제조법을 기반으로 막걸리를 빚은 뒤 제성 단계(발효가 끝난 막걸리에서 술지게미를 거르는 과정)에 건조 민트를 넣어, 1주일 정도 침출시켜 만든다. 

연희동에 있는 같이양조장 술은 모두 ‘연희’라는 이름으로 시작한다. 민트를 넣은 연희민트(알코올 도수 9도)부터, 유자를 넣은 연희유자(10도), 멜론이 들어간 연희멜론(10도), 연희매화(12도), 연희팔각(11도), 연희홍차(12도) 등 6종의 막걸리 모두 이름 앞 자가 연희다. 연희동은 화교거리, 다문화, 연희창작문학촌, 홍제천 봄꽃길, 소문난 카페거리의 이미지를 모두 가진 곳이다. 

연희 시리즈 막걸리를 개발한 같이양조장 최우택 대표는 전통주 양조에 관한 한 ‘재야의 숨은 고수’다. 그가 연희동에 같이양조장을 차린 것은 2020년 11월. 연희 시리즈 막걸리를 내놓기 시작한 것은 2021년이다. 코로나19 시국임에도 연희 시리즈는 수요가 생산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누려, 올 초에 연희동 양조장 인근 합정에 제2 양조장을 차렸다. 

연희 시리즈 막걸리의 정체성은 ‘가향주’다. 술에 독특한 향을 내기 위해 꽃이나 식물 잎 등을 넣어서 빚은 약주류를 가향주라 한다. 연희 막걸리들은 민트, 유자, 멜론, 팔각 등의 부재료로 독특한 향을 냈다. 우리나라 최초의 가향주는 충남 당진의 면천두견주로 알려져 있다. 봄꽃인 진달래(두견화)를 넣어 빚은 약주다. 

같이양조장이 만든 가향주 연희민트의 경우, 베이스가 되는 ‘단양주·부의주’ 기법으로 빚은 막걸리다. 단양주는 한 번의 담금으로 술 발효를 끝낸 술을 말하는 것으로, 밑술 한 번에 덧술 한 번을 더하면 이양주, 덧술을 두 번 하면 삼양주라고 한다. 부의주는 ‘술 표면에 밥알이 동동 뜬다’고 해서 동동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술 제조법이다. 연희민트는 바로 그 술 ‘단양주·부의주’ 기법을 기반으로 막걸리를 만든 뒤 건조 민트를 넣어 완성한 술이다. 

그런데 6종의 연희 시리즈 막걸리는 베이스 막걸리가 다 다르다. 연희유자는 전통주 ‘호산춘’ 기법으로 막걸리를 빚은 뒤 유자를 넣었다. 호산춘은 기원이 고려시대로, 술을 빚을 때 쌀보다 물을 적게 넣어 단맛과 알코올 도수를 높인 술이다. 현재는 문경 호산춘, 여산(익산) 호산춘 등이 명맥을 이어 가고 있다. 

연희멜론은 삼양주(밑술에 두 번 덧술을 한 술), 연희매화는 석탄주(밑술을 죽으로 한 술로서 너무 맛있어 삼키기 아까운 술로 알려진 약주), 연희팔각은 진양주(전남 해남군 덕정마을에서 전승되는 가양주), 연희홍차는 하향주(술에서 연꽃 향기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를 기반으로 한다. 같은 막걸리에 부재료만 각기 달리 넣어도 얼마든지 맛이나 향을 다르게 할 수 있다. 또 그렇게 부재료만 조금씩 다르게 해서 내놓은 술이 시중에 넘쳐난다. 그런데 같이양조장은 다르다. 각기 다른 부재료는 당연하고, 베이스가 되는 6종 막걸리 모두 따로 만든 양조장 대표의 정성과 내공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연희동 양조장에 이어 새롭게 문을 연 합정동 양조장을 최근 방문했다. 같이양조장의 제1 양조장은 연희동, 제2 양조장은 합정에 있다. 연희동 양조장과는 차로 10분 거리다. 최 대표는 “연희 시리즈 수요가 양조장 생산량을 넘어서서, 제2 양조장을 따로 마련했다”고 말했다. 현재 6종의 연희 시리즈 막걸리를 연희동과 합정동 양조장 두 곳에서 만들고 있다. 연희동 양조장 한곳에서 만들 때보다 생산량이 네다섯 배 정도 많아졌다. 


같이양조장이 출시한 제품들. 사진 박순욱 기자
같이양조장이 출시한 제품들. 사진 박순욱 기자

개발 중인 약주는 어떤 스타일의 술인가.
“부재료로 차별화한 향과 맛을 느낄 수 있는 연희 시리즈 막걸리처럼, 합정 시리즈 약주 역시 세상에 없던, 개성 있는 약주가 될 것이다. 연희 시리즈 막걸리처럼 합정 시리즈 약주 역시 각기 다른 부재료가 들어가는 가향주 스타일로 만든다. 6종의 연희 시리즈 막걸리는 부재료만 보면, 민트, 멜론, 유자, 팔각, 매화, 홍차 등 6색을 띤다. 새로 개발할 약주 역시 개성 있는 부재료를 활용해, 6종의 약주를 선보일 작정이다.”

맨 먼저 나올 약주는. 
“가장 먼저 나올 약주는 ‘합정망고’다. 망고를 부재료로 사용한 약주다. 주재료는 당연히 쌀이다. 이자카야에 가면 생맥주도 많이 먹지만, 젊은층은 하이볼도 많이 마신다. 위스키로 만든 하이볼을 먹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일본에서 들어오는 리큐어에다 얼음과 탄산수를 넣어서 하이볼 형태를 만들어 내놓는다. 합정망고 약주는 이자카야의 하이볼 시장을 노리고 만든 제품이다. 리큐어에 탄산을 탄 이자카야 하이볼과 알코올 도수도 큰 차이가 없다. 하이볼을 즐기는 젊은층을 겨냥해 개발한 제품이 합정망고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약주도 개발이 끝났나.
“두 번째 합정 시리즈 제품은 합정커피 약주다. 합정커피 타깃은 당연히 카페다. 합정 쪽에는 술과 음식을 파는 카페가 많다. 그래서 부재료로 커피가 들어간 약주를 카페에서 취급하도록 권할 것이다. 세 번째 시리즈는 복숭아, 합정피치다. 복숭아 향이 물씬 나는 약주 합정피치 역시 이자카야를 주된 공략 대상으로 삼을 참이다. 4~6번째 약주는 아직 고민 중이다. 청포도가 들어간 약주도 생각하고 있다. 연희 시리즈 막걸리를 통해 확보한 인지도를 토대로 합정 약주 시리즈를 올 연말부터 일 년에 두 개 제품 정도씩 내놓을 생각이다.”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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